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외교관의 ‘평양 살이’…“칠흑 같이 어두워요”
이임 앞둔 2등 서기관 보리, 스웨엔 국영방송과 인터뷰
전력난
탓…“전기 주전자로 물 끓이는 데 1시간 걸려”
더 힘든 건 ‘고독’…반년 넘도록 친구 한명 못 사귀어”
북한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 2등 서기관 아우구스트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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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요. 칠흑같이 어둡죠.”
아우구스트 보리(30·는 평양을 이렇게 묘사했다. 전력난 탓이다.
가정집의 전기가 불안정해서인지, 간간이 켜진 시내 가로등 아래엔 어린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하곤 한다. 이런 환경에선
어디를 가든 손전등을 들고다니는 게 습관이 됐다는 게 보리의 말이다. 그는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의 2등 서기관이다.
지난해 9월부터 대사관에서 일해왔으며 곧 이임을 앞둔 보리가 최근
스웨덴 국영방송과 인터뷰에서 ‘평양 살이’의 고단함을 털어놨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북한전문 웹사이트
‘NK뉴스’(nknews.org) 등이 전했다.
보리는 “공급되는 전기의 품질이 형편없어서 130와트(W) 정도밖에
되지 않아, 컴퓨터나 텔레비전, 스피커를 사용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전구는 어둡고, 오븐 온도를 200도까지 올리는 데 2시간, 전기 주전자로
물을 끓이는 데 1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정전이 돼버리는 일도 잦다고 했다. 수도 사정도 나쁘긴 마찬가지여서, 그는 집에서 못한 샤워를 대사관
사무실에서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고독’이라고 보리는 말했다.
반년이 넘도록 친구 하나 사귈 수가 없었던 환경 탓이다. 대사관에 일하는 스웨덴 사람은 토르셸 스티에른뢰프 대사와 자신 뿐이다. 누군가 하나가
평양 밖으로 출장을 가면, 대사관에는 다른 한명만이 혼자 남는다. 보리는 지난해 성탄절을 그렇게 홀로 대사관에서 보냈다. “평양에 남은 유일한
스칸디나비아 사람이 저였어요. 부모님이 와주셨으면 했지만 (에볼라) 검역 규정 탓에 오실 수가 없었죠.”
일반적인 평양 시민들과 접촉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나마 유일하게 대사관
직원들을 만나긴 하지만 그들과의 교류도 여의치 않다. “아쉽게도 퇴근하고 맥주 한 잔 하러 가거나 할 수가 없어요. 저는 정말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는 “북한 사람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려고 하면, 그 사람은 내 집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외무성으로부터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리는 고기를 끊었다. 검역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존에 외교관 전용으로
판매되던 독일산 포장육을 구입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시중에 파는 고기는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고기에 어떤 동물인지는 표기가 돼
있는데, 동물의 어떤 부위인지는 표기가 돼있지 않아요.” 그는 고기 대신 계란으로 주 단백질 섭취원을 바꿨다.
그는 북한의 사회 양극화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평양 사람들과
시골의 대다수 사람들 간에는 분명히 격차가 크죠. 시골 사람들은 아주 가난하게 살거든요. 시골에선, 다른 나라였다면 기차나 승용차, 버스를 탔을
거리를 수십명의 주민이 걸어가는 모습을 하루 어느 때고 볼 수가 있어요.” 북한 사회의 경직성이 사회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인식도 내비쳤다.
그는 “스웨덴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고 있는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할 때에도 일찌감치 약속을 잡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며 “새로운 시도나 아이디어는
항상 깊은 의심을 산다”고 말했다.
북한 근무가 좋은 점은 없을까? ‘고독’을 힘든 부분으로 묘사한
그였지만, ‘적막’은 오히려 사색을 돕기 마련이다. “아무도 없고, 차도 없어서, 오롯이 혼자 스웨덴보다 널찍한 고속도로에서 자전거를 탔던
경험은 환상적이었습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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