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韓, 南北關係

서울 한복판 '從北 토크쇼'

이강기 2015. 10. 19. 10:38
  • 서울 한복판 '從北 토크쇼'

  • 김형원 외 1명
    사회부 기자
    E-mail : won@chosun.com
    영화보다 소설을 좋아한다. 소설만큼 신문도 재미있었다. 스물일곱..
    김민정
    사회부 기자
    E-mail : mjkim@chosun.com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우자'는 결의안이 채택된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는 오후 8시부터 '신은미&황선 전국 순회 토크 문화콘서트'라는 행사가 열렸다. 황선(40)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과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의 저자 신은미(53)씨가 방북 경험을 들려주는 자리였다. 황씨는 평양 원정 출산으로 유명한 인물이고, 신씨는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방북기를 연재했다.

세계 111개국이 북한 정권을 범죄집단으로 규정하는 데 찬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행사 직전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선 김씨 일가의 권력 세습이나 북한의 비참한 경제·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황선씨는 오히려 "한국 언론들이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막 이런 이야기를 하며 떠들썩한데 중요한 건 실제로 거기 주민들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진짜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북한의 상황을) 참 다행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독재자로 찍었다고 해서 주민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체 게바라, 호찌민, 마오쩌둥을 보면 알 수 있다"고도 했다. 전 세계가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을 규탄하는데 정작 서울 도심 한복판에선 이같은 결의를 비웃는 듯한 행사가 열린 것이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신은미&황선 전국 순회 토크 문화 콘서트’에서 연사들이 자신의 방북 경험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신은미&황선 전국 순회 토크 문화 콘서트’에서 연사들이 자신의 방북 경험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다. 이들은 북한 권력 승계나 인권 상황에 대한 언급 없이 북한을 발전한 사회로만 묘사했다. 왼쪽부터 진행자, 깜짝 게스트로 나온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 재미교포 신은미씨,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황선씨. /김민정 기자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서울본부가 주최한 이 행사의 취지는 '평화와 통일을 위해 북한을 바로 알자'는 것. 하지만 무대 위의 두 여성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부자 3대에 대해 칭찬만을 늘어놓았다.

신은미씨는 '북한 지도자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김정일 사망 이후 만났다는 한 북한 주민의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저희는 장군님께 해 드린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희들이 달라고만해서 빨리 가셨습니다.' 그 말을 전하며 신씨는 "(그 말을 하는) 모습 속에 의심의 여지가 없더라"며 "사람들이 젊은 지도자(김정은)에 대한 기대감에 차 있고 희망에 차 있는 게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지도자가 나타나셔서 삶을 더 활기차고 발전적이며 생산적으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신씨는 "미국에서 왔다니까 '원수님 만나셔서 사진 한 장 찍으라'고 할 정도로 (김정은이) 친근한 지도자 같았다"며 "(우리나라는) 대통령님 만나려면 몇 개월씩이나 기다려도 못 만나는 그런 어려운 분"이라고도 했다.

 

 

 


 

 

전 세계가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대해서는 "그걸 한국 사회의 억울한 양심수와 똑같은 반열에 두고 이야기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북녘에서 사기·절도·폭력·뇌물은 굉장히 심한 자본주의 범죄"라며 "그럼 정치범, 사상범인 것이고 자본주의 물이 들어서 생긴 범죄"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인권에 대해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온 황씨는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볼 때는) 우리 잣대에 대해 의심해보고 뒤집어 생각하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황씨는 북한 조선노동당 창당 60주년인 2005년 10월 만삭의 몸으로 방북해 평양에서 딸을 낳았다. 대학생이던 1998년에는 한총련 대표로 밀입북해 88일이나 북한에 머물렀고, 이후 이적단체인 범청학련 남측본부 대변인 겸 부의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그의 노트에는 스스로를 '분에 넘치게도 장군님께서 아끼시는 일꾼'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재미동포인 신씨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총 여섯 차례 방북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북한 정권을 옹호하는 주제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이날 "종북이라는 구시대의 유물 같은 단어가 지금 같은 21세기에 아직도 통용되고 있다는 건 기네스북에 올라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선·신은미씨가 말한 북한의 인권과 사회.
두 사람이 그린 북한은 '누구나 인트라넷으로 드라마를 내려받아 보고, 초등학생도 휴대전화를 보며 평양 거리를 걸어 다니며 맥줏집엔 미남미녀가 잘 차려입고 드나드는 곳'(신씨)이었고, '세쌍둥이를 낳으면 노동신문이 보도하고 헬기를 보내서 산모를 데려올 정도로 나라의 경사로 대접해주고 아이들이 6㎏이 될 때까지 섬세한 제도와 마음으로 키워주는 곳'(황씨)이었다.

반면 한국과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서는 비하와 조롱으로 일관했다. 신씨가 "북한은 강이 엄청나게 깨끗해요. 4대강 사업을 전혀 안 해서"라고 하자 사회자가 "녹조도 없고"라고 받았다.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평양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로 수백명이 숨진 참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신씨는 "세계 어디에서나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엉뚱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신씨는 "탈북자 80~90%는 조국 북녘 땅이 받아준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북한 주민의 말을 인용, "자본주의 사회가 뒷골목에는 음식 쓰레기가 넘쳐나지만 그 한편에는 결식 아동과 노숙자가 있다는 것을 안다. 이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만5000원의 티켓 값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에는 100여명이 자리를 채웠다. 유치원생, 초등학교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 관람객과 가방을 둘러멘 청소년, 세월호 유가족 2명도 참석했다. 대학생이던 1989년 방북했던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깜짝 출연했다. 관객들은 황씨와 신씨가 북한 사회의 발전된 면모를 거론할 때마다 가벼운 탄성을 터뜨렸고 우리 정부를 비꼴 때면 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의 '공연'은 내달 11일까지 광주·대전·대구·전주·부산을 차례로 돌면서 진행될 예정이다.


 

출처=사회부 김민정 기자
출처=사회부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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