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병직 (사)시대정신 명예이사장
토론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좌승희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일시 2012년 10월 25일 목요일
장소
(사)시대정신 회의실
토론주제
Ⅰ. 세계경제구조의 변화
Ⅱ. 과도기를 맞이한 한국경제
Ⅲ. 한국경제의 진로
세계경제구조의 변화
안병직 : 이번 특집주제가‘세계경제구조의 변화와 한국자본주의’입니다. 다소
엄청난 주제이기는 하지만, 글로벌리즘하에서의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움직임을 보자는 것이지요. 선진자본주의는 현재 저성장 속에서 재정위기나
금융위기에 빠져있습니다.
한국경제도 세계경제에의 의존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세계경제의 동향에 영향을 받아서 저성장으로 들어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는 그동안에 중진국 단계에서 선진국 단계로 이행하면서 저임금체제에서 고임금체제로 이행하고 경제의 체질이
선진국경제와 같아지게 된 점도 있습니다. 또 한국경제는 복지제도를 도입해서 소득
분배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하고 실업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되었습니다. 선진국경제와 한국경제가 당면한 이러한 문제들에 초점을 맞춰 토론이 진행되면 좋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에
대해 세 가지 측면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선진국경제의 구조를 규정하는 요인은, 첫째는 글로벌리즘이고, 둘째는 지식정보산업이나 서비스산업
중심의 발전이고, 셋째는 이들로 인한 경제적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복지정책의 실시가 아닌가 합니다. 우선 글로벌리즘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선진국경제의 탈공업화와 중진국의 공업화인데, 현재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하여 전 세계가 공업화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선 글로벌리즘이 가져오는 선진경제의 구조변화부터 논의해보기로 할까요.
이승훈 :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산업혁명은 18세기에 일어났어요.
산업혁명을 주도한 나라들은 소위 선진국이 됐지만 그것을 수용하지 못한 나라들은 계속 농경적 체제에 머물러 왔습니다. 산업혁명의 효과가 전 인류의
생산방식이나 생활양식을 일시에 바꿔놓은 것은 아니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산업화를 추진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산업화에 성공한 선진국에는
서비스산업, 고급지식집약적 활동, 농업, 그리고 제조활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공존하게 되었죠.
그런데 여러 개도국들이 산업화에 뛰어들면서
개도국에도 선진국 비슷한 고용구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중 개도국의 제조업 생산부문은 선진국의 저부가가치 제조업과 경쟁을 시작합니다.
선진국은 임금이 비싸므로 이 경쟁에서 집니다. 따라서 선진국 노동자들이 계속 저부가가치부문의 제조업 활동에 종사하려면 이들의 임금이 개도국
수준으로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하죠. 지금까지 일하던 저부가가치 제조업의 일자리를 잃고 만 선진국 노동자들은
연구개발(R&D)와 같은 고부가가치 노동을 감당할 능력이 없습니다. 선진국 인력이 전부 고급인력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고급인력은 고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능을 계속 수행하겠지만 저부가가치 제조활동에 종사하던 선진국 근로자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들이 저부가가치 노동밖에 못하는 한,
이들의 임금이 결국 궁극적으로는 중국 노동자나 인도, 브라질 노동자 수준으로 낮아져야 문제가 풀립니다.
그런데 선진국 노동자들은 그것을 거부하므로 선진국에서 양극화라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 것을
선진국 근로자들이 차지하고 있다가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우리도 하겠다고 개도국 노동자들이 나섰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글로벌리제이션은
세계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개도국의 빈곤퇴치를 불러오는데 선진국에게는 양극화가 되는 거죠. 문제의 본질을 아주 냉엄하게 보고 해결한다면 선진국
근로자들이 임금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돼요. 그것이 시장질서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선진국 인구의 다수는 근로자들이고 그 다수가
지배하는 민주주의 체제하에서는 사회복지로 뒷받침해주더라도 다수의 임금하락을 감당하지 못하므로 선진국이 딜레마에 빠
진 것이죠. 나중에 모든
개도국의 산업화가 완성되면 어떻게 될까요?
선진국 노동자 중에서도 중국의 노동자보다 실력 없는 노동자가 있단 말이죠. 그런데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가 그게 여의치 않게 되니 반발하죠. 그러나 긴 역사적 안목으로 보면 궁극적으로는 우여곡절을 겪기는 하겠지만 근로자의 국적에 상관없이
생산 기여도에 맞는 임금을 받게 되는 식으로 바뀌어 갈 겁니다.
좌승희 : 저도 상당히 공감합니다. 글로벌리제이션과 탈공업화는 글로벌 차원에서의
분업화의 재편이죠. 자연스럽게 전 세계가 분업화에 참여하는 건데, 말하자면 쇠퇴하는 산업에서는 구조조정이 일어나야 되고, 또 임금을 깎든가
하면서 조정해 나가야 하는데, 선진국에서는 그것이 어려운 거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예요. 기업들이 고용을 안 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방향은 결국 인력이나 임금을 조정하고, 산업
종류에 따라서는 사양화되는 섹터가 나오면서 그것을 조정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죠.
그래서 전반적으로 지난 50년 동안에 선진국의
사민주의 정치체제 속에서, 저는 이런 민주주의를 평등민주주의로 부르고 싶은데, 그 민주주의 속에서는 국가가 그러한 변화를 제대로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어려운 겁니다.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줄어들고 양극화 현상이 부각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산업혁명
이후에 앞서가는 국가가 후발국가에 계속 캐치-업(catch-up)을 당하는 과정을 보면, 무임승차(free riding)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봅니다. 사실 일본도 영국이나 서구를 무임승차 한 것이고, 한국이나 중국 같은 경우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험을 무임승차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후진국이라든가 후진 공업 국가들이 결과적으로 앞선 나라들의 성공 노하우에 무임승차하면서 선진국을 따라잡는
과정이 지속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선진국의 근로자들은 사실은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안병직 : 그런데 좌 교수의 무임승차라는 표현이 일리 있는 말이기는 합니다만,
저개발국의 성장원인에 대해서 오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정확히 표현하여 경제성장에 있어서 후발자가 선발자보다 유리하다는 뜻인‘후발자의
우위(advantage of latecomer)’나‘선발자가 제공하는 외부효과’라고 표현하면 어떻겠습니다.
좌승희 : 무임승차라는 말을 제가 선호하는 이유는 승객이 무임승차하면 무임승차 당하는
버스회사는 반드시 망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효과라고 그러면 그게 분명하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캐치-업 프로세스가 글로벌
산업재편 과정에서 일어나는
동시에 선진국의 사양 산업부문은 사민주의 정치체제의 특성상 구조조정을 못하기 때문에 서구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현진권 : 결국 글로벌리제이션이란 개방을 통해 시장이 하나가 되는 것 아닙니까.
글로벌리제이션으로 나타날수 있는 경제환경의 변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현
재의 금융위기나 재정위기 등을 보면,
우리나라와는 관계없는 하나의 세계적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굉장히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글로벌리제이션이란 환경변화가
국내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면을 하나 들고 싶고요. 또 하나가 시장이 하나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선진국은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산업이
이동할 수밖에 없죠.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산업, IT 산업 분야로 이동하니까 자연스럽게 탈공업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고, 아직 이러한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기술력이 없는 개발도상국에서는 공업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아까 좌 교수님이 말씀하셨듯이 시장이 하나
됨으로 인해 세계경제의 분업화 과정이 활발히 진행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시간이 지나 개방화 속도가 빨라지면 노동의 이동이
굉장히 자유롭게 될 거에요. 지금도 EU에서는 프랑스, 독일 등과 같은 개별국가가 가지는 의미가 거의 없지 않습니까. 스위스에 거주하면서 독일에
직장이 있고, 휴가는 프랑스로 갈 정도로 이동성(mobility)이 굉장히 자유롭습니다. 앞으로 개방화가 더 진전되면, 그러한 이동성이 대륙
간에도 자유로워지고, 교통수단의 발달, IT의 발달 등으로 그야말로 세계경제가 하나로 되는 단계로 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세계의 개방화가 낳는 하나의 자연스런 결과가 소득불균형의 심화라고 봅니다. 지금보다 훨씬 소득불균형의 정도가 심해질 것인데, 그러한 현상을 너무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병직 : 현 소장께서는 글로벌리즘이라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고 선진국의
탈공업화가 일어나는 것도 일반적인 현상인데, 거기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생산요소가 이동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고, 특히 노동의
이동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현재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보더라도 외국인 노동자문제, 국제적 노동이동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일본에
있을 때 진보적인 노동경제학자들은 현대노동문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인 노동자문제라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현대에 와서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일 뿐, 외국인 노동력을 활용하여
글로벌리즘의 충격을 기본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들렸습니다. EU 같은 데서는 국경이 거의 허물어져 노동이동이 매우 자유스러워 보이기는 합니다만, 역시
국가 간에는 언어장벽이라는 것이 있어서 노동의 이동으로 글로벌리즘의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도 의문점이 많지 않은가
합니다.
김낙년 : 선진국의 탈공업화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면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공업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업의 비중이 준다고 할 때 생산 부가가치 면에서 줄어드는 면도 있고 취업자가
줄어드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취업자의 구성비 감소가 더 빠르게 나타납니다.
그 이유는 취업자가 줄어들어도 생산은 계속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조업의 경우는 기술발전이 빠르고 단순노동이 로봇이나 자동화기기 등으로 대체되다 보니 선진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취업자의 구성비가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그것은 요즘에만 문제가 된 것이 아니고 상당히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던 보편적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아까 안 이사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선진국의 경우 임금이 높다보니 표준화된 기술 등은 아무래도 임금이 낮은 후발국으로 이전될 수밖에
없게 되죠. 그렇게 되면서 선진국이 갖고 있던 생산력이 후발국으로 옮겨 가면서 선진국의 탈공업화가 점점 가속화됩니다.
이런 두 가지
측면에서 선진국의 제조업 비중이 줄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선진국의 탈공업화는 후발국의 공업화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지적한다면, 우리나라가 바로 그러한 후발국으로서 공업화된 나라인데, 이제는 중국과 같은 후후발국이 등장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과거 선진국이 겪었던 동일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1990년대 이후 중국과의 교역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고, 국내 자본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로 상당히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국내 제조업의 취업률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물론 기술적으로 앞선 부분은
중국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고용을 늘린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제조업 고용의 빠른 감소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탈공업화
현상이라고 하는 것은 글로벌리즘의 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터인데,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크게 변화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안병직 : 그래서 한국의 탈공업화 현상은, 방금 김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임금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선진국에서는 기술력이 높아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분야의 산업, 지식정보산업이나 서비스산업 및 높은기술을 요구하는 중화학공업이 남게 되지요. 중화학공업 부문이라고 하더라도 기술수준이 낮은 산업은
외국으로 이전되고 있습니다.
좌승희 : 스톨퍼-사뮤엘슨 정리(Stolper-Samuelson
Theorem)에 의해서 간단하게 정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교역이 일어났을 때 비교우위가 높은 산업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쓰이는 요소는 임금이 올라가고 비교우위가 낮은 산업에 상대적으로 많이 쓰이는 요소의 임금은 내려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탈공업화를 통해 선진국
제조공업의 비중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그 부문에 상대적으로 많이 썼던 미숙련 노동의 입지가 약화되고, 반면 지식서비스산업의 성장은 노동보다도
기술과 노하우를 갖춘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에 임금이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탈공업화,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산업화 경향이 선진국의 일반 미숙련 노동자한테 상당히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고, 신흥공업국(NICS)이나 후진국의 노동자한테는
상당히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교역에 따른 요소소득의 상대적인 변동에 대한 이론이 이를 통해검증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동의
완전한 이동이 안 되는 상황에서 축소되는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한테 훨씬 불리할 수 있다고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승훈 : 선생님 말씀대로 선진국은 결국 고부가가치의 지식집약적 산업,
서비스산업에 특화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그 고부가가치 생산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동력이 상당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을 위한 신종산업이
나타나야 선진국은 양극화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선진국의 산업은 지적하신 대로 지식정보산업, 서비스산업인데 서비스산업 중에서도 돈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는 개인서비스가 많지 않습니까. 일반 노동자들이 컨설팅과 같은 고급 서비스는 감당하지 못하더라도 별장관리나 차량 운전 등
개인서비스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습니다. 고부가가치 생산에 종사하는 계층의 소득은 더욱 높아질 것이므로 각종 개인서비스에 대한 수요 또한 크게
늘어납니다. 저부가가치 제조업에 종사하던 선진국 노동자들이 이러한 개인서비스 공급에서 활로를 찾도록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김낙년 : 서비스산업화라고 할 때 서비스산업에는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뭉뚱그려서 얘기하면 오히려 혼선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보통 선진국 경제가 서비스산업화된다고 얘기할 때 주로 염두에 두는
것은 넓은 의미의 지식산업 분야인데, 여기에는 높은 기술이나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서비스업은 다른 산업과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전체 경제의 성장을 이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늘어나는 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나머지 인력은 결국 방금 말씀하신 개인서비스업으로 갈 겁니다. 이들 서비스업이 느는 이유가 제조업의 경우는 생산이 늘고 임금이
비싸면 기계로 인력을 대체할 수가 있지만, 서비스업의 경우는 인력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많거든요.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과 같은 전통적인 서비스업이 거기에 해당하는 것들입니다. 이들 서비스업 중에는 앞선 기술을 도입하여 대규모화된 부분도
있지만, 대다수는 영세하며 거기에 종사하는 자들의 근무 여건도 열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서비스업의 종사자들이 줄기는커녕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들에게 달리 선택할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서비스업에는 이와 같이 크게 두 부류가 있기 때문에 서비스산업화가 진전된다고
하더라도 그들 사이에 임금격차가 벌어지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현진권 : 그래서 서비스산업 자체를 둘로 구분해서 체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한국에서 대체로 서비스산업이라고 하면 음식, 숙박, 도소매 등 일종의 단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업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숙련된 고도의
서비스, 우리가 이야기하는 선진국형 서비스업이라는 것이 바로 법률, 의료, 문화콘텐츠 등 지식기반을 통한 서비스업입니다. 사실 단순 서비스업에는
기본적으로 단순 노동자들이 종사하기때문에 이러한 노동자들의 성격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글로벌리제이션의 특징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노동의 이동인데 단순 노동자들은 노동의 이동성이 낮아요. 반면에 지식기반 산업인 IT산업에 종사하는 숙련된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노동의 이동이
상당히 활발하죠. 그래서 한국이 어떻게 보면 중간단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도의 숙련된 노동자들이 외국으로 상당히 많이 빠져나가지 않습니까.
외국에서 학위를 받고는 외국에 주저앉는다든지 해서 한국의 사회문제가 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을 나누어서 접근하는 것이 오늘의
논의에서 더 유익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좌승희 : 저는 자본주의 경제가 경직화되어 유연성을 잃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노동부문과 관련 있다고 봅니다. 노조활동이 생산성 이상의 임금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그 부문은 당연히 노사협력이 안 되고 경직화되지요. 어려움의
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노조 때문에 구조조정이 안 되는 측면이 많지 않습니까. 사실 우리는 그 길을 걸어왔다고 봐요. 따라서 우리는
개인서비스업을 확대해봐야 전부 저임금 부문이기 때문에 괜찮은 기업들을 노조나 규제 때문에 해외로 나가게 해서 선진국이 걸어온 하향 길을 따라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또한 노조활동이 기업과 상생해서 수출을 통해서 벌어들인 것들을 가능하면 국내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인가라는 차원에서 노사관계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끌고 가지 않으면 선진국이 걸어온 한계에 부딪치리라
생각합니다.
덧붙여 제가 보기에 지금 대한민국 학계나 정치계가 대체로 OECD 평균을 따라가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우리가
고민해야 될 것은 양극화가 어디서 오느냐 하는 것에 대한 OECD 국가들의 경험, 특히 잘 나갔던 국가들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조의 문제나 복지도 마찬가지죠. 지금 선진국의 재정금융위기는 모두 거기서 오고 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들을 좇아갈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노력을 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이것이 후발 주자들의 무임승차의 이점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이를
맹목적으로 따라 가고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봅니다.
과도기를 맞이한 한국경제
안병직 :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제에 대해서도 중간 중간 많이 언급이
됐습니다만, 선진국 경제를 중심으로 의견을 교환해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했던 선진국 경제의 문제도 현재 한국경제가 당면한 문제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한국경제가 중진국 단계를 벗어나면서 선진국으로의 과도기적 단계에 진입한 것은 제가 보기로는 87년의 민주화가 아닌가
합니다. 민주화의 직접적인 영향은 노동운동의 활성화로 고임금체제가 정착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는 섬유업을 중심으로 하는
경공업이 쇠퇴하고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중소공업은 해외로 많이 이전하여, 결국 한국경제는 지식정보산업, 서비스산업 및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중화학공업으로 그 중심이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경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진입했는지 그 과도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경제에 한해서는 상당히 선진국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면서도 선진국과 한국의 경제구조가 다른 점은, 한국경제는
도시를 중심으로 선진적 산업부문이 굉장히 발전되어 있는 한편, 농촌부문과 중소영세기업부문이 상당히 낙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한국경제도 선진화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김 교수는 어떻습니까.
김낙년 : 저도 우리나라는 고도 경제성장을 통해 후진국에서 벗어나 선진국에
빠르게 접근해 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빠른 경제성장이 실제로 개인의 소득을 얼마나 끌어올렸느냐의 관점에서 보면 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상당히 큰 차이가 나타납니다. 즉 외환위기 이전의 고도성장기에는 GDP 증가율과 개인소득 증가율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엇비슷하게
나타납니다. 특히 안 이사장님께서 말씀하신 87년의 민주화로 노동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을 때에는 임금을 포함한 개인소득의 증가가 GDP
증가보다도 상당히 빨랐습니다. 이것은 그동안 고도성장의 혜택이 전체 계층으로 널리 확대되고 있음을 뜻합니다.
그러던 것이 외환위기 이후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고 있는 거예요. 경제성장률 자체도 떨어졌지만 개인소득 증가율은 그보다 더 크게 떨어졌습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먼저 들 수 있는 요인은 근래 우리나라 무역의 교역조건이 불리해졌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무역구조를 아주 단순화시켜 보면 IT제품과
같은 공산품을 수출하는 대신 원유나 원료를 수입하는 것인데, 그러한 구조가 근래에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출품 중 특히 IT제품은
기술적 특성 때문에 성능이 높아져도 가격이 빠르게 하락한 반면, 수입하는 원유 등의 가격은 오히려 올랐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이
불리해진 셈인데, 그 결과 우리나라가 얻은 소득 증가율은 GDP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요인은 우리나라가 올린 전체
소득 중에서 개인이 가져가는 것보다 기업이 가져가는 몫이 크게 늘어난 거예요. 외환위기 이전에는 개인과 기업의 소득 증가율에 큰 차이가
없었는데, 그 이후 양자의 불균형이 커졌습니다. 그러다보니 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개인 소득의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거나 감소되기도 하는
상황으로 변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고도성장의 결과 이사장님께서 말씀하신 선진국과 같은 고임금체제로 어느 정도 접근해 왔다고 할
수있지만, 그 추세가 외환위기 이후 크게 꺾인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진권 : 이사장님께서 한국은 선진국이지만 시골이나 중소기업을 비교해 봤을 때
상대적으로 문제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것은 지역적인 문제와 기업의 규모에 따른 불균형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이런 것을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면 정부가 정책으로 개입을 해야 하는데요. 사실 이런 문제를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하는 환경에서 정부 개입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정책 효과성에 있어 한번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에 대한 대표적인 정책의 무리수로 드는 것이 지난 참여정부 때 공기업,
국책연구원 등의 지방이전입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공기업 한두 개 이전한다고 그 지방에 어떤 효과가 있겠느냐 하는 전망을
많이 했거든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현재 한국은 전체적으로 봐서 선진국이고, 시장경제의 원리가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심각하게 생각해서 정책적으로 개입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두 가지 점을
생각하면서 정책을 조정·접근해야 하는 것이지, 단지 이 현상만 가지고 정부가 개입해야 된다고 하는 정책방향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승훈 : 현재 IMF는 통계상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소송은 세기의 재판이었는데, 삼성이 소송에서 져서 카피캣(copycat)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세계 제일의 애플과 혁신을 다툴
정도로 우리 기업들이 성장했습니다. 유럽 등지에서는 같은 사안에 대한 판결이 뒤집어지기도 하고요. 삼성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 과거에는 일본의 소니 社처럼 벤치마킹하고 따라잡을 목표가 분명하게 있어서 일사분란하게 쫓아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목표가 없어져 버렸다는 것이죠. 소위 캐치-업이 끝난 기업들이 여럿 나타났어요. 선진국이 되었으니 그런 기업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그 기업들이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죠. 과거에는 정부가 개입해서 캐치-업의 길로 뒤에서 채찍질해서
앞으로 몰고 갔거든요. 돌이켜보면 캐치-업의 시대는 규제시대였습니다. 모든 캐치-업 국가가 캐치-업 단계에서 보인 정치체제는
권위주의(authoritarianism)였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메이지유신 직후의 체제는 민주체제가 아니잖아요. 이렇게 철저하게 정부규제로
기업의 캐치-업을 도모해왔는데, 캐치-업 할 상대가 없어지고 나니 창의와 혁신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런데 창의와 혁신의 본질은
자유이지 규제가 아니에요. 정부는 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 지금까지 하던 규제를 줄여나가야 합니다. 규제를 철폐하더라도 정부는 할 일이 많습니다.
캐치-업 단계에서 창의·혁신 단계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은 반드시 피해자를 양산합니다. 새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낙오자들을 도와주는 역할은 정부의
몫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산업구조조정과 같은 문제에서는 정부가 손을 떼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안병직 :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경제사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한국의
산업화과정은 선진국과는 좀 다른 특징이 있다고 봅니다. 선진국은 먼저 중산층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활발하게 발전을 하고, 그 토대
위에서 대기업이 발전하는 식으로 착실한 발전과정을 겪어왔다면, 한국은 본래 중산층이 없었는데 도시를 중심으로 근대적 공업이 발전하고 그 영향
아래서 중산층이 조금씩 성장해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승훈 : 일본의 역사적 과정을 보면 일본산업은 명치유신 이후에
자이바츠(zaibatsu, 財閥)가 주도한 것이 아닙니까.
안병직 : 일본의 경우는, 재벌중심의 경제발전도 보이기는 합니다만, 중소기업이
세계적으로 보아도 아주 튼튼하지 않습니까. 일본경제가 그러한 특징을 가지게 된 것은, 전통부문의 재래적 산업과 선진국으로부터 이식(移植)된
근대적 산업이 발전하는 복선적(複線的) 발전과정의 결과라고 합니다. 그 위에 일본은 산업정책을 워낙 치밀하게 전개했기 때문에 튼튼한 중소기업적
기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중소기업의 기반이 워낙 취약했기때문에, 중소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대기업의
하청기업으로서 발전한 것이라든지, 그렇지 않으면 국민경제의 규모가 커지는 사이에서 형성된 시장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하여 발전한 독립경영의
중소기업들이지요.
이들은 본래 기업경영의 노하우를 축적한 계층의 출신자들에 의하여 담당되는 경우는 드물고, 근대적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든지 상공업에 종사해본 경험이 일천한 사람들이라든지 농민출신들이 담당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중소상공업은,
자본과 기술의 축적이 빈약한 것을 한편의 특징으로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선진국에 비하여 중소상공업자의 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통계로 제시된 것은 대개 80만 정도라고 하는데, 중소상공업자가 세계적으로 봐도 너무 많은 편이 아닙니까. 이 교수께서는
산업경제학을 연구하신 분이니까 혹시 이러한 영세 상공업자에 대한 특별한 산업정책을 써볼수 있는 여지는 없겠습니까.
이승훈 :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이 선진화 되었다고 말씀드린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에
상당히 많은 대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수준으로 발달해 있어서 더 이상 캐치-업 시대의 방식으로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라는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모든 부분을 캐치-업식 규제로 다루는 데서 해방시켜줘야 할 부문이 생겼다는 말씀이고, 정부의 산업정책과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 완전히 없어졌단 말씀을 드린 건 아닙니다.
김낙년 : 장기 통계를 보니 선진국의 경우 제조업의 취업자 비중이 과거에 완만하게
늘어나 정점을 지난 후 서서히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80년대까지 제조업 비중의 상승이 외국에 비해
상당히 빨랐는데, 이를 후발국의 선진국 따라잡기가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90년대 초를 정점으로 하여 이번에는 거꾸로
제조업 비중 하락의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이 속에 중소기업을 포함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다행히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는 계속되었고, 그 결과 무역의존도가 높아져 왔는데,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지 않습니까.
그 결과 전체 수요 중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었지만, 수출이 유발한 고용의
창출은 거기에 크게 미치지 못합니다. 즉 수출증대가 고용에 미치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가 별로 보이지 않고 있는 셈인데,
거기에는 고용의 큰 부분을 담당해온 중소제조업의 부진이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가 한국경제가 당면한 중요한
과제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승훈 : 질문이 있는데, 애플은 미국 내에서 스마트폰 생산을 안 하거든요.
그러면 애플이 미국에서 제조업 취급 받습니까, 서비스업 취급받습니까? 우리나라도 노사분규가 아주 심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제조업체가
생겼어요. 설계와 디자인만 해서 외부에 발주하고 납품받은 물건을 판매합니다.
애플의 경우 근로자가 많다고요. 연구개발, 디자인, 세일즈
등에 종사하는 인력뿐만 아니라 소송 때문에 변호사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공장만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애플이 통계상 제조업으로 취급되는지
궁금합니다.
김낙년 : 그렇다 하더라도 통계상으로 제조업으로 분류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제조업이라고 한다면 생산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고용의 주력이 되겠지만, 조립을 담당하는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게 되니까 제조업의 근로자 구성이
위쪽보다는 아래쪽이 홀쭉한 과분수(過分數)처럼 된 셈이죠. 이것이 좀전에 이야기한 선진국의 탈공업화 현상의 한 형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좌승희 : 이건 좀 예단 같은 이야깁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선진국은
서비스업으로 이행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사실은 다른 나라의 제조업이 받쳐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현재 우리나라도 서비스업에 대해서 주로
얘기하지만, 제조업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경제를 단편적이 아니고 전일적(全一的), 유기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서비스업
육성정책을 보면, 그 부문만 들여다보고 앉아있어요. 산업을 구조조정하려면 새로운 경쟁력있는 자본이 투입되어야만 합니다. 새로운 자본이 투입되지
않으면 개선책이 안 됩니다.
안 이사장님께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냐 하는 어려운 질문을 주셨는데, 일본의 경제발전은 기업성장사로 보는 것이
확실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일본은 도쿠가와 시대에 이미 많은 중소자영업자들이 있었고, 개항을 하면서부터는 선진국 기업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업을
성장시켰습니다. 자이바츠의 성장과정이 일본경제의 발전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렇지만 일본은 우리와 다르게 바탕이 어느 정도 있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위에서 조립기업을 만들고, 그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중소기업이 만들어졌죠. 그래서 아직도
중소기업이 낙후되어 있어요. 제가 볼 때 강한 경쟁력이 있는 대기업 섹터는 어느 정도 선진국과 비견할 만한 수준에까지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김 교수님이 제기했던 양극화 문제는 이렇게 봐요. 개발연대에 수출주도를 하는 기업에게 많은 정책적 지원을 하면, 기업이
그 수출수익을 전부 국내에 재투자합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이 활성화되고 고용이 늘어나고 서비스 부문이 다시 발전하는 것이 사실 80년대
중후반까지 지속됐습니다.
그런데 이후의 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수출을 해서 얻은 수익을 국내로 가져오지 않습니다. 물론
글로벌리제이션이라는 전략적인 측면도 있지만 대기업들이 대한민국에 투자할 필요나 매력을 느끼지 않습니다. 대기업이 수출을 해서 번 돈을 해외로
가지고 가면 수출과 내수가 분리되는 거 아닙니까. 아무리 수출해봐야 내수가 안 늘고, 중소기업수요도 늘지 않고, 고용도 안 늘어납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가 정책적으로 조장되어 왔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해결책은 대기업이 국내에 투자하도록 하는데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도록 하는 것과 관련해서 한 가지 말씀드리면, 제가 경기개발연구원 원장을 오래했기 때문에 아는데, 경기도에 현재 빈 땅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수도권규제 때문에, 다소 과장하면 대기업이 공장을 1인치도 늘리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 다음은 노조문제에요. 삼성에 노조가 없으니 문제 있다고 하지만, 삼성이 노조를 안 만들기 위해 지불하는 기회비용이 노조가 있는
경우 이상이겠지요. 노사문제 때문에 사람을 안 쓰려고 해요. 이런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지엽적인 방법으로는 양극화 해소가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다음에 강한 대기업 몇 개가 경쟁력 차원에서 보면 선진국 수준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늘 하는 이야기가‘9988’이 있지
않습니까. 중소기업의 수가 99%이고 88%가 중소기업 일자리라는 것 아닙니까. 더구나 30대 그룹을 놓고 보면 사실 10대 기업과 20대
기업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사실 전부다 하향평준화되어 있어요. 그럼 중소기업은 어떻습니까. 역시 모두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지 않나요.
중소기업이 성장을 멈춘 지는 이미 오래되었지요. 현재 기업 생태계가 아주 급속도로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고 봐요. 삼성, 현대 등 몇 개 대기업
빼고는 모두가 중소, 중견기업화되어가는 이런 구조를 계속 만들어 가는 것이 소위 말하는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정책이라고 봅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무성한데, 재미있는 것은 전두환 정부가 출범하면서 제일 먼저 내건 정책기조가‘정의사회구현’입니다. 그리고 노태우
정부는‘분배정의실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1987년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이 들어온 것은 이미 대한민국의 사회 분위기가 그랬다는 거예요. 지난
20년 넘게 경제민주화를 열심히 했더니, 모두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셈이죠. 대기업을 규제할수록 양극화가 심화되는 악순환을 겪어온 셈인
겁니다.
안병직 : 우리나라에서 지식정보산업과 기술수준이 높은 중화학공업이 발전함으로써 요즘
연구개발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의료와 교육부문에도 엄청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들 산업이 발전함으로써 발생하는 노동력 수급의 불균형에 대해서는 경제정책만으로 전면적으로 대처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모든 노동력을 고급인력화하는 데에는 자연히 한계가 주어질 수밖에 없고, 그리고 기술발전에 따른 노동력 수요의 급격한 감소문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장래에 현대자동차에서 50만대의 자동차를 증산하는 데 무인공장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한
모양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하이테크산업을 중심으로 산업화가 진행되면, 자연히 노동수요가 고급인력에 집중하면서 그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여러 가지 산업발전의 특성 때문에 소득불평등이나 양극화의 문제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단순한
경제정책적인 대응만으로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이 어려워 보입니다.
좌 교수가 말씀하셨듯이 노조문제에도 자유경쟁의 원리를 도입해서 모든
노동참여자들로부터 근로의욕을 이끌어내기도 해야겠지만, 복지정책 등 사회정책적 대응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경쟁에서 낙오하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은데, 이러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역시 복지국가라는 대안을 가지고 구조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이승훈 : 지금 기업형 슈퍼마켓(SSM, Super Super Market)
법이 있지 않습니까. 전통적 도소매업은 저급일자리를 많이 수용하고 있는데, SSM은 이 군살을 뺀 것이거든요. 사실 현재 낙후된 유통업에
불필요한 인력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 인력을 얼마나 감축할 수 있느냐에 따라 유통업의 혁신이 일어나는 것인데, 모든 혁신의 방향은 그런
저급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그런데 저급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은 고급능력을 요구하는 다른 일자리에 적응할 수 없어요.
말씀하신 대로 거기서 탈락하는 사람들을 돌봐주는 복지제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방향이 어디냐.“ 당신들은 계속해서 우리가 복지혜택을
제공해 줄 테니까 먹고 살아라.”이렇게 해서는 안 되죠.“ 당신들은 임금을 좀 더 잘 받을 수 있는 업종에 갈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길러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 정부가 도와주는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단면적으로 도와주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
변화하는 추세에 적합하게 스스로를 적응시켜 가는 걸 도와주고 보조해 주는 쪽으로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진권 : 자연스럽게 세계경제의 변화와 우리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정부의
역할문제로 들어왔습니다. 일단 그러한 환경변화에 따른 현상을 소득불균형 또는 요새 양극화 문제로 이야기하는데,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봐야
되느냐 하는 시각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지식인 사회나 언론은 소득불균형이 악화된 것을 나쁜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전
그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서두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글로벌리제이션으로 불균형화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고, 시대적인 글로벌리제이션을 막을 수
없듯이 소득불균형 역시 막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정부는 전체의 소득불균형에 대해서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잘 나가는 사람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죠.
정부가 나름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빈곤층에 대해서 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빈곤층을
전체 국민의 10%정도로 잡고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 정책의 역량을 집중시켜야 합니다. 대한민국 전체 100%에 대해서 정부가 좀 더 개입해야
된다는 것은 필요조건, 충분조건도 아닌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많은 경우에 불균형 그 자체를 굉장히 나쁜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런
시각차가 제가 볼 때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이승훈 : 불균형을 나쁜 것으로 보는 이유는 저소득 계층이 부당하게 천대받고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겁니다. 상위 소득계층이 정당한 방법으로 소득을 가져간 게 아니라 말하자면 착취해 갔고, 저소득층은 그 피해자라는 생각이
아직 있어요.
안병직 : 양극화나 소득불평등의 문제에 대하여 도덕적으로 대처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현 소장의 말씀은 좌 교수의 노동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공짜로 복지수당을 주어 노동인센티브를 빼앗아 버림으로써 오히려
소득분배나 양극화를 악화시킬 수가 있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소득불평등이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있는
그대로 볼 필요가 있는데, 김 교수가 그동안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연구해온 것으로 압니다만, 우리나라의 양극화와 소득분배 악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김낙년 : 소득분배에 관한 지표로서는 지니계수라든지 5분위 배율과 같은 것이 있는데,
모두 통계청이 가계조사에 의거하여 산출하고 있습니다. 가계조사는 1만 개에 조금 못 미치는 가구를 샘플로 선정하여 그들의 소득과 지출을 조사하는
것입니다.
현재에는 비농가의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지만, 과거로 거슬러 가면 도시의 2인 이상 가구에 한정하거나 근로자 가구에
한정하였기 때문에 전체 가구를 대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관성 있는 소득분배 지표가 짧습니다. 이들 소득분배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불평등도는 국제적으로 볼 때 양호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소득세 자료를 이용하여 상위 1%(또는
0.1%나 10%)가 전체 소득의 몇 %를 차지하고 있는가를 추정하는 연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득집중도는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소득불평등이 비교적 낮은 유럽이나 일본의 수준에 가까웠지만,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상승하여 최근에는 소득불평등이 높은 영미형의
수준으로 빠르게 접근한 것으로 나옵니다. 두 자료의 소득불평등 지표가 이렇게 차이 나는 것은 통계청의 가계조사에 상당히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가계조사의 경우 샘플로 선정된 가구는 가계부를 써야 하는데, 20%의 가구는 응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주로 최상위 또는
최하위 소득층일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추론됩니다. 실제 가계조사의 원자료(raw data)를 검토해 보면, 최상위 소득층은 대부분 누락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계부를 쓴 가구의 소득을 집계해 보면, 이자나 배당 같은 금융소득은 국세청이나 국민계정에서 파악된 것의 5%
정도에 불과합니다. 가계부를 쓴 가구의 경우에도 소득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니계수에는 세금의 부과와 이전 지출을
포함하기 이전과 이후의 두 가지 기준이 있는데, 이전의 기준에 따르면 최근 한국의 지니계수는 OECD 국가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옵니다.
이것은 믿기 어려운데, 실태를 반영하기보다 가계조사 자료의 문제로 인해 소득불평등도가 과소평가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소득세
자료에 의한 소득불평등 지표가 보다 신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에 따르면, 특히 주목되는 점은 소득불평등의 추이가 90년대, 특히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확연히 달라졌다는 겁니다.
그 이전에는 상층이든 중하층이든 소득증가가 비슷한 속도로 나타났기 때문에 성장과 비교적 양호한 소득분배가 양립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이와 같은 유형의 성장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즉 최상층으로 갈수록 소득의 증가율이 더 빨라졌고, 중층의 소득은 정체하였으며 하층으로 갈수록 실질소득의 감소폭이 더 커지는 양상이
나타납니다. 저도 소득세 자료 등을 이용한 추정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소득불평등이 근래에 급속히 악화된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제성장이‘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성격을 강하게 띠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앞에서 논의하였던 중국과의 교역 확대를 포함한 글로벌리즘의 영향과 그로 인한 우리나라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구조의 재편이 놓여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을 주로 중하층의 소득 증가를 억제한 요인이라고 한다면, 다른 한편 최상층의 소득
증가를 가속시킨 요인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에서 영미식 기업 지배구조가 부분적으로 도입되고 성과주의적 보상체계가 빠르게
확산된 것이 그것입니다. 이와 같이 최상층 소득의 빠른 증가를 낳는 요인과 중하층의 소득 증가를 억제하는 요인이 동시에 나타난 셈인데, 그 결과
최근 15년 동안에 소득불평등의 급속한 확대가 나타난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진권 : 저는 소득분배를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저는 수업시간에
이와 관련한 문제가 나오면 학생들에게“빌게이츠가 한국에 귀화하려고 하면 찬성해야 하는가 반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합니다.
확실한 것은
빌게이츠가 한국에 오면 우리나라의 소득불균형은 심화될 것이라는 거죠. 현재 한국의 지니계수가 0.33정도 되는데, 빌게이츠를 받아들이면 아마
0.4정도 될 겁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빌게이츠를 받지 말아야죠.
제가 이야기하는 핵심은 소득분배라고 하는 이 인덱스 자체가 정책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서 너무 큰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사실 양극화라는 말도 똑같은 개념인데요.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의 소득 불균형이 가장 악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소득의 양극화라는 말을 쓰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어요.
소득의 양극화(income polarization)라는 용어는
계량경제학 연구논문에 나올 만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용어입니다. 이것은 지니계수가 하나의 인덱스로서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것입니다. 소득이
양쪽으로 몰리면 실제로 악화됐지만 지니계수는 개선된 것으로 나올 수 있어요. 이것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polarization index거든요.
굉장히 학문적인 용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양극화라는 말이 보편화되어 있는데, 사실 이 양극화라는 용어의 출처는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서
나왔습니다. 이후 좌우할 것 없이 모든 진영에서 양극화라는 말을 쓰는데, 제가 이 양극화라는 말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이유는
말자체가 굉장히 투쟁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를 양극화라고 진단하는 그 순간에 극과 극이 화합될 수 없기 때문에 한쪽은 벌을 내리고 다른
한쪽은 복지 등으로 개입을 해야 하는 것이죠.
소득불균형의 심화 또는 악화같은 표현은 좋아요. 그렇지만 양극화라는 말은 굉장히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쓴 용어이기 때문에 그런 용어를 쓰는 순간에 바로 정책 방향이 함축하고 있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양극화는 어찌
보면 과학적인 접근을 할 때는 조금 지양해야 할 그런 용어이고, 너무 자주 사용하게 되면 정책방향을 논의하는 데 있어서 편향된 생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좌승희 : 그래서 저는 의도적으로 하향평준화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미국이
5% 정도의 인구로 전체 세계경제 GDP의 약 20% 가까이 창출하잖아요. 그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는 경제가 가장 소득분배가 나쁘다는 사실을
어떻게 볼 거냐 하는 겁니다. 미국 사회는 그렇게 소득의 차이가 있지만‘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것이 있는데, 노력 여하에 따라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열려있기 때문에 열린 사회이고 다이내믹하게 가는 것입니다.
한편 소득분배가 안정적이라고 꼭 좋은 사회냐 하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유럽의 경제는 정체된 경제지요. 역동성과 이동성이 없는 정체된 사회에서 소득분배는 안정적일 수 있죠.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김낙년 : 저도 지적하신 문제 때문에 양극화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지만,
소득불평등에 관한 제 논문이 신문에서 보도될 때에는 양극화에 관한 논문이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회의 소득불평등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계층 간 이동 가능
성(mobility)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경우 소득불평등이 높은 사회이지만,
말씀하신 아메리칸 드림으로 얘기되듯이 만약 개인의 노력에 따라 계층 간 상향 이동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비록 불평등도가 높다 하더라도 이를
용인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개천에서 용 난다”는 얘기가 있듯이 계층간 이동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고 생각해 왔는데, 근래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이동 가능성이 점점 막혀가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계층 간 이동 가능성이 실제로 어떻게 변해 왔는지는 앞으로 연구를 통해 구명할 과제이지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 또한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이 계층 상승을 위한 가장 중요한 사다리로 인식되어 왔는데, 그것이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것은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교육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것은 교육을 통한 인적 자본의 확충이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진로
안병직 : 지금까지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동향에 대하여 말씀을 나누어
보았는데, 앞으로의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진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요즘 한국경제가 무척 어려운 것 같은데, 마침 대선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경제에 관한 이야기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건설이라는 두 가지로 집약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민주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습니다만, 거기에는 크게 보아 두 가지의 내용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공정경쟁에 관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 이외에도 경제민주화로 이야기되고 있는 문제들은 많습니다만, 한 마디로 말하여 실행 여부와는
관계없이 표가 될 만한 메뉴는 다 올라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간단히 손댈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으로
봅니다. 여기서 순환출자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데, 거기에 손댈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경기를 보아가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손을
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바로 손댈 수 있는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정경쟁에 관한 문제인데, 공정경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손댈
분야가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생을 위해서는 동반성장이라는 공동체적 협력의 문제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이러한
문제들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해주시지요.
이승훈 : 지배구조는 문제 삼지 말자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것까지 포함해서 모기업과
하도급 사이의 관계까지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모기업은 가격협상력이 강하죠. 여러 중소기업들이 같은 부품을 가지고 와서 납품을
하는데, 가장 가격이 낮은 중소기업에게 납품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 아닙니까. 그것을 납품단가 후려치기, 횡포라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실제 제 친구가 당한 경우입니다. 모 대기업에 한 200억 원 정도를 납품하는데, 그 대기업 임원이 공장을 짓고
어떤 부품을 생산하면 사 준다고 해서 한 20억 원을 들여 공장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공장을 완공하고 나니 그 임원의 말이 사업계획이
바뀌어서 못 사주겠다는 거예요. 소송을 하면 승소해서 20억 원은 보상을 받겠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200억 원 어치의 납품은 끊겨버리니까
벙어리 냉가슴을 앓을 수 밖에요. 현행법제도에 따라 피해배상을 받아봐야 오히려 그게 손해거든요.
이런 시스템으로 돼 있는 상태에서는
대기업은 상습적으로 위의 예와 같은 횡포를 자행한단 말이죠. 그런 짓을 못하게 하는 장치가 징벌적 배상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20억 원을
부당하게 손해보았는데도 200억 원 납품사업 때문에 피해보상청구를 포기해야 할 경우 피해의 15배인 300억 원을 배상하게 만드는 벌칙 시스템을
도입하면 모기업이 그런 행동을 못하는 것이죠.
재벌의 일감몰아주기도 그렇습니다. 현대자동차가 현대모비스에서 좋은 부품을 사가는 것이
일감몰아주기는 아니죠. 현대자동차가 현대모비스에서 부품을 조달받아서 현대자동차가 손해보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상한 짓을 하면서 돈을
빼돌리는 것은 일감몰아주기가 되고 회사의 자산을 빼돌려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터널링(tunneling)이 되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이 경우에도 소액주주들이 집단소송을 해서 해결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 하는 이유는 집단소송이 금지되어 있기도 하지만
소송비용보다 손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삼성에버랜드 사건에서 소액주주들이 주주로서 소송을 벌였는데, 온갖 비용 다 들어갔어요. 이들이
승소해서 임원들이 회사에 손실 끼친 금액을 돌려주도록 판결 받았는데, 그 금액을 주식 수로 나눠보니까 소송을 제기한 개별 주주에게는 원가도 안
나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소액주주운동과 같은 명분을 내건 운동가들이나 소송을 제기하지 아무도 소송을 안 한다고요. 이런 문제도 징벌적
배상제를 활용하면 대기업 스스로 알아서 할 거라는 겁니다. 순환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제도 금지 등의 법으로 하기 전에 기업에서 판단해서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이 옳을 거 같아요.
한마디만 더 보탠다면 GE가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를
인수할 때, RCA의 기업시가총액이 GE의 1/3이었어요. 그런데 RCA 주식을 100% 매수했어요. 왜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100%를
인수했을까요?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RCA와 GE는 겹치는 유사 업종이 많은데, 경영권을 가진 GE는 RCA 주주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소송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의무공개 매수를 주장하는 의견이 있는데, 징벌적 배상제도만 도입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좌승희 : 지금 동반성장, 대중소기업협력이 가장 큰 이슈인데요. 저는 이
문제를 접근하는 학계나 정치계의 문제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협력, 특히 이익을 공유하거나 수익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본을 공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시장에서 자본을 공유하지 않은 기업 간에 이익을 공유하는 것은 배분기준에 대한 협상과
합의과정에 따르는 높은 거래비용 때문에 쉽게 행해질 수가 없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이 되려면 지분을 공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놔야 합니다. 협력 중소기업의 경영을 컨트롤할 수 있는 정도의 지분을 대기업이 가질 수 있어야 같은 운명체가 되어 수익이 나면 그
지분에 의해서 나눠가질 수 있고 기술투자도 같이하게 되는 겁니다. 정부는 시장을 통해서‘독립된 기업 간에 무언가 왔다갔다 하는 식으로 봐줘야
한다’는 콘셉트로 접근하는데, 기본적으로 성립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수익에 대한 기여가 무엇이고, 얼마인지 알아내고
합의하는 데는 너무나 높은 거래비용이 들기 때문이죠.
그럼 대한민국에 대자본과 중소자본이 협력할 방법이 전혀 없느냐 하면 있습니다. 있지만
상당히 제한적이에요. 현재는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을 막는다고 해서 대기업이 다른 기업의 지분을 30%이상 가지면 공식적으로 그 대기업의 계열사로
편입되고, 그에 따른 각종의 책임과 의무를 해야 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아주 골치 아프고 감당이 안 되니까 대기업이 30%이상의 지분을 안
가지려고 하죠. 30% 이상 안 갖는다는 이야기는 그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거예요. 그런데 경영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거래선을 통제할 수도 없어 언제 다른 대기업으로 거래선을 바꿀지도 모르는 기업한테 정부는 계속 기술을 전수하라고 합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그 기업을 컨트롤할 수 있고, 해당 기업을 통해서 수익이 나면 서로 나눌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협력할 의향이 생기는
것이죠.
제가 보기에는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을 막기 위한 정책과 제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본협력을 막는 장애요소로 작용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진정으로 대기업, 중소기업 간 협력을 활성화하려면 계열사 규제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안병직 : 좌 교수가 말씀하신 것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익을 공유하려면 자본을
공유해야 하겠습니다만, 자본을 공유하게 되면 거기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대기업이 자기 산하의 모든 하청기업에
대하여 자본참여 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생하려면 공정거래를 제대로 하는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공정거래의 룰을 제대로 만들 것인가가 중심적인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이승훈 : 공정거래 과정에서 여러 기업이 같은 부품을 납품할 때는 값이 제일
싼 게 팔리는데, 그것을 납품단가 후려치기라고 몰아붙이면 안되는 거죠. 기본적으로 저는 납품단가 조정신청권, 단체의 협의권 도입 등은 기본적으로
반시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낙년 : 말씀하신 것처럼 결국 공정거래 질서를 엄정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재벌 기업에 조사를 나갔다가 협조를 안 해서 사실상 문전박대 당하다시피 한 적이
있었잖아요. 이를 보면 재벌 기업이 공정위를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은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위 출신자들이 나중에 대기업에 취직해서 로비하는 일이 빈번한데에서 알 수 있듯이, 감독기관이 감독을 받는 기업들로부터 사실상
포획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공정위가 불공정 거래를 하는 기업을 제대로 감독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중요한데, 그러한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재벌이 공정위를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겁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벌 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제는 공정거래법을 그 취지에 맞도록 엄정하게 집행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이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징벌적 배상제도까지
도입하면 대기업이 공정거래 질서를 위반하는 경우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겠지요. 재벌이나 대기업이 공정위를 무서워하도록 하고, 스스로
공정거래 질서를 지키도록 하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기본적 방향이 되어야 하는 데, 현재 그런 것이 안 되어 있다 보니까 여러 가지 딴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안병직 :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는 두 가지 종류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원청-하청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동종업종 간의 경쟁관계일 것입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서로 경쟁적이기 때문에
협조관계는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을 제한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되는 것 같습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공생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에 어떻게 올바른 협조관계를 구축하느냐가 관건으로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원청-하청관계의 형성과정을 보면 우선 수출대기업이 발전하고 대기업에 부품이나 원료를 납품하는 벤더로서의 중소기업이 발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습니까.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하청기업으로서의 중소기업은 본래 자본과 기술의 축적이 빈약하다 보니 처음부터 대기업에 여러 면에서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그 때문에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경우도 많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대기업의 종속하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도 많아질 수밖에
없지요. 여기에서 대기업이 횡포를 저지를 수 있는 소지가 많아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기업의 횡포를 막으려면 궁극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자본과
기술의 축적을 강화하는 도리밖에 없는데, 중소기업이 자본과 기술을 축적하기 이전에 대기업과의 공정거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정거래의 룰을
정하여 엄격하게 시행하는 것이 한 가지 방도이겠고, 다른 하나의 방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생관계를 기초로 하는 어떤 공동체적 관계를
확립하는 일, 즉 요즈음의 말로 동반성장의 방안도 구상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저질러진다고 하는 이른 바
대기업의 횡포가 얼마나 심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기업은 엄청난 이윤을 내는데 비해 중소기업은 이윤율이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고, 그
존재조차 위협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윤율의 격차가 어디에 기인하는지는 간단히 밝힐 수가 없어 보입니다만, 하여튼 중소기업이
몰락하면 대기업에게도 이로운 일이 아닐 것이니, 공정경쟁의 룰과 동반성장 방안은 검토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승훈 : 아마 핵심문제는 결국 기술일 겁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달리니까
기본적으로 거기서 약해지는 건데, 선생님 말씀하신 대로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높아지면 모기업도 좋지 않습니까. 그런데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대기업이 무임승차하든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그 성과를 모두 가져가는 구조라면 성과가 없을 것입니다.
좌승희 :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안 이사장님 말씀대로 기본적으로 대기업의
필요에 의해서 중소기업이 생겨나서 대기업에 종속된 관계에 그러한 문화가 깔려있는 것이죠. 그런데 제가 이해하기로는 지금 대기업의 1차 벤더와의
관계는 상당히 개선돼서 큰 문제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벤더가 다시 2, 3차로 내려갈수록 더 문제라는 것입니다. 사실 2, 3차 중소기업 간의
관계가 더 심각하다는 거죠. 그런데 대기업이 그 모든 것을 감시하지 못합니다. 벤더들 간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아까 이야기한대로 공정거래법도
엄격히 집행해야 하고, 종속적 문화를 바꾸는 것도 필요한데 단기간에 쉽지는 않을 거 같아요. 중소부품회사가 거래 대기업을 법적으로, 공개적으로
공격하고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아까 이야기한 대로 2, 3차 벤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접근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이게 사실 지금까지 우리가 중소기업 지원정책으로 한 거 아닙니까. 부품소재 기업육성, 중소기업 육성 등을 했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차별화 정책을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성장과정을 보면 잘하는 기업을 지원했는데,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잘 하는
중소기업에게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모든 중소기업에 1/n로 지원되거나 잘하는 기업은 지원을 못 받아요. 제가 수년간 주장하는 것이 중소기업을 줄
세우고 잘하는 중소기업이 더 클 수 있도록 지원을 하라는 것인데, 이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은행은 박정희 시대에
관치였지만 그 일을 철저히 했어요. 오늘날 은행은 지점장이 책상머리에서 결제해 주지만 중소기업의 상황을 잘 모르고 대출해주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이게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하되 철저하게 성과중심으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터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한다고 말은 하면서 돈은 계속 1/n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1/n로 하는 것이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것은 알지만, 이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이승훈 : 금융지원은 워낙 도덕적 해이가 팽배하기 때문에 사실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요. 중소기업을 지원하되 성과를 평가하고 평가결과를 추후지원에 계속 반영해야 합니다. 지원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원정책의 성과에 대해서도
평가해서 효력이 없으면 버리고 효력이 있는 새로운 정책을 마련해야 하죠.
좌승희 : 당연하죠. 정부지원금은 한도가 정해져 있어서 그 이상 주지를 않아요. 이런
시스템을 바꿔서 분명히 성과 있는 중소기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정부가 지급보증 같은 거 할 때도 그렇고, 감독기관도 이런 원칙을 잘
준수하도록 감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안병직 : 여러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니 우리나라의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들의
도덕성이나 전문성을 제고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게 없는 한, 제도를 개선한다고 해서 그것이 제대로 적용되기가 어려워
보이는군요.
김낙년 :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1/n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차등화해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저도 동의하지만, 그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 박정희 정부 시절에는 금융을
규제하여 저리 자금을 만들고, 이를 기업에 배분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수출실적이었지요. 수출실적은 세계시장에서 테스트를 받은
결과이기 때문에 그 기업의 실력을 평가하는 좋은 잣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수출실적이 얼마인지는 손쉽게 알 수 있어서 부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고 집행비용이 저렴합니다. 그리고 실적에 따라 지원을 차등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게는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지요.
그렇지만 초기 중화학공업을 지원할 때에는 이러한 수출실적과 같이 명확한 기준을 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을 지원할 때 어떤 기준으로 선별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안병직 : 명확한 지표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일본인의 경우 공해방지의 구호로“물을 살리자”는 말을 내거는데, 이것은 물을 살리려는 노력이 공기를 정화하려는 일 등과 연동한다는 인식
때문이지요. 아주 확실한 지표를 설정하게 되면 일이 간단해져서 실천하기 쉽습니다. 우리나라의 금융배분이 잘 이루어진 것도 수출금융이 중심을
이루고, 수출이라는 지표가 워낙 분명하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니까 앞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이것저것 손댈 것이
아니라 중요한 맥점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좌승희 : 산업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모든
국가가 산업정책을 하지만 대부분 실패하잖아요. 실패하는 이유는 사변적인 지표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나온 성과를 기준으로,
분명하게 수익이 나면 지원하는 겁니다.
현진권 :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똑똑합니다. 똑똑하지만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냐하면,
기본적으로 정부 지원금이라는 것은 1년 단위로 나눠주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어차피 정부지원의 효과라는 것이 1년 안에 나타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R&D 같은 것은 성과를 보이기가 진짜 힘들죠. 그런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공무원 입장에서 가장 좋은
방식이 1/n로 나눌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이승훈 : 지금 바이오산업에 R&D 비용이 엄청나게 투입되는데, 아직까지
성과가 하나도 없답니다. 거기는 지원해주지 말아야 한단 말이 많이 돌아요.“ 지원을 중지하면 우리나라 바이오 과학은 끝인데,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 줄 알고 지원을 끊느냐”,“ R&D를 하다보면 실패할수도 있다”고 항변한다고 듣고 있습니다. 성과가 좀 늦게 나오는 것인지, 아예
실패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1/n로 하는 것 아닐까요?
현진권 : 우리나라에서 엄청나게 R&D에 정부지원금을 투입함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수상자가 못 나오는 이유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실패하도록 놔둬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좌승희 : 그러니까 중소기업지원도 그렇게 해야 할게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대기업 얘기를 좀 더 하면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그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배구조문제나 투자문제는 좀 다르다고 봅니다. 계열사 수의 경우도 계열사 수가 많아서 나쁘다는 것은 어디서 그런 논리가
나왔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순환출자 등 출자나 투자문제도 대개 보면 기업이 새로운 분야, 위험분야에 뛰어들려면 집중적인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계열사들이 함께 출자나 투자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런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물론 지배력 강화를 위해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요.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이 지금 자기가 하는 업종만 열심히 하면 안 됩니다. 결국 전통 산업의 많은 경우는 다 중국한테
넘어가요. 현재 IT산업이 좀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새로운 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출자총액규제나 순환출자규제가 장애가 될
경우도 있겠지요. 이런 점을 고려하면서 그런 문제에 대해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승훈 : 그러니까 순환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제도 시행, 금산분리 시행 이런
식의 탑다운 방식의 규제형식으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좌승희 : 순환출자문제에 대해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한 잠재적
피해자는 순환출자 사실을 모르고 해당 회사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순환출자 사실을 시장에 공개하면 돼요. 이건 투자자 보호의
문제입니다. 돌아가면서 순환출자하니까 실제 자본이 부실한데 모르고 투자했다가 손해 보는 거 아닌가 하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감안하여 재무제표
공시를 강화하여 투자자가 판단할 수 있게 하면 됩니다. 증권시장에 공시해서 이 회사는 이렇게 순환출자하고 있다고 알리면 되는
거예요.
그리고 출자총액규제는 반드시 없애야 하고, 금산분리는 은행에 대해서는 엄격히 하되 비은행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하게 접근해도 된다고
봅니다. 비은행에 대해 금산분리를 우리처럼 엄격히 하는 나라는 별로 없지요.
이승훈 : 사모펀드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 마찬가지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합니다.
좌승희 : 은행은 특별하다고 보는 관점이 있기 때문에 엄격할 필요가 있지만,
비은행권 쪽은 제가 볼 때 사실은 특별하게 지분규제를 할 필요가 없다고 봐요.
안병직 : 모기업과 친인척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에는 엄청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정기업을 거명할 수는 없지만, 하청계열기업이라고 하지만 기업규모가 엄청난 회사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하청기업이
주로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했다면, 거기에는 상속세의 회피문제와 일반주주들에 대한 배임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청기업의 대주주가 모기업
소유자의 피상속인인 경우, 피상속인은 모기업이 주는 특혜로 엄청난 재산을 축적할 수가 있는데, 이 경우 모기업의 지배주주는 일반주주의 재산을
하청기업으로 빼돌리는 배임행위를 저지르게 되는 것입니다. 간단한 일감몰아주기만으로도 엄청난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수
있지요.
이승훈 : 그래서 저는 정부가 나서기보다 그런 행위 때문에 손해 보는 주주들이
제기하는 징벌적 배상제도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재벌총수가 현재의 순환출자와 금융기관 출자를 통하여 거대한 그룹을 보유하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경쟁력의 바탕을 확보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그 구조를 통해서 빼돌리거나 탈세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합니다. 그러니까 후자의 위험은
없애고 전자의 이익은 살려두려면 빼돌리고 탈세하는 것으로 손해 보는 사람이 직접 나설 수 있도록 해 놓으면 됩니다. 이들은 전자의 이익은 해치지
않으면서 후자의 위험만 막으려 할 테니까요.
안병직 : 현대자본주의는 주주가 지배하는 주주자본주의로부터 경영인이 지배하는
법인자본주의로 이행되었습니다. 법인자본주의는 주주가 그 회사의 소유자이기는 하지만, 경영의 의사결정은 경영자들이 행하는 것이
아닙니까.
법인자본주의에서는 이사회가 회사를 지배하게 되는데, 이사회의 구성원들은 그 회사와 관계가 깊은 주주이기도 하고 전문경영인이기도
하지요. 회사의 경영은 이사회에 의하여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지게 되는데, 경영인이 경영성과를 가지고 경영에 대하여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승훈 :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구조적으로 재벌총수가 55%의 의결권을 장악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황제경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1% 지분을 가지고 어떻게 그렇게 황제경영을 하겠습니까.
안병직 : 그렇습니까. 역시 이 교수는 산업조직론의 전공자라 한국재벌의
지배구조를 구체적으로 잘 알고 있군요.
이승훈 : 말하자면 1% 지분밖에 안 가지고 있는 총수가 나머지 경영을
잘하니까 다른 주주들이 지지를 해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가 아니란 말이죠.
소니가 왜 삼성에 밀렸느냐에 대해 일본학자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IT산업은 변화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하죠. 그래서 그때그때 기민하게 몇 조의 투자를 할지 말지를 결정 해야 하는데, 당시 소니는
세계 제일의 기업 아니었습니까. 자신의 위치가 확고하면 사실 모험을 할 필요가 없어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올 때 방대한 투자를
해야 되는데, 쓸데없이 모험을 했다가 자리에서 날아가기보다는 어떻게 하는지 보고 투자하자 했는데 삼성이 제일 먼저 한 겁니다.
그런데
삼성은 거기에 투자를 해서 실패한다 하더라도 구조적으로 이건희 회장의 지위는 요지부동입니다. 그러나 소니회장은 단박에 물러나야 하는 거예요.
그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기민하게 투자를 할 수 있었겠느냐 하는 것이죠. 그 얘기는 삼성전자가 지금 우리나라 재벌구조 때문에 그나마 오늘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도 되거든요. 즉 기업한테 맡겨둬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좌승희 : 기업한테 맡겨두라는 이유는 그 지배구조가 그 사회의 문화와 여러
가지 제도적인 장치를 복잡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의 지배구조가 가장 최선의 지배구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안병직 : 알겠습니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가 되었으니 복지제도의 도입에
관해서 좀 이야기해볼까요. 각 정당이 제시하는 복지제도의 내용은 분명합니까.
좌승희 : 복지문제는 첫째 절대로 보편적 복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복지를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지출하되 거기에도 인센티브 구조가 작동하는, 소위 차별화된 복지제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획일적인
복지는 도덕적 해이의 온상이 되기 때문에 취약계층에 복지를 제공하더라도 그들이 복지혜택을 통해서 스스로를 개선하고 자기향상을 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복지와 일을 병행하는 복지를 한다고 말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 일정한 수준 이하이면 획일적으로 가는 복지를 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하향평준화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드시 같은 처지에 있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지원을 차등함으로써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장치를 통해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미국에서
하고 있는 근로장려세제가 우리가 좀 더 광범위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는 제도가 아닌가 합니다. 지원을 하더라도 그 사람이 자체적으로 노력을 해서
소득을 더 얻으면 인센티브를 주면서 점점 더 많은 혜택을 받게 하는 시스템인데, 미국에서 1970년대 초반에 도입이 되었는데 상당한 기간 동안
거의 무용화 되었다가 최근에 와서 상당히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한 3년에 전에 도입을 했는데 아마 그렇게 활성화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그런 새로운 동기부여로 선진국이 걸어온 실패과정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하는데 그런 점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승훈 : 동네에 자주 가던 빵집이 있어요. 어느 날 갔더니 주인이 기운이
빠져있어요. 굉장히 성실한 사람입니다. 그래서“왜 그래요”하니까 옆에‘파리바게트’가 온다며 어떻게 하냐는 거예요. 그래서“파리바게트가 오면
파리바게트보다 더 빵을 잘 만들면 되지 뭐가 걱정이냐”고 그랬더니,“ 내가 어떻게 파리바게트를 당합니까”라고 하더라고요. 몇 블록 떨어진 곳에도
빵집이 있는데 서로 연합해서 한번 노력을 해보라고 했더니,“ 먹고 살기 힘들고 빵 만들기도 바쁜데 어떻게 그럽니까”라고 그래요.
가만히
보면 지금까지 잘 살았는데, 앞으로 그렇게는 살 수가 없는 상황이 됐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지금까지 잘 살았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살면 안
되냐 하는 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결국 옛날식으로 계속 좀 편하게 살고 싶은데 그것이 안 되는 세상이 원망스럽고 재벌과
제도가 나쁘다는
식으로 불평이 가더라고요. 제가“당신 집에 손님이 안 오는 이유는 당신이 옛날식의 빵을 만들어서는 손님이 안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그러니까 손님들 오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요”라고 이야기 했는데 결국 그 사람은 다른 데로 이사를 갔습니다.
시장이 과거에 하던 식으로는 더
이상 먹고 살 수 없다는 신호를 자꾸 줄 때도 계속 과거식으로 먹고 살도록 정부가 보호를 해줘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이 사람처럼 보따리 싸서
다른 방도를 찾게 만들어야 하는 건지, 전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좌승희 : 그 후자가 바로 개발연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지난 60년을
놓고 보면 초기 30년과 그 이후의 30년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변화가 일어났냐
하면 정부와 정치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봐요. 그러니까 초기 30년은 정말 자조적으로 자기실패를 자기 탓으로 생각하지 남 탓으로 돌리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새마을 운동의 기본정신이었죠. 정부의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정책과 제도가 이런 국민을 만들어냈습니다.
제가 보기에 특히
지난 20년은 자기실패를 자기 책임으로 안 돌리고 남이나 정부한테 돌리고 있는 것이죠. 정부가 신상필벌의 원칙을 버리고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을
더 우대한다고 하니 모두가 열심히 하지 않고 남 탓만 하고 있는 것이죠. 정부, 정치가 국민의 생각을 잘못된 방향으로 바꾸고 있는 거예요. 저는
유럽이 지난 50년 동안 바로 이런 일을 해온 것이 그대로 보이거든요. 그래서 유럽의 실패를 계속 따라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정치권에다 던지고
고민을 좀 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낙년 :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12%로 OECD
평균의 1/2 정도인데, 근래에 빠르게 상승해 왔습니다.
그리고 정치권의 동향을 보면, 여야 할 것 없이 복지를 대폭 늘리겠다고 공약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지출이 빠르게 확대되어온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선생님들이 이미 지적하셨듯이 복지지출이
정말 필요한 곳, 가야할 곳에 가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복지지출은 한번 지출되면 재원이 부족하다고 해도 지출
이전으로 되돌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계속 늘어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복지를 받는 쪽에서 보면 열심히 일해서 복지의 수혜대상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거기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큽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앞서 복지지출을 늘렸던 선진국에서 이미 모두 경험했던 것인데,
우리나라가 후발국으로서의 이점을 살려 복지지출에 따르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의 변천을 보면 고령화가 더욱 빨라지고 생산가능연령층의 비율은 급속히 하락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성장률의 장기적인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로 그러한 때에 사회복지지출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게 되는 셈인데, 이러한
딜레마를 고려하면 복지지출을 늘리더라도 그것을 효율적으로 집행해서 낭비를 줄이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현진권 : 정치권에서는 기본적으로 고부담 고혜택으로 할 것인지 안 그러면
저부담 저혜택으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조를 내놓으면서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복지 수혜 수준을 스웨덴만큼 받게 해준다고
하는데, 조세부담률이 우리나라가 20%고 스웨덴이 40%입니다.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국민연금을 포함하냐 안 하냐의 차이거든요. 그러니까
국민부담률로 하게 되면 한국이 25%이고 스웨덴이 거의 50%에 육박합니다. 기본적으로 스웨덴은 많이 내면서 많이 받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구조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를 안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보면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겁니다.
그러한 정치권 이야기말고 경제논리로서 우리가 과연 어떻게 나아가야 하느냐로 봤을 때,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많이 받고 많이
내는 북유럽 그룹과 적게 받고 적게 내는 그룹은 한국을 포함해서 일본, 미국이거든요. 그리고 중간계통으로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입니다.
정치권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복지확대 정책을 펴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복지제도 시스템하에서는 중간수준
이상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연금은 40년 후에 재정이 고갈돼서 국민경제에 주는 영향은 핵폭탄이 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국민이 부담하는
수준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복지문제가 정치권에서 핫이슈인데 국민으로 하여금 선택하라고 하면, 부담하지 않고 혜택은 많이 가져가려고
할 것이니, 빚내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국가부채가 올라가는데, 이 국가부채라는 인덱스도 사실 따지고 보면 굉장히 문제가 많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우 35% 라고 굉장히 양호한 수준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인덱스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국민연금의 미래에 오는 충당금 등을 모두
반영하지 않은 것이거든요. 공기업, 한국전력이나 LH공사 같은 경우, 특히 LH공사의 부채가 120조 원이 넘습니다. 이것이 결국 국가부채가
되는 겁니다. 이런 부분을 다 합하면 100%가 넘을 수도 있어요. 국제적인 IMF 기준에 의해서 만들어 놓은 기준에 의해서는 35%가 맞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민영화해야 할 많은 기업을 국가가 소유한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또 국민연금이 선진국은 부가 방식(pay as you
go)인데, 우리는 적립식 아닙니까. 은행에 예금해놨다가 찾는 식인데, 두 배로 이자 붙여 주겠다고 하면 당연히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죠. 그래서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구조를 국제기준에 안 맞지만 고려하게 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국가부채는 그렇게 안심할 수준이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정치권에서 얘기하듯 스웨덴을 벤치마킹하게 되면, 결국 재정건전성 문제가 무너져서 10년, 20년 뒤에 우리 역시
그리스처럼 될 수 있죠. 정치권에서 공약으로 제시하는 복지정책 방향은 우리나라의 실상과 괴리가 있습니다.
안병직 : 개발연대에는 노동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직업이나 직장의 유동성이 강해서
정리해고가 되더라도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기존의 직장에서 한번 도태되면 새로운 직장을 찾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취업의 환경변화를 정확하게 관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제가 1980년대 중반에 동경대학에서 유학중에 경험한
것인데, 그때 전화교환기를 자동으로 바꾸는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더라고요. 자동교환대로 바꾸면 교환수의 직장문제를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지요.
오늘날 우리나라도 이러한 어려움에 봉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업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안이하게 복지제도를 도입하면, 거기에는 그
나름의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습니다. 보편적 복지제도를 도입하면 복지재정의 확보문제도 있거니와 복지혜택이 과중되면 근로자들의
노동의욕을 떨어트린다는 문제가 있지요.
좌 교수가 강조하고 있는 사민주의의 실패가 바로 이것이 아닙니까. 대처와 레이건에 의한 신자유주의의
도입으로 과도한 복지제도의 폐해를 교정했습니다만, 서구의 사민주의자들은 복지제도와 근로의욕의 제고를 병행시킬 수 있는 길을 모색했습니다. 이것이
영국의 기든스에 의하여 주창되고 토니 블레어에 의하여 실천된‘제3의 길’입니다.
제3의 길은 과거의 보편적 복지제도에서처럼 소득을
평균적으로 나누어주는 것보다 임금을 획득할 수 있는 노동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는 모양입니다. 그러다보니 복지기금을 바로 소득으로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나 직업훈련 등에 투자하도록 강조하게 되지요.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이상 복지제도가 직접적으로 소득의 평균적 분배에
일조하도록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만, 일반교육과 직업교육에도 유념하여 복지제도가 노동력의 향상과 취업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깊은
고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니까 DJ 정부 때에 나왔던‘생산적 복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진권 : 우리 지식인 사회가 용어를 너무 추상적으로 사용해서 논쟁자체를
막아버리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복지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전부 빈곤층을 도와주는 것을 복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복지의 내부구조를 보면 서로 성격이 다른 세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분리해서 접근해야
합니다.
복지는 첫째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빈곤복지가 있습니다. 이것은 당연히 정부가 해야 합니다. 빈곤층을 위한 복지제도를 강화하자는
정책은 반대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두 번째 복지가 바로 국민연금,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험 복지입니다. 그런데 이 사회보험 복지는 지금
설계가 잘못되었는데, 특히 국민연금은 평균적으로 내는 돈의 두 배를 받게 되어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보더라도 미래에 펑크 날 수밖에
없거든요. 즉 2060년에는 기금이 완전히 고갈되게 되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러한 문제가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혁해야 할 중요한
복지정책인데, 이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거든요. 마지막 복지가 바로 사회서비스 복지입니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보육이나 반값 등록금,
간병 등 선별적 복지로 되고 있는 것을 보편적 복지로 하자는 것이거든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복지이슈는 이 세 번째 복지로,
첫 번째와 두 번째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를 이야기 하면 사람들은 전부 빈곤층 복지만 생각하고 있는데 실정하고는
굉장히 다른 겁니다. 그래서 그런 것을 구분해서 써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요.
또 이사장님께서 결국 복지가 교육과 연결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현재 우리나라의 예산 구조를 살펴보면 복지 부문의 투자가 12개 부분에서 가장 높습니다. 그리고 현 정부 들어와서 복지증가율이
다른 정부 때에 비해 가장 높습니다. 교육도 큰 범주에서 보면 복지 영역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복지 다음으로 가장 큰 예산이 교육입니다. 이
둘을 합하면 전체 340조 예산의 45%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현재 엄청난 재원을 쓰고 있고 상당한 자원배분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복지 확대 정책이 바른 방향인 양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좌승희 : 안 이사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에 덧붙이면, 저는 유럽의 상황을 보면서 이런
느낌을 받아요. 그 동안 복지의 특징은 창출된 부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봤을 때 앞으로의 복지문제는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사람이 부의 창출에 참여하게 할 것인가 인데, 그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봅니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재미있는 내용이, 케이크를 어떻게 공평하게 나눌 것인가에 대해 맨 나중에 남는 사람이 칼자루를 쥐게 하면 가장 공평하게
나눠질 것이고, 이게 분배의 원리라고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딱 떠오르는 생각은‘그럼 케이크는 누가 만들었느냐, 케이크는 어디서 났는가’하는
문제에 대해 책 전반에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케이크를 만드는 데 어떻게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더 큰 케이크를 만들고,
각자가 자기가 기여한 만큼 받아가야 할 거냐 하는 것을 고민하는 사회가 앞으로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아까
말씀하신 대로 교육은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교육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면서 그 방식이 바로 반차별방식으로 동기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낭비되고 있다고 봐요. 요즘 장학금이라는 것이 성적순이 아니라 가난한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장학금이잖아요. 반값등록금 문제도 반값등록금을
하려면 성적 좋고 공부 잘하는 학생이 반값등록금을 받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공부 잘하든 못하든 똑같이 반값 등록금을 해준다면 이것은
완전히 평등주의적인 교육정책으로서, 사실은 동기를 차단하고 돈을 낭비하게 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좋은 뜻으로 나눠주지만 실제로는 도와주는
사람을 주저앉게 만드는 복지를 하게 되는 셈이죠. 저는 학생들한테 지원을 하는 것이 아주 가난한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자식이라 하더라도 공부를 잘하면 장학금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에 투자한다는 것은 교육을 잘 시켜서 훌륭한 학생을 만드는 것이
기본인데, 대졸자를 많이 만드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봅니다. 복지를 하더라도 반드시 차별적인 인센티브가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고요. 동시에 일자리가 중요한 것 아닙니까.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면서 교육이 같이 가야 하겠죠.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은, 사실은
투자할 능력이 있는 기업들이 보다 더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까 말씀 중에 현대자동차가 사람 한 명도 고용하지 않는 투자를
한다고 하셨는데, 일자리 측면에서는 대단히 나쁘게 보이겠지만, 사실은 현대나 삼성이 1조 원을 한 사람도 고용하지 않고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그
1조 원은 결국 중소기업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고 고용을 창출하게 되는 것이지요. 네트워크 경제가 현대경제의 특징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사람 한명
안 쓰고 투자하더라도 그 투자 자체가 관련 중소기업이나 타 부문에 끝없이 고용을 창출하기 때문에 투자를 가능하면 늘리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합니다.
지난 참여정부 때 노 전 대통령이 TV에서 대기업이 투자해봐야 일자리가 안 늘어나니 대기업 투자보다도 중소기업이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삼성과 현대가 투자를 안하는데 어떻게 그 밑에 중소기업에서 일자리가 느는지 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경제를 네트워크화 된
전체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는데 환원주의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해서 일할 능력을 키워주고,
동시에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해서 함께 가도록 하는 것이 결국 경제발전을 이루고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복지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사회정책으로 해야죠. 저는 일할 능력이 전혀 없고 정말
국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은 지원을 통해서 연명시켜도 괜찮다고 봅니다.
그러나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는 일을 안
하는데 지원해 줄 것이 아니라 지원금이 그 사람을 일으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지속가능한 지원대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마디만
덧붙이면 복지제도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해도 국민들한테 주는 메시지는‘앞으로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죠. 자신이 어려울 때 국가가 도와준다는 메시지가 전달되면 당장은 안 달라지지만 세월이 갈수록 국민의 행동이 달라집니다. 제도가 한 번
바뀌고 세월이 가면 모든 국민의 행태가 바뀌는데 이것이 나비효과입니다. 국민들한테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절대로 복지혜택이 없다는 이야기를 같이
해야 한다고 봐요. 그렇지 않고는 선진국이 실패한 길을 결국은 따라가게 된다고 봅니다.
현진권 : 그런데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문제가 그것보다 심각한 것이거든요. 부자복지를
이야기하듯이 소득을 체크하지 않고 아이 있는 모든 가정에게 공짜 보육을 해주겠다고 합니다. 또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무조건 반으로 깎아주겠다고
하는데, 이것이 소득과 연결이 안 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승훈 : 그런데 보육의 경우 저는 생각이 조금 달라요. 왜냐하면 여성은
사회적 약자거든요. 여성이 가정에서는 강자지만 사회적으로는 약자입니다. 여자 CEO인데도 같은 능력을 가진 신입사원 후보 남녀 두 명 중에서 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면 남성을 뽑는다는 거예요. 출산, 보육 등으로 회사 일에 차질을 줄 것이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이러한 여성의 핸디캡은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보정을 해줘야죠. 보육은 일반적인 보편적 복지형식으로 부자라도 여성이라서 갖는 핸디캡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반값등록금은 달라요. 대학생을 사회적 약자로 볼 수는 없죠.
현진권 : 그런데 아이는 여성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키우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기본적인 단위가 가정이 되는 것이지 여성 개인이 아니거든요. 부부합산이 고소득인 가정에까지 정부가 공적으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안병직 : 조금 전에 좌 교수가 말했듯이, 복지국가가 실현되면, 국민들이 게을러질
염려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현재 이런 현상이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나라가 호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호주는 자연자원이 풍부하고 복지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직업능력에 따른 가처분소득의 차이가 아주 작나 봐요. 그러니까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게으른 편이랍니다.
그러한 현상이 어디서 전형적으로 보이느냐 하면, 공중화장실이 굉장히 지저분하다는 것입니다.
한국도 복지제도가 강화되면 국민들이 게을러지고
위생시설이 지저분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문화적 특질이 호주와 달라서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본은 복지제도가 어느 정도 정비되어
있는데도 국민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상당히 부지런하거든요. 한국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비교적 게으른 민족이었는데, 70~80년대로 접어들면서
엄청나게 부지런해졌어요. 생활형편이 조금 나아지니까 더 부지런해졌어요.
그 뿐만 아니라 생활형편이 나아질수록 교육열이 폭발적으로 강화되지 않았습니까. 한국의 교육열은 소득 중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로 볼 때, 세계적으로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육지옥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복지제도가 실현되면 교육열이 떨어질까요.
복지제도가 실현되면 국민들이 조금은 여유롭게 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여간 국민들이 더 부지런해질 수 있도록 복지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중요하겠습니다.
이승훈 : 왜 부지런해졌느냐 하면 돈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복지혜택을 받는
것이 돈을 버는 길이라고 생각되면 순식간에 게을러져서 복지에 의존한다는 말이죠.
좌승희 : 그때는 열심히 안 하면 대접을 못 받았죠. 정책이 사람을 바꾸는
거죠.
안병직 : 아직도 토론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았는데, 시간이 다되었군요.
앞으로 한국경제를 어떻게 이끌고 가야 할 것인지 조금 더 논의해야 합니다만, 이상으로써 생략할까 합니다. 여러분 장시간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