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소개 "소용돌이의 한국정치"
황천수 2014.01.09. 12:28
'소용돌이의 한국정치'는 제목 잘 못붙여 흥행에 실패한 것 같다. 제목은 (내용을 자세히 보고싶게) 궁금증을 자아내야 한다. 고정 관념을 뒤집거나, 촌철살인의 표현이어야 한다. 대충 다 아는 내용이라는 느낌을 주는 제목이 최악이다. 이 책이 그렇다. 한국의 정치적 역동성은 다 안다. 이 제목이 연상시키는 것은 이 것이다. 한국 정치와 사회를 '소용돌이'로 표현한 것은 모든 인자들이 원자화된 상태로, 위로, 중앙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내면화된 계층 상승 욕구와 권력 지향성이 만든 정치사회적 동학을 소용돌이로 표현한 것이다. 이 책이 1968년에 출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 것은 첫째로,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 유럽, 남미 국가들과 남북한을 비교했기 때문이다. 둘째로, 한국의 역사를 깊숙히, 세밀하게 천착했기 때문이다. ... (통탄스럽다. 1980년대 초 나를 포함한 '386'이 '광주 '와 '해방전후사의 인식' 등을 보면서 피가 거꾸로 쏫는 느낌을 받았고, 한국 사회의 수많은 모순부조리--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를 1945~53년의 뒤틀린 역사에서 연유한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이 책을 봤더라면, 아마도 우리 역사와 사회와 정치에 대해서 훨씬 깊고 균형잡힌 인식을 가졌을 것 같아서다.) 소용돌이 현상이 생긴 것은, 첫째, 세계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한민족은 동질적이고 다른 가치(종교, 민족, 지역, 이데올로기 등)로 뭉친 중간집단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서울에 있는 중앙권력이 모든 인자들의 관심과 에너지를 빨아올릴만큼 강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권력 외에는 팔자를 고칠 마땅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조선조 이래로 국제 무역이나 상공업 억압 내지 미발달과 관련이 있다. 동시에 지방자치/분권에 대한 철저한 억압의 산물이다. 또한 권력이 삶의 구석구석까지 휘저을 정도로 깊숙히 아무곳이나 밀고 들어와 깽판을 치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이 놈의 유교(성리학)은 왕을 정점으로 철저하게 위계적인 질서를 강요해 왔다. 또한 다른 종교들, 가치들, 이데올로기도 억압되었다. 셋째, 일부 잘 난 사람이 아니라, 모든 인자들의 관심과 에너지를 빨아올리게 된 것은 조선 말기부터 신분제도가 완전히 박살이 나서, 천민과 아전등이 순식간에 지배 집단으로 올라오는 것을 대중들이 목도 했고, 해방 직후 들어온 민주주의 사상이 만인이 권력에 접근할 수 있고, 권력에 대해 할 말을 할 수 있는 것을 당연시 했기 때문이다. 소용돌이 현상을 만든 모든 조건은 변했다. 그런데 소용돌이 현상을 만든 핵심인, 서비스 맨쉽은 없이 모든 것을 쥐고 흔드는 권력의 성격 자체를 문제삼는 시각은 그리 넓게 확산되지 않은 것 같다. 이 권력은 제왕적 대통령과 양원제 국회 만이 아니다. 모든 행정(부처) 권력과 사법권력(검찰, 법원 등)과 언론 권력과 문화권력도 마찬가지다. 사실 국가 기구 전체다. 할 말 많지만 오늘은 바빠서 이만. 정말 훌륭한 책, 꼭 읽으시길. 절판 된 책이라, 헌책 방서 사서 읽었다. 아직 1/3도 다 못읽었지만 핵심은 50페이지에 다 있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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