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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떴다하면 정치판, 노벨상은 누가 타나

이강기 2015. 10. 14. 10:42

조금 떴다하면 정치판, 노벨상은 누가 타나

 

입력: 2012-10-09 17:27 / 수정: 2012-10-10 06:23

 

한국경제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기자회견에서 “빨리 연구실로 돌아가고 싶다. 연구 목표는 변하지 않을 것이며 다음 주라도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6년 전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완성한 뒤 줄곧 후속 연구에 몰두해왔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야마나카처럼 다시 연구실로 돌아갔다. 2002년 직장인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다나카 씨도 여전히 그 회사 연구실에 출근한다. 일본만이 아니다.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한 존 거던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요트도 없는데 아침 일찍 연구실에 나가야지 뭘 하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연구가 천직이며 소명(召命)임을 아는 연구자들이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으로 한때 열병을 치렀던 한국이다. 황 교수가 배아 줄기세포 복제에 사상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온나라가 마치 줄기세포 연구의 허브가 되고 과학 강국이 된 것처럼 흥분했다. 황 교수는 언론과 정치를 넘나들었으며 일부에서는 우상이요 메시아로 부각시키기도 했다. 자연스레 과학예산도 황 전 교수를 따라다녔다. 우상 황우석은 지금 사라졌고 줄기세포 연구는 일본에도 밀린 형국이 되고 말았다. 정부는 아직도 줄기세포 연구에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쏟고 있기는 하다.

야마나카처럼 의사 출신인 안철수 대선후보도 실은 그런 범주다. 훌륭한 연구자, 성실한 경영자로 나름의 소명을 지킬 수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 작은 영웅이 되어 정치판에 나선 것이다. 아무 관련도 없는 대중을 만나 가짜 웃음이나 흘리고 다른 정치인들과 진흙탕에서 뒤엉켜 싸우는 모습은 보기에도 딱하다. 지금도 수많은 폴리페서들이 연구를 뒷전으로 하고 정치판을 기웃거린다. 누군가 노벨상을 수상하면 필시 그것을 밑천으로 정치판으로 뛰어들 것 같은
사회다. 정치와 권력이 연구자를, 학자를, 경영자를 타락시키는 B급 저질사회 증후군이다. 그런 증후군이 사회를 더욱 부박(浮薄)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