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에 '분당 같은 신도시'… IT·금융 노하우까지 수출
조선일보
입력 : 2017.04.04 03:00
LH가 총괄관리자로 계약 맺어 분당 3배 규모의 신도시 짓기로
택지 개발에 4조4000억원 투입… 건설 전 과정에 한국 기업 진출
수주형→투자개발형으로 진화
한국 정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 기업이 '선단(船團)'을 이뤄 쿠웨이트에 짓는 신도시 건설 계획이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국토교통부는 LH가 쿠웨이트 주거복지청과 '사우스 사드 알 압둘라 신도시'(이하 '압둘라 신도시') 마스터 플랜 용역 총괄 관리 계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신도시는 분당신도시 3배 면적에 주택 2만5000~4만가구, 산업·상업 시설 등이 들어선다. LH가 도시 설계와 수주 기업 선정 등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미분양 등 리스크는 현지 정부와 나눠 갖는다. 이번 사업을 통해 한국의 해외 도시 수출 모델이 기존 '수주형'에서 '투자 개발형'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신도시 건설 전 과정에 참여
압둘라 신도시 건설 사업은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시티 서쪽 30㎞ 지점에 분당신도시 3배 규모인 64.4㎢ 터를 닦고, 주택과 산업·상업 시설 등을 건설하는 내용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도로·전력·물·환경 등 인프라 시설과 도시의 각종 서비스가 연결되는 고효율·친환경 도시로 건설된다.
- ▲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쿠웨이트에 조성할 계획인‘사우드 사드 알 압둘라’신도시의 예상 모습. /국토교통부
이번 계약의 핵심은 LH가 총괄 관리자 자격으로 발주자인 쿠웨이트 정부와 함께 '공동조정위원회'를 구성, 도시 설계·기획과 도급업체 선정, 비용 심사, 승인 등 사업 전반에서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국내 건설 기업이 해외 신도시 건설에 참여한 적은 많았지만, 대부분 수주 계약을 통해 발주처가 원하는 대로 공사만 진행하고 정해진 돈을 받는 방식이었다. LH는 이미 마스터 플랜 컨설팅 용역 담당 기관에 선진, 포스코A&C, 포스코ICT, 현대종합설계 등 국내 기업으로 구성된 '코리아 컨소시엄'을 선정한 상태다.
LH는 2019년 마스터 플랜 수립 이후 타당성 조사를 거쳐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되면 쿠웨이트 주거복지청과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건설 과정을 주도한다. 향후 택지 개발에만 40억달러(약 4조4000억원)가 투입되는 도시 건설 전(全)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신도시 특수(特需)'를 누릴 전망이다. 박상우 LH 사장은 "전력·수자원·도로·철도·가스 등 국내 공기업과 건설업계, IT, 금융, 법률 기업 등이 팀을 이루어 진출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미분양 부담 덜어
리스크 부담 방식도 수주자가 미분양 책임 등을 직접 떠안아야 했던 기존 개별 기업 단위 신도시 건설 사업과는 다르다. 1990년대 후반 대우건설의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사업의 경우 막대한 인프라 건설 비용을 대지 못해 실패했고, 2011년 현대건설·삼성물산·SK건설 등이 뛰어들었던 중국 친저우(欽州) 신도시 개발 사업도 초기 토지 매입비 조달에 실패해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 계약에는 주택이 미분양될 경우 쿠웨이트 정부가 이를 사들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지 정부가 국유지를 제공하고, 외곽 도로나 전력·수도 시설 등 기반 시설 설치 비용도 부담한다. 김석기 국토교통부 해외건설지원과장은 "쿠웨이트는 2035년까지 쿠웨이트시티 주변으로 신도시 9개를 추가 건설할 예정"이라며 "압둘라 신도시 성공 여부에 따라 추가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중동 국가들은 외국에 대규모 개발 사업을 줄 때에 경제 분야는 물론 군사 부문 협력이나 지원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해외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컨트롤 타워를 격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3/2017040303356.html#csidx5f3263387232d6ba34bdd481d626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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