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향한 증오심의 마지막 발작(發作)을 지켜보며
조선일보 2007년 12월17일자 사설
국방부는 16일 기자들이
사용해온 기사送稿室송고실의 전기와 난방을 끊은 뒤 헌병을 동원해 기자들의 청사 출입을 막았다. 송고실에 남아 있던 일부 국방부 담당 기자들은
차디찬 냉골 송고실에서 촛불을 켠 채 기사를 쓴다. 경찰청은 지난 12일 날을 새우며 송고실을 지키던 기자를 거짓말로 유인해 밖으로 불러낸 뒤
송고실에 자물쇠를 채웠다. 경찰청은 청사 입구에 검색대와 차단문을 설치하고 義警의경들을 배치해 기자 출입을 통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후임이 될 새 대통령을 뽑는 대선 전날까지 대한민국 정부기관 내에 설치돼 있던, 기자들이 기사를 써서 본사로 보내는 이른바
송고실 폐쇄에 마지막 힘을 쏟아 붓고 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그 집념으로 집권 5년간 이 나라에 活氣활기와 活力활력을 되살리려 노력했더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생각하는 국민들이 한두 사람이 아닐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죽기살기식 취재통제 조치에 대해서는 여권
대선 후보까지 “몇 달 안 갈 국가적 낭비”라고 했다. 정상적 인간은 밑 빠진 시루에 물을 붓지 않는다. 바보가 하는 짓이다. 그런데도 밑 빠진
시루에 물을 담겠다고 계속 물을 붓는 사람은 주변의 소름을 돋게 만든다. 正常정상이 아닌 病的병적 鬼氣귀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정권의 마지막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人事인사에 불이익을 받을까 벌벌 떠는 공무원들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며 몇 달 뒤면 헛일이 될 송고실 폐쇄작업에
몰아넣고 있는 이 정권의 모습이 그렇다.
대통령 후보 때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한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을 향한 敵愾心적개심은 당선자
시절을 거쳐 대통령 임기 내내 暴言폭언, 모욕, 告訴고소, 신문법의 改惡개악, 似而非사이비 官製관제 언론 창간, 공무원 기고 및 인터뷰 금지,
정부 광고 게재 통제와 금지, 신문보급소 암행감사, 세무사찰, 송고실 폐쇄로 형태를 바꿔가며 일관되게 계속됐다.
대통령은 이
언론과의 전쟁에 청와대 비서실과 국정홍보처 등 자신의 손발을 앞세우고, ‘정권의 칼’ 노릇을 도맡아온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를 양옆에 거느리면서
全전 정부 조직과 全전 공무원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 對대언론 전투실적을 승진과 보직 등의 인사평가에 반영하겠다면서 공무원들의 등을 떠밀었다.
그 결과 정부 부처들이 언론중재위에 낸 중재신청만 해도 지난 10월까지 715건에 이르렀다. 김대중 정부 5년 동안 118건의 6배를 넘는다.
공정위는 영세한 신문시장의 거래질서를 잡겠다며 심야에 支局지국들을 덮쳐 과징금을 물리고 ‘100만 서명운동’에 ‘현상 手記수기 공모’까지
벌였다. 대통령이 앞장선 증오에 찬 이런 조치들은 헌법재판소에서 違憲위헌 판정을 받고 법원 판결을 통해 뒤집히는데도 5년 내내 바뀌지
않았다.
대통령의 비판 언론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심은 親친정권 신문과 방송을 향한 限量한량없는 베풂, 好意호의와 짝을 이뤘다. 이
정권은 정부 예산을 풀어 특정 신문의 배달을 맡아 줄 신문유통원을 설립했다. TV에 대해서는 방송의 소비자인 시청자들의 불만과 불평을 무시하고
프로그램 방영 중의 중간광고 허용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정권 5년의 언론정책은 偏執狂的편집광적 증오와 편집광적 호의의 極端극단을
시계추처럼 오갔다. 中道중도가 없었다. 인격적 未成熟미성숙의 대표적 증세가 증오와 애정의 극단을 오갈 뿐 중도가 없다는 것이다. 최고권력자의
중도를 모르는 집착은 狂的광적 추종자들을 量産양산해냈다. 김창호 홍보처장과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위시한 ‘사냥개 인간’들이
그들이다.
그들에겐 역사를 마주한 인간의 두려움, 상식을 거스르는 인간에게 따르는 부끄러움이 없었다. 송고실 폐쇄조치를 원만하게
처리하려 했던 국방부가 양정철 비서관의 국방 차관 방문 후 결국 自意半자의반 他意半타의반으로 폐쇄방침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그들의
활약상을 보여준다. 그들이 휘두른 채찍이 대통령의 엄명과 그에 따른 人事인사 위협이었을 것이라는 것은 묻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
일이다.
대통령 직속의 사냥개 인간과 짝을 이뤄 ‘역사에 없는’ ‘세계에 없는’ 언론전쟁을 짊어지고 나갔던 인간들은 권력의 눈짓에
세 배 네 배로 꼬리를 흔들며 應答응답했던 정부 내 ‘강아지 권력자’들이다. 이택순 경찰청장, 추병직 전 건설부 장관 등이 대표적 얼굴들이다.
이들은 권력자의 對대언론 폭언을 따라 더 높은 소리로 짖고 對대언론 보복조처에는 누구보다 민첩하게 앞장을 섰다.
역사의 페이지는
넘어간다. 아무리 미친 밤(狂夜광야)이 더디 가더라도 언젠가는 제 정신의 새벽이 오게 돼 있다. 정권의 마지막 고갯마루에서 기자실에 대못질하는
소리를 우리는 미친 밤이 물러가며 발버둥치는 소리로 들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긴긴밤이 끝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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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가 누군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때 48시간 쉴새없이 탄핵반대 선동 방송을 지휘한 사람이다. 정연주가 누군가. 국민 세금과 시청료를 받아 대한민국 건국 元勳원훈들을 親日派친일파로 모는 드라마를 공영방송 전파에 띄워 보내며 이 정권의 대한민국 정통성 否定부정 캠페인의 先鋒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정연주가 누군가. 이 정권 386 實勢실세들의 反美반미 코드에 맞춰 남미의 독재자 차베스를 新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투사로 치켜세우며 한국이 본받아야 할 모델로 그린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내보내 惑世誣民흑세무민했던 사람이다.
정연주가 누군가. 여당의 노무현 후보와 야당의 이회창 후보가 맞섰던 2002년 대선에서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으로 야당 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를 ‘神신의 아들들에게나 돌아가는 혜택’이라고 몰아붙였던 인물이다. 그는 야당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가 불법 부정의 특혜라고 고발했던 김대업씨와 함께 당시 大選대선의 최대 功臣공신이었다. 그의 활약상은 시중에서 ‘左좌대업 右우연주’로 회자되기도 했다. 물론 야당 후보 아들 병역의혹은 조작 왜곡으로 밝혀져 훗날 김대업씨는 유죄선고를 받고 服役복역했지만 정연주씨는 KBS 사장으로 2006년 연임까지 성공하며 승승장구했다.
정연주가 누군가. 남에겐 “미국 국적 취득은 특수계급의 특권적 행태”라고 호통을 치면서도 미국 살던 자기 두 아들의 병역면제 서류를 직접 駐美주미대사관에 접수시켜 병역을 면제시켰던 사람이다. 두 아들의 미국 시민권 취득 사실도 공개됐다. 정연주가 누군가. 2002년 총리로 지명된 장상씨 아들의 미국 국적 취득이 문제되자 “특권적 행태를 보이는 인사가 고위직에 갈 수 없다”고 썼으면서도 자기 아들 미국 국적 취득과 병역면제에 대해서는 “그게 KBS 사장 자리를 내놓아야 할 문제냐”고 뻗댔던 인물이다.
정연주가 누군가. 2005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아들이 미국에 내린) 뿌리를 뽑아 (한국으로) 옮긴다는 게 불가능했다. 아들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했던 정씨의 큰아들은 그가 이런 말을 하기 석 달 전 이미 한국에 들어와 삼성전자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아들이 병역의무와 국적을 버렸던 이유를 만들기 위해, 곁에 데리고 살면서도 마치 떨어져 있는 것처럼 “아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연극을 서슴지 않았던 사람이다.
정연주가 누군가. 2006년 11월 KBS 사장에 연임된 그를 KBS 노조가 “낙하산 정연주는 KBS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고 막자 지하주차장 出口출구로 차를 진입시켜 ‘출근’에 성공했던 인물이다. 정연주가 누군가. 그는 2005년 2년 내리 적자가 예상되자 사원들에게 자신을 포함한 임원진 임금의 20% 삭감과 “뼈를 깎는 반성”을 약속했다가 이듬해 1월 이사회에서 6개월 동안 삭감 반납했던 임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해 받아냈던 인물이다.
그 KBS 사장 정연주씨 입에서 “오만한 권력, 지배하려는 권력에 대해 가차없이 비판해야 한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말이 타락했다 해도 이럴 수는 없다. 국민을 아예 눈 멀고 귀 먹은 것으로 취급한다. 정말 두려움을 모르는 인간이다. 국민이 무서운 게 뭐라는 것을 가르쳐 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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