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이 이렇게 비어갑니다
조선일보
입력 : 2017.06.07 03:15
[이토록 심각했나… 인구절벽의 현장] [1]
고교 신입생 매년 10% 이상 줄어
1980년 1440만명이던 학령인구, 올 846만명으로 거의 반토막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인적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조회 시간에 '양팔 간격으로 벌려'를 못 했습니다. 그러면 운동장 맨 가 학생들이 교문 바깥으로 밀려나니까요. 운동회 때는 운동장이 장터보다 혼잡해 부모를 잃어버리기 일쑤였지요."
1967년 충북 보은군 삼산초등학교를 졸업한 김학부(63)씨는 "당시 삼산초는 한 반 70여 명씩 전교생이 2500명이 넘어 보은군에서 가장 컸다"고 회상했다.
1967년 충북 보은군 삼산초등학교를 졸업한 김학부(63)씨는 "당시 삼산초는 한 반 70여 명씩 전교생이 2500명이 넘어 보은군에서 가장 컸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 학교 풍경은 50년 만에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 지난달 18일 삼산초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던 1학년 2반 학생들은 전원이 14명에 불과했다. 대여섯명이 운동장 한쪽 골대에서만 공 차며 놀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는 담임교사까지 가세해서야 겨우 3명을 채웠다. 한때 3000명에 가깝던 전교생이 180여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대한민국의 '인구 동력(動力)'이 꺼져가고 있다. 1980년 1440만명이던 학령인구(6~21세)는 올해 846만명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2040년 640만명, 2060년엔 480만명으로 급락한다는 게 통계청 전망이다. 전체 인구 중 학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970년 39.1%에서 올해 16.4%로 감소했다. '미니 학교'도 속출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신입생이 '0명'인 초등학교는 113개교, 중학교 10개교, 고등학교는 7개교였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인적 자원으로 성장해온 대한민국이 학생 감소로 '무(無)자원 국가'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인구 동력(動力)'이 꺼져가고 있다. 1980년 1440만명이던 학령인구(6~21세)는 올해 846만명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2040년 640만명, 2060년엔 480만명으로 급락한다는 게 통계청 전망이다. 전체 인구 중 학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970년 39.1%에서 올해 16.4%로 감소했다. '미니 학교'도 속출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신입생이 '0명'인 초등학교는 113개교, 중학교 10개교, 고등학교는 7개교였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인적 자원으로 성장해온 대한민국이 학생 감소로 '무(無)자원 국가'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삼산초 신입생은 30명이다. 그나마 이 학생들을 유치하느라 교장·교감이 읍내 유치원을 찾아다니며 입학 설명회까지 열었다. 동문회도 4000여 장 홍보 전단을 찍고 "108년 전통 삼산초는 선배들이 든든하게 받쳐줍니다"라며 거리에서 구호를 외쳤다. 이 학교 박인자 교장은 "어떻게든 12학급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상황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는 고교→중학교→초등학교로 갈수록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중·고 가운데 신입생 10명 이하인 '미니 학교'는 고교(전체 2360곳)는 24곳(1%), 중학교(3237곳) 376곳(11.6%), 초등학교(6177곳)는 1475곳(24%)이다. 신입생이 1명 이하인 곳은 고교 8곳(0.3%), 중학교 27곳(0.8%), 초등학교 225곳(3.6%)이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중·고교도 2001년부터 시작된 초저출산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전북 익산시 함열고 송갑석 교장은 지난 3월 신입생 입학식 때 운동장에 학년별로 선 학생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3학년 91명, 2학년 96명인데 신입생은 31명에 불과했다. 송 교장은 "익산시내 26개 중학교 3학년생이 올해 500명이 줄었는데, 내년엔 올해보다 300명이나 또 준다니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01년(올해 고1)부터 시작된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이하) 현상이 16년째 이어지면서 빚어졌다. 현재 고2인 2000년생(63만명)은 '밀레니엄 베이비'로 1999년생(61만명)보다 2만명 더 태어났지만, 2001년생이 55만명으로 떨어진 뒤 2002·2003년생 각각 49만명, 2004년생 47만명, 2005년생 43만명 등 신생아가 크게 줄었다. 현재 고2는 신생아 60만명 세대의 마지막, 고1과 중3은 각각 50만명 세대와 40만명 세대의 첫 주자가 된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고교→중학교→초등학교로 갈수록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중·고 가운데 신입생 10명 이하인 '미니 학교'는 고교(전체 2360곳)는 24곳(1%), 중학교(3237곳) 376곳(11.6%), 초등학교(6177곳)는 1475곳(24%)이다. 신입생이 1명 이하인 곳은 고교 8곳(0.3%), 중학교 27곳(0.8%), 초등학교 225곳(3.6%)이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중·고교도 2001년부터 시작된 초저출산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전북 익산시 함열고 송갑석 교장은 지난 3월 신입생 입학식 때 운동장에 학년별로 선 학생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3학년 91명, 2학년 96명인데 신입생은 31명에 불과했다. 송 교장은 "익산시내 26개 중학교 3학년생이 올해 500명이 줄었는데, 내년엔 올해보다 300명이나 또 준다니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01년(올해 고1)부터 시작된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이하) 현상이 16년째 이어지면서 빚어졌다. 현재 고2인 2000년생(63만명)은 '밀레니엄 베이비'로 1999년생(61만명)보다 2만명 더 태어났지만, 2001년생이 55만명으로 떨어진 뒤 2002·2003년생 각각 49만명, 2004년생 47만명, 2005년생 43만명 등 신생아가 크게 줄었다. 현재 고2는 신생아 60만명 세대의 마지막, 고1과 중3은 각각 50만명 세대와 40만명 세대의 첫 주자가 된 것이다.
본지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올해 고교 신입생 입학 현황을 조사한 결과, 신입생이 2학년보다 5만7000명이나 줄어든 52만4500명이었다. 경기(1만4100명), 서울(1만1100명), 부산(3628명), 대구(3198명) 순으로 대도시 학교의 감소 폭이 컸다. 내년엔 예상 신입생이 올해보다 6만3000여 명이나 줄면서 상황 악화가 불가피하다. 서울과 경기는 모두 1만2000명씩 더 줄어들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는 "학급 수와 학급 인원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초저출산 세대들이 고교를 졸업하면 도미노가 무너지듯 대학과 군 입대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고1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0년에는 졸업생 수(52만 명)가 현재 대학 정원(51만명·전문대 포함)과 비슷해진다. 2024년에는 고교 졸업생 수가 42만명으로 뚝 떨어진다. 대학진학률(69.8%)을 따지면 실제 대학 진학자가 29만명 수준으로 4년제 대학 정원(32만명)을 모두 채우고도 남을 정도다. 또 군대에 갈 20세 남성(1997년생)은 현재 35만명인데 2002년생은 25만명으로 10만명이나 줄어든다.
초저출산 세대들이 고교를 졸업하면 도미노가 무너지듯 대학과 군 입대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고1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0년에는 졸업생 수(52만 명)가 현재 대학 정원(51만명·전문대 포함)과 비슷해진다. 2024년에는 고교 졸업생 수가 42만명으로 뚝 떨어진다. 대학진학률(69.8%)을 따지면 실제 대학 진학자가 29만명 수준으로 4년제 대학 정원(32만명)을 모두 채우고도 남을 정도다. 또 군대에 갈 20세 남성(1997년생)은 현재 35만명인데 2002년생은 25만명으로 10만명이나 줄어든다.
2035년 한국… 소득 60% 세금 떼 75세 이상 700만명 부양한다
조선일보
2017년 6월 7일
[이토록 심각했나… 인구절벽의 현장] [1] 인구학자가 본 한국의 미래
- 2035년 출생아 20만명
4년제大 입학정원은 32만명인데 수험생은 27만명… 70곳 문닫아
인구의 30%가 65세 이상 고령자
- 인력도 기업도 외국으로
근로자 줄고 임금은 높아지면서 원천기술 없는 한국 제조업 쇠퇴
직장인은 세금부담에 이민 생각
2035년 6월. 오늘 아침 뉴스에서는 작년 역사상 가장 적은 수인 20만명대 아이가 태어났다고 난리였다. 2005년에 태어난 43만명 가운데 6만~7만명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해외로 떠났고 남은 사람들이 대부분 1명의 자녀만 낳기 때문이다. 2005년은 우리나라 출산율이 1.08로 역사상 가장 낮은 해였다.
2005년 태어난 연지씨는 이제 31세다. 연지씨 부모가 태어난 1970년대 초반에는 한 해 100만명가량 태어났다. 그러나 지난 60년간 3세대를 거치며 100만명에서 40만명, 다시 20만명대로 출생아 수가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인구 연령 구조는 피라미드, 항아리 형태를 거쳐 올해(2035년)엔 역피라미드에 근접했다.
대학 충원율이 50% 정도에 그쳤다는 뉴스도 있었다. 대학들이 입학 정원의 절반만 채우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5년 사이 전국 대학의 40%에 해당하는 70여곳이 폐교했다. 지금은 대입 응시생이 27만명이라 모두 4년제 대학(입학 정원 32만명)을 가고도 남는다.
2005년 태어난 연지씨는 이제 31세다. 연지씨 부모가 태어난 1970년대 초반에는 한 해 100만명가량 태어났다. 그러나 지난 60년간 3세대를 거치며 100만명에서 40만명, 다시 20만명대로 출생아 수가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인구 연령 구조는 피라미드, 항아리 형태를 거쳐 올해(2035년)엔 역피라미드에 근접했다.
대학 충원율이 50% 정도에 그쳤다는 뉴스도 있었다. 대학들이 입학 정원의 절반만 채우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5년 사이 전국 대학의 40%에 해당하는 70여곳이 폐교했다. 지금은 대입 응시생이 27만명이라 모두 4년제 대학(입학 정원 32만명)을 가고도 남는다.
연지씨가 중학생 때는 한 반에 20명이었으나 지금 초·중·고교에서는 한 반에 10명이 공부한다. 전 세계 어디에도 교사 1명이 10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곳은 없다. 학생이 적다고 교육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닌데도 학생 수 주는 만큼 교사 수 줄이기는 힘들어 어쩔 수 없다.
연지씨는 해외 농산물을 사다가 도시에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연지씨는 매일 AI(인공지능)를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농산물을 주문해 서울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언론에 연일 '식량 안보 위기론'이 나올 정도로 불안하다.
연지씨는 베트남이나 미얀마로 이민 가는 것을 고려 중이다. 이미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다. 고령자를 위한 복지 혜택은 선거 때마다 커져 연지씨가 세금으로 국가에 내는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017년만 해도 65세 이상이 700만명이었는데, 지금은 75세 이상이 그만큼이다. 세금 낼 인구는 매년 줄면서 버는 돈의 거의 60%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연지씨는 그래도 선뜻 이민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민을 가 버리면 세금을 안 내서 좋지만 부모님이 받을 연금을 옆집에 살고 있는 연지씨 친구네가 대신 내주는 꼴이니 마음이 불편해서다.
외국인 근로자와 혼인 이주 여성이 너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기우였다. 매년 우리나라에 새롭게 정착하는 외국인 수가 갈수록 줄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기피하는 사람이 늘면서 혼인 이주 여성이 적어졌고, 외국인 근로자들도 일시적으로 일하다 떠나니 숫자가 늘 리가 없다. 지금은 오히려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해외 유출이 더 중요한 화두다.
외국인 근로자가 줄면서 임금만 높아지니 중소기업이건 대기업이건 제조업은 우리나라를 떠난 지 오래다. 제조업 쇠퇴로 4차 산업이 혁명적 수준으로 성장할 수도 없었다. 서비스와 금융만으로 일자리 수가 늘어날 수가 없는 게 현실이었다.
우리보다 저출산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은 2017년부터 청년 수가 줄어서 청년 완전 고용 시대가 됐다. 당시엔 우리도 곧 일본처럼 고용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2017년 일본'이 되지 못했다. 일본의 청년 고용 100%는 전 세계 시장에 뿌려 놓았던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시장이 성장했던 게 근본 이유였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과 달리 다른 나라가 대체 못 할 원천 기술이 없어 제조업마저 중국에 자리를 내어 준 지 오래다.
연지씨는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인공 수정을 통해 딸 하나 두었다. 연지씨는 딸의 미래는 그래도 좀 좋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때엔 최소한 고령자를 위한 부담은 줄어들 테니 말이다.
연지씨는 해외 농산물을 사다가 도시에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연지씨는 매일 AI(인공지능)를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농산물을 주문해 서울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언론에 연일 '식량 안보 위기론'이 나올 정도로 불안하다.
연지씨는 베트남이나 미얀마로 이민 가는 것을 고려 중이다. 이미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다. 고령자를 위한 복지 혜택은 선거 때마다 커져 연지씨가 세금으로 국가에 내는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017년만 해도 65세 이상이 700만명이었는데, 지금은 75세 이상이 그만큼이다. 세금 낼 인구는 매년 줄면서 버는 돈의 거의 60%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연지씨는 그래도 선뜻 이민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민을 가 버리면 세금을 안 내서 좋지만 부모님이 받을 연금을 옆집에 살고 있는 연지씨 친구네가 대신 내주는 꼴이니 마음이 불편해서다.
외국인 근로자와 혼인 이주 여성이 너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기우였다. 매년 우리나라에 새롭게 정착하는 외국인 수가 갈수록 줄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기피하는 사람이 늘면서 혼인 이주 여성이 적어졌고, 외국인 근로자들도 일시적으로 일하다 떠나니 숫자가 늘 리가 없다. 지금은 오히려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해외 유출이 더 중요한 화두다.
외국인 근로자가 줄면서 임금만 높아지니 중소기업이건 대기업이건 제조업은 우리나라를 떠난 지 오래다. 제조업 쇠퇴로 4차 산업이 혁명적 수준으로 성장할 수도 없었다. 서비스와 금융만으로 일자리 수가 늘어날 수가 없는 게 현실이었다.
우리보다 저출산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은 2017년부터 청년 수가 줄어서 청년 완전 고용 시대가 됐다. 당시엔 우리도 곧 일본처럼 고용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2017년 일본'이 되지 못했다. 일본의 청년 고용 100%는 전 세계 시장에 뿌려 놓았던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시장이 성장했던 게 근본 이유였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과 달리 다른 나라가 대체 못 할 원천 기술이 없어 제조업마저 중국에 자리를 내어 준 지 오래다.
연지씨는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인공 수정을 통해 딸 하나 두었다. 연지씨는 딸의 미래는 그래도 좀 좋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때엔 최소한 고령자를 위한 부담은 줄어들 테니 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7/20170607002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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