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韓, 南北關係

윤이상은 위대한 통일운동가인가?

이강기 2015. 10. 19. 10:23

 

 

 

 

윤이상은 위대한 통일운동가인가?

 

강철환

 

3 저녁 문화방송(MBC)은「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에서 진행된 故윤이상씨 추모 음악회(428~29) 상세히 방영했다. 남북이 함께 하는 음악회여서 흥미로웠다.

 

하지만 한국의 이종석 통일부장관이 축사를 하면서 『윤이상 선생은 위대한 통일운동가였다』고 발언해 깜짝 놀랐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하는 것을 피부로 절감하게 됐다.

 

사람이 살다보면 누구나 번쯤은 실수할 있다. 번의 실수로 평생 신세를 망친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8.15광복 직후 사회주의를 동경해 북행길을 선택한 수많은 좌익지식인과 운동가들, 50~60년대 지상낙원이라는 허위선전에 속아 북송선을 재일동포들은 한번의 실수로 평생을 망친 사람들이다.

 

독일 유학생 오길남 박사도 바로 송두율과 윤이상과 같은 사람들의  꾀임에 속아 북한으로 갔다가 가족이 모두 수용소에 수감되고 본인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와 평생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단지 한번의 실수로 일생을 그르친 것이다. 

 

과거 한국의 운동권 학생들은 반미반정부활동을 하면서 「적의 적은 나의 동지」라는 이분법적 우적(友敵)개념으로 북한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한국의 대학가에 김정일 정권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386운동권 학생들에게 북한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과거의 실수를 인정하고 북한을 비판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한때 한국 대학가를 주사파로 물들게 「강철서신」의 주인공 김영환씨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윤이상씨가 남긴 음악과 예술작품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다.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이런 천재가 하필이면 북한정권을 추종했느냐 하는 것이다.  그토록 한국의 군사정권을 비판했던 그였지만 북한정권에 대해서는 한번도 비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다부작 <민족과 운명>이라는 대작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가운데 1992년에는 윤이상씨를 모델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북한으로 망명한 최덕신과 대표적인 친북파인 최홍희씨도 <민족과 운명> 주인공으로 한편 만들었다. <민족과 운명> 등장하는 해외파 인물들은 북한으로부터 해외에서 김일성 김정일 父子를 따라 투쟁한 「업적」을 인정받은 사람들이다. 윤이상씨가 얼마나 북한을 위해서 일을 했으면 영화의 주인공으로까지 선정되어겠는가.

 

과거에 오길남 박사의 망명과정에 밝혀진 윤이상씨에 대한 이런저런 증언내용은 생략하겠다.

 

황장엽 선생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일성도 생전에 윤이상에 대해 자주 이야기 했다』고 정도로 북한에서는 주요 인물이었다.

이종석 통일부장관의 말대로 그가 위대한 통일운동가라면 최소한 남북한에 대해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고 남북한 모두를 동시에 비판했다면 충분히 그런 「찬사」가 어울릴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 편에서 통일운동을 했다면 김일성-김정일이 한반도를 지배하는데 동의한 북한 통일운동가이지 남북한을 보듬는 위대한 통일운동가라는 말은 사실과 맞지 않다.

 

수백만 명을 굶겨죽이고 전대미문의 수용소를 운영하는 폭압정권에 대해 윤이상씨가 한번이라도 문제 제기한 적이 있는가? 

 

남북한이 분단돼서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 윤이상씨도 가운데 한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을 증오한다고 해서 김정일 정권은 괜찮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위선이다. 아직 한반도 남쪽에는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너무 많다. 남한의 군사정권을 극도로 증오하면서 김정일 정권에 관대한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때문에 윤이상씨를 위대한 음악가였다고 평가했다면 누구나 납득했겠지만 「위대한 통일운동가였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더욱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통일부 장관이 그런 평가를 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

 

한나라의 통일부장관의 인식이 정도이니 김일성-김정일 정권을 위해 일하다 죽은 사람들은 모두 통일운동가로 평가받고 김父子를 반대한 사람들은 反통일운동가로 몰릴까봐 두렵다.

 

공영방송과 국가권력에 의해 현실이 왜곡되는 사건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독재정권과 남한의 민주정권이 마치 한배라도 듯이 비춰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사실인식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