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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비평] 언론인과 장사꾼

이강기 2016. 12. 18. 11:15

[언론비평] 언론인과 장사꾼


[우원재 | 칼럼니스트 ]

시대정신, 9/10월호, 2016년

뉴스룸의 새빨간 거짓말


사드(THAAD) 배치 관련 논의가 이슈가 되었던 지난 7월, JTBC 뉴스룸은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연일 비판적인 논조로 보도를 이어갔다. 그 절정은 7월 13일에 방영된 뉴스룸 2부 탐사플러스 코너의 리포트였다. 손석희 앵커는 “경북 성주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집중 보도해드리겠습니다”라며 리포트를 시작한다. “국방부는 사드에 인체 유해성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이 리포트를 보면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며, 이후 방영될 리포트가 사드의 인체 유해성을 증명한다는 암시를 하며 리포트를 틀었다.


그런데 리포트에는 정황과 추측만 난무할 뿐, 객관적 자료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 교가미사키에 있는 사드 레이더 기지에서 ‘굉음’이 발생하고 있고, 1km가 넘는 곳에서도 들린다고 하는데, 그 간단한 소음 데시벨(decibel) 수치 하나 나오지 않았다. 사드 레이더를 돌리고 있는 발전기 바로 앞에서 억지로 마이크에 담은 불쾌한 노이즈 소리뿐이었다. 이후 나온 것은 일본 내 반미시민단체의 시위 장면. 마찬가지로 ‘사드 레이더’의 유해성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자료는 하나도 없었다. 레이더의 전자파 영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가 레이더 회사가 만든 자료였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한 시민단체 회원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담아냈다.


리포트의 다음 장면에서는 아예 ‘거짓말’을 한다. 미국 기관지인 성조지(Stars and Stripes)에서 지난 1월 보도한 괌 사드 부대 관련 르포 기사를 소개하며 “발전기의 굉음이 작은 마을 전체를 덮어버릴 정도다”라는 문장을 인용한다. 또 성조지와의 인터뷰에 나선 사드 운영요원이 “이 지역에서 살 수 있는 건 두 마리 돼지뿐”이라고 말했다며, 사드 포대 근처에는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 보도한다. 원문을 찾아보면 이는 새빨간 거짓말임을 알 수 있다. JTBC에서 인용한 성조지의 기사는 아래와 같다.


Task Force Talon is in the process of establishing a permanent facility at Site Armadillo, which would allow the 110 THAAD soldiers to formally PCS to Andersen Air Force Base here with their families.
테스크 포스 텔론은 아르마딜로 구역에 PCS에서 앤더슨 공군기지로 가족과 함께 전속될 110명의 사드 관리병력이 머물 영구 시설을 설치하는 중이다.


Site Armadillo feels remote because it is. It’s in a jungle clearing miles from the main Andersen base, and the roar of a massive generator that could light a small town envelops all. The site is bounded by the densely wooded Conservation Area No. 50 on one side.
아르마딜로 구역은 외지로 느껴지고, 또 실제로도 그렇다. 그것은 앤더슨 공군기지로부터 몇 마일이나 떨어진 정글 속에 위치해 있고, 그곳을 가득 채우는 것은 작은 마을 하나를 밝힐 수 있을 정도로 큰 발전기가 돌아가는 소리뿐이다. 이 구역은 촘촘한 산림들로 이루어진 자연보호 50번 구역으로 싸여있다.


“The only thing that we know lives in there are two pigs, Pork Chop and Bacon Bit,” Slown said of the pair named by soldiers. “They’re pro-Army, yes sir.”
“거기에 살고 있는 건 돼지 두 마리, ‘폭찹’이랑 ‘베이컨 빗’ 뿐이에요.” 슬로운은 병사들이 돼지들에게 붙여준 이름들을 말했다. “걔들은 군인 친화적입니다.”


Despite the seclusion, Slown waxed lyrical about Task Force Talon’s future as a permanent station.
이런 격리 생활에도 불구하고, 슬로운은 테스크 포스 텔론의 영구 기지화 전망에 대해 매우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Even though we might have temporary soldiers out here, and our site may be temporary, we have a vision; we want soldiers to believe that this is the best place to be,” Slown said. “We say thatbecause we think we’re the Army’s and the air defense artillery’s assignment of choice.”
“지금 여기에는 임시 병력밖에 없고, 우리 구역도 임시적이지만, 우리에게는 비전이 있습니다; 우리는 군인들이 이 곳이 최고로 지낼 만한 곳이라고 믿기를 바랍니다.” 슬로운이 말했다. “이렇게 얘기하는 이유는, 우리는 여기가 육군과 방공포병부대 소속들이 자원해서 오는 선호 근무지라고 생각하거든요.”


Wyatt Olson, “Guam anti-missile unit’s main focus is North Korean threat”, January 10, 2016. Stars and Stripes. 번역: 우원재
(http://www.stripes.com/news/guam-anti-missile-unit-s-main-focus-is-north-korean-threat-1.388070)


원문 그 어디에도 사드 레이더의 유해성에 대한 내용은 없다. JTBC 리포트는 “성조지와의 인터뷰에 나선 사드 운영요원은 이 지역에서 살 수 있는 건 두 마리 돼지뿐이라며 사드 포대 근처에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라고 말했지만, 성조지와 인터뷰를 한 제프리 슬로운 중령(Lt. Col. Jefferey Slown)은 오히려 사드 포대가 있는 아르마딜로 지역이 얼마나 근무하기 좋은 환경인지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제프리 슬로운 중령은 사드 임시기지의 지휘관이자 아르마딜로 지역에 있는 사드 부대의 영구기지화를 작업 중인 테스크 포스 텔론의 책임자다. JTBC 측에서 자신의 발언을 완전히 거꾸로 왜곡하여 자신의 부대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는 어떤 기분일까?


일관된 실수들


JTBC의 해당 보도가 가진 파급력은 대단했다. ‘전자파 참외’ 등 출처가 불분명한 각종 괴담으로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이 상당히 시끄러운 상황에서 JTBC의 보도는 그 여론에 더 큰 불을 지폈다. 20대에게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이라는 손석희 앵커가 나와서 ‘사드 기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라는 리포트를 보도했으니, 사드 배치 예정지에 있는 성주 시민들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현직 총리와 국방장관이 직접 성주에 내려가 시민들을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날아온 것은 얼음 물병과 계란 세례였다. 성난 성주 시민들은 긴급 대피하는 그들의 길을 막으며 사드 반대를 외쳐댔다. ‘팩트’가 아니라, ‘의혹’, ‘괴담’, ‘추측’ 등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의도적으로 ‘공포’를 조장한 언론들이 만든 사태였다.


결국 현지시간 18일, 미군 괌 기지의 아르마딜로 사이트가 공개된다. 사드 기지가 외국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드 레이더로부터 1.6km(성주 성산포대에서 성산읍 간의 거리) 지점에서 전자파, 유해성, 소음 등 인체 유해성에 대한 공동조사가 실시되었는데, 인체유해성이 전무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되었던 전자파는 방통위가 전자파 인체 보호 기준치로 설정해둔 수치의 고작 0.007%에 그쳤다.


사드와 관련한 ‘선동’이 8년 전 광우병 사태와 똑같이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격분한 국민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JTBC는 그들이 저지른 문제적 보도 행위가 낱낱이 공개되며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JTBC는 최초 보도로부터 사흘이 지난 7월 17일 ‘오역’ 실수에 대해 발표한다. 성조지의 기사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역’이 생겨 이를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단순한 ‘실수’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JTBC 뉴스룸에서 말하는 이 ‘실수’라는 것이 참 이상하다. JTBC에서는 똑같은 종류의 이런 오역 실수들, 인용 실수들이 항상 일관된 ‘방향성’을 지니고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실수’를 한 번 살펴보자. 지난 5월 11일, JTBC 뉴스룸은 “주한미군, 서울 복판 기지서 ‘지카 실험’ 추진”이라는 충격적인 제목의 리포트를 단독 보도한다. 해당 리포트를 소개한 앵커는 “주한미군이 서울 용산의 미군기지 내 실험실에서 지카 바이러스 실험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라며 리포트를 열었다. 뉴스를 시청하던 시민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카 바이러스는 숲모기에 물려 생기는 감염성 질환으로, 임신 중 감염되면 신생아 소두증 등 치명적인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아직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경각심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바이러스다. 앵커가 “탄저균 배달 사고”를 언급하며 주한미군이 지카 바이러스를 서울 한복판에 들여온다고 말하니 등골이 서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해당 리포트는 또 ‘소설’이었다. JTBC 뉴스룸은 미 육군 산하의 에지우드 생화학센터(ECBC) 홈페이지에 게재된 발표문을 바탕으로 리포트를 만들었다. 리포트는 미군이 “용산에서 ‘지카 바이러스’ 관련 프로그램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인용보도 한 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용산 미국기지에서 지카 바이러스 관련 실험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들이 인용한 원문은 다음과 같다.


The participants in the project are already looking to add a Zika virus detection capability in Yongsan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용산 기지에서 지카 바이러스를 탐지할 수 있는 역량을 추가하려 하고 있다.


보다시피 에지우드 생화학센터 홈페이지에 게재된 원문은 지카 바이러스 관련 ‘실험’을 하겠다는 발표문이 아니라, 지카 바이러스가 한국에 들어오더라도 ‘탐지’할 수 있는 예방 능력을 키울 준비를 하겠다는 말이다.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시민들이 어떻게 “Detection capability(탐지 역량)”를 “바이러스를 들여와 실험하겠다”는 말로 왜곡할 수 있냐며 JTBC를 비판했다. 문제의 보도 바로 다음날 주한미군도 즉각 반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주한미군은 “바이러스를 들여올 계획은 이전에도, 앞으로도 없다”고 확실히 못 박기도 했다.


그러나 선동적인 보도 이후 이를 반박하는 ‘팩트체크’는 이미 아무 소용 없었다. 공포를 조장하는 JTBC의 ‘소설’ 같은 보도로 인해 이미 여론은 동요하고 있었다. 노컷뉴스, 민중의소리, 경향신문 등 정치 성향이 뚜렷한 언론매체들이 JTBC의 단독 보도를 인용하며 ‘루머’를 확대 재생산했다. 물론 시민단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각종 촛불시위를 주도해왔던 대표적인 좌파단체인 한국진보연대는 JTBC의 보도를 근거로 주한미군을 믿을 수 없다는 논조의 주장을 내보냈다. 물론 여기에 정치인들도 한 몫 보탰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주한미군이 서울 한복판에서 실험을 하는 건 한미동맹을 깨려고 하는 것”이라며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미군을 강력히 비판한다.JTBC는 이후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라 약 2개월이 지난 7월 8일에 정정 반론보도 성격의 추가보도를 냈다.


그러나 각종 ‘반미’ 여론과 시위에 의해 한 바탕 폭풍이 휩쓸고 간 후, 2개월이나 지나서 자신들의 오역과 선동을 인정하고 정정 보도를 한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나. 그들의 2개월 전 거짓 단독보도가 초래한 불필요한 사회갈등을 생각해보면, JTBC의 사과와 정정은 뻔뻔해 보이기까지 한다. 중학생 수준의 영어를 ‘오역’하고, 그 내용을 지레짐작하여 선동한 해당 보도가 정말 그들 말대로 단순한 ‘실수’였다면, 참 재미있는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겠다. 사드 ‘오역’도 그렇고, 지카 바이러스 ‘오역’도 그렇고, 주한미군을 비판하고 반미감정을 선동하는 주요 리포트 때마다 ‘실수’가 나온 것이다.


‘오역’이야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치자. 실수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의도성이 너무 명백해 보이는 사례도 있다. 2015년 10월 14일, JTBC 뉴스룸은 “NYT도 유심히 보도”라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이틀 전인 10월 12일 미국 뉴욕타임스에서 “정치인들과 교과서들(Politicians and Textbooks)”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다며, 그 내용을 소개하는 리포트였다. 해당 사설에서 “Both prime minister Shinzo Abe of Japan and President Park Geun-hye of South Korea are pushing to have high school history textbooks in their countries rewritten to reflect their political views”라는 부분을 인용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모두 자국의 고교 역사 교과서에 자신들의 정치관을 반영해 다시 기술하도록 밀어붙이고 있다”고 정확하게 해석해서 내보냈다. 그런데 이 사설은 2015년 10월 12일이 아니라 2014년 1월 13일에 게재되었다. 이 날짜는 사설 제목 바로 밑에 표기되어 있었다.


기사 제목 바로 밑에 있는 이 날짜를 보지 못해서 1년 10개월이나 지난 사설을 ‘실수’로 최근 사설인 양 보도한 JTBC 뉴스룸. 당시 여론은 국정교과서 이슈로 한창 시끄러웠는데, JTBC 뉴스룸은 연일 정부에 비판적인 자세로 보도를 해왔었다. 마침 이 때 이런 ‘실수’가 나온 거다. NYT가 자신들의 논조에 동조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화 원칙을 비판하기 위해 사설을 실었다는 것처럼 “NYT도 유심히 보도”라는 제목까지 지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날짜 오기에 ‘의도성’이 있었다고 판단했고, 방송심의규정 제14조 위반으로 중징계를 결정했다.
JTBC 뉴스룸에서 자꾸 반복되는 이런 ‘실수’들을 단순한 실력부족으로 보기에는 그 뚜렷한 ‘일관성’이 거슬린다. 꼭 반미, 반정부 등의 진보좌파 성향의 아젠다에서만 자신들의 논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런 실수가 등장해왔다. 이쯤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실력 부족인가, 양심 부족인가?


뉴스는 드라마가 아니다


JTBC 뉴스룸의 윤리성에 대한 지적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던 것은 세월호 참사 때부터다. 당시 각종 언론들이 보여줬던 추태는 우리 한국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지만, 전 국민이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 ‘슬픔’을 ‘드라마 컨텐츠’로 팔아먹었던 JTBC 뉴스의 보도는 최악 중 최악이었다. 선진국들의언론에는 대개 재난보도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존재한다. 그중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것이 BBC의 재난보도 매뉴얼인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이 느끼는 정신적 고통을 배려하기 위해 되도록 희생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또 사고 현장의 처참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진 자료 등은 되도록 사용 자제해야 하고, 굳이 사용하려면 편집상 정당한 이유를 명시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즉 ‘타인의 슬픔을 뉴스거리로 착취하고, 소비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당시 JTBC 뉴스의 보도는 수준 이하였다. 오열하는 유가족들을 클로즈업하여 반복적으로 보여줬고,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심지어는 슬픈 BGM(배경 음악)을 깔아 적극적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을 유도하기도 했다. 현실 속 재난을 드라마로 소비시키는 행태였다.


선진국의 재난보도 매뉴얼이 강조하고 있는 또 다른 사안은 바로 ‘철저한 팩트 검증’에 대한 부분이다. 재난 상황의 경우 온갖 루머와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나돌기 마련인데, 이럴 때일수록 언론은 심혈을 기울여 팩트와 거짓을 구분하고, 수많은 루머 속에서 진실을 필터링하여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JTBC 뉴스는 어땠는가? 오히려 이 루머와 음모론, 그리고 혼란을 이용해 ‘장사’를 했다. 뉴스 사상 최악의 인터뷰로 종종 회자되는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와의 ‘다이빙벨’ 인터뷰가 그것이다.


 이종인 대표는 이미 천안함 피격 사건 때부터 ‘거짓말’로 명성을 얻었던 소위 ‘뉴스 소스로서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사고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있는 그 상황에서 손석희 앵커는 이종인 대표를 ‘해난구조 전문가’라 칭하며 인터뷰에 초청했다. 인터뷰에서 이종인 대표는 본인이 가진 장비 ‘다이빙벨’을 이용하면 유속에 관계없이 연속 20시간 이상 구조작업이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했다. 손석희 앵커는 그렇다면 왜 구조에 나서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종인 대표는 “해경 때문에” 본인이 구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해당 인터뷰는 ‘정부가 나서서 구조를 막고 있다’는 각종 선동이 들끓고 있었던 당시 여론과 겹쳐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게 되었고, 해경의 구조작업에 대한 거대한 비난여론을 낳았다. 결국 해경은 유가족들과 여론의 등살에, 전문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 투입을 결정한다. 물론 다이빙벨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처참히 실패했다. 투입 이후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하루 만에 철수했다. 이후 이종인 대표는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실력을 입증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이 다이빙벨 루머를 광고수단으로 이용했음을 자백했다. 사고로부터 9일차인 2014년 4월 24일 다이빙벨 투입 당시, 이종인 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했던 손석희 앵커는 “아직 실낱같은 희망이 있느냐”고 물었고, 이종인 대표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세월호 탑승객들이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0에 수렴한다는 과학적 판단을 존중하고 보도했어야 할 뉴스가, 거짓된 희망을 팔았다. 결국 유가족을 비롯한 온 국민은 다이빙벨이 허탈하게 실패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그러나 JTBC 뉴스는 세월호 보도로 재미를 톡톡하게 본 모양이다. 드라마틱한 세월호 보도 이후 젊은층을 중심으로 JTBC 뉴스의 인기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젊은층이 가장 선호하는 뉴스, 신뢰하는 언론인’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이후 JTBC 뉴스는 ‘맛있는 뉴스거리’ 위주로 보도를 시작했고, 자신들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뉴스의 이름도 바꿔버린다. 한국에서 크게 흥행했던 아론 소킨 극작가의 저널리즘 드라마 “뉴스룸”과 똑같은 이름으로.


드라마 뉴스룸의 각종 장면, 스틸컷, 포스터 등을 적극적으로 따라하면서 광고를 하던 JTBC 뉴스룸은 ‘뉴스’보다 ‘드라마’가 시청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떠올린 건지도 모른다. 손석희 앵커를 드라마 극중 주인공 윌 맥코보이처럼 브랜딩하고, 드라마적 요소가 있는 뉴스거리들 위주로 보도를 했다. 수많은 젊은 세대가 손석희 앵커의 뉴스진행을 보며 드라마 뉴스룸을 보고 느꼈던 감동이 되살아나는 듯한 착각에 빠졌을 것이다.


드라마로 상품화된 뉴스. JTBC 뉴스룸은 ‘팩트’라는 ‘밀가루’를 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빵’을 구워내 팔고 있다. 진보좌파를 중심으로 모인 대중 여론이 먹고 싶어 할만한 맛있는 빵을 구워내서 먹여주는 것이다. 물론 제빵은 ‘저널리즘 정신’이 아니라 ‘장사꾼의 정신’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이며, 제빵의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은 객관성, 윤리, 그리고 진실이다. 물론 정치적 성향에 따라 특정 정파를 대변하는 보도를 하는 것은 우리나라 종합편성채널 언론들의 공통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JTBC 뉴스룸이 유독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는 이유는 ‘종편’들 중 유일하게 ‘참언론’ 코스프레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진짜 언론인들의 저널리즘 정신을 다룬 드라마 뉴스룸의 이름과 장면들을 흉내 내고, 마치 ‘참언론인’처럼 포장된 뉴스 아이돌 손석희 앵커를 전면에 내세워 아주 효과적인 ‘뉴스 상품화’를 하고 있다. 과장 광고가 소비자에게 해악이 되듯, 뉴스로 가장한 드라마를 파는 언론도 해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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