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학적 언동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중앙대 석좌교수)의 튀는 행보와 그 배경을 놓고 김씨가 정치적인 야심에 빠져 있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정치권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김씨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방송과 기고 등을 통해 잇따라 여권을 찬양하거나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서 특정 정파에 대한 편향성을 드러내는 이유가 자신의 정치적 입신을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김씨는 헌법재판소가 수도이전특별법의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27일 친노무현 성향의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에 쓴 기고에서 위헌의견을 낸 헌법재판관들의 이름을 일일이 들며 “이들은 역사와 법률과 철학에 대해 근원적으로 무지했기 때문에 앞장서서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바보짓을 저질렀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김씨는 “재판관들의 이름이 자손만대로 불명예스러운 귀감의 가치를
전하도록 기억하자”면서 “이들은 동학혁명 이래 끈질긴 민본열망의 구조적 성취를 좌절시킨 ´갑신칠적(甲申七賊)’으로 기억하자”고 주장했다.
수도이전을 “우리 민족사의 필연”이라고 강변한 자신의 말이 불발로 그친 것에 분개한 듯 김씨는 이에 앞서 26일에도 같은 매체에서
“헌재가 헌법의 근원적 성질을 망각한 채 위헌결정을 내린 것이야 말로 헌법위반”이라고 주장하고 “헌재 재판관들을 탄핵하고 헌재를 해체시키는
조직적 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헌재의 권위를 부정하고 친여 세력을 부추기는 데 앞장섰다.
김씨는 이 기고문에서 헌재재판관들을
“평생을 일제식민지를 통하여 수용된 대륙법 계열의 성문법만을 우리나라 법질서의 근간으로 생각하는 성문법 전통의 옹호자로서 자처해온 사람들이며,
불문헌법적 유연성이나 유동성을 거부해온 자들”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뒤 “독재권력의 시녀노릇을 해온 자들이, 이제 와서 불문헌법 운운하며
자의적 권력을 구사하는 것은 참으로 가소로운 망발”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또 “재판관들이 아주 악질적인 정치적 모략을
획책했다”고 까지 비난하는 등 저명한 학자로 알려져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정제되지 않은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어느 네티즌으로부터 “거의 욕설에 가까운 말로 골수 노사모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김씨의 정권
찬양 언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종 활동을 통해 ‘지식엔터테이너’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자신을 내세우고 있는 김씨는 노
정권이 들어서자 “김대중 정부까지는 왕정이었고 노무현 정부부터 진정한 대통령제가 시작되었다”는 극한적인 ‘충성발언’을 했다. 그는 이후 기회있을
때마다 노 정권과 노 대통령에 코드를 맞춘 찬양 언행을 거리낌없이 해댔다.
"DJ때까지는 왕정, 노무현부터 진정한 대통령"
주장도
그는 지난 3월 국회가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의하자 “국회를 멍석말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김씨는 “현 정세는 동학혁명 때와 같다. 민중의 함성이 곧 헌법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도 필요없다. 헌재 판결을 기다릴 것 없이 민중이 분연히
일어서야 한다”는 발언을 해 “탄핵된 대통령을 구하기 위한 민중봉기를 선동한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지만 친여 세력과는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또 지난 9월에는 “조중동이 아무리 조져도 우리 민족은 잘 될 것”이라면서 여권의 언론관과 일치되는 언행으로
친여세력들과 코드를 맞췄다.
그의 이런 언행에 대해 정치권 인사들과 네티즌 사이에서는 “김씨가 너무 오버한다”는 비난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김씨가 여권 찬양발언을 통해 권력에 구애하면서 뭔가 거래를 하려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그는
정권을 찬양하는 언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권 실세들을 빈번하게 찾아다니며 교류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가 실세들에게
정책에 대한 조언을 하기까지 한다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그가 자주 만난다는 실세들의 구체적 이름까지 거명되기도 한다.
“김씨가 정권과 코드를 맞추면서 현 정부 내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이나 교육부 장관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있게 퍼지는
이유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동안 공석이던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 후보로 김씨의 이름이 유력하게 거명되기도 해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친 정부 성향의 소장 학자들 사이에서는 김씨를 원장으로 추천하려는 움직임이 일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26일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가 정문연원장으로 내정된 사실이 알려져 김씨의 정문연원장 이야기는 ‘없던 것’이 돼 버렸다.
한편 동양철학이나 사학계 등
학계에서는 김씨의 이같은 언동 때문에 그를 가능한 한 멀리 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해져 그가 ‘왕따’ 취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식적이고 뻔한 내용을 현란한 말로 마치 자신만 알고 있는 것처럼 떠들고 다닌다”고 비난을 하는 사람도 많다.
김씨에 대한 이런
평가는 그의 친형에 의해서도 확인됐다. 김씨의 형인 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 9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생이 정치권과 너무 밀착해
가는 것 같다”면서 “거리를 좀 두었으면 하는데 동생이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또 김씨의 방송 강의
등과 관련해서 “전공하는 분들을 만나 얘기를 들으면 그야말로 상식적인 것을 혼자만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더라”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맞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김 명예교수가 동생에게 내린 평가는 “매스컴에 나오지 못하면 불안해지는 강박증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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