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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잔치 벌이다 '초상집' 됐다

이강기 2017. 7. 7. 16:37

85조원 빚 푸에르토리코, 공항·항구도 경매 내놨다

조선일보


입력 : 2017.07.07 03:06 | 수정 : 2017.07.07 07:55

[국가시설 운영권 민간에 판매… WSJ "집 팔아 카드빚 갚는 꼴"]

- 복지 잔치 벌이다 '초상집' 됐다
'美 자치령' 앞세워 돈 마구 빌려… 온갖 건설 프로젝트에도 펑펑
경기침체 길어지며 5월 파산
트럼프도 "구제금융 못해준다"

카리브해에 있는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의 수도 산후안의 항구는 언제나 여객선으로 붐빈다. 미국과 도미니카 등에서 하루 평균 1만여 명의 관광객이 이 항구를 찾는다. 푸에르토리코 주 정부는 항구에서 발생하는 이용료와 항만세 등을 정부 수입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황금알 낳는 거위' 역할을 해온 이 산후안 항구는 조만간 민간 투자자 손에 넘어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빚더미에 올라앉은 푸에르토리코 정부가 항구 운영권을 포함한 기초시설 운영권을 민간에 판매하기로 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푸에르토리코의 국내총생산과 부채
WSJ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는 이달부터 민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운영권 경매를 시작한다. 항구뿐 아니라 공항 운영권, 수도 수량계 관리권, 교통 위반 벌금 징수권, 공영 주차장 운영권, 학생 기숙사 운영권 등이 '매물'로 나온다. 주 정부는 지난달 민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앞으로 전기 발전 시설 운영권, 쓰레기 처리장 운영권, 상하수도·관개시설 운영권 등도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에르토리코 정부는 SOC 운영권 판매 가격, 민간과의 수익 분배 방식 등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민간에 10년 이상 SOC 운영권을 보장하고 추가 인프라 구축도 허가해 줄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카드 빚을 갚기 위해 당장 당신의 집을 파는 게 현명하지 못한 것처럼 빚을 갚기 위해 정부 자산을 팔아버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인구 367만명 규모의 푸에르토리코가 현재 지고 있는 공공 부채는 740억달러(약 85조원)에 달한다. 2013년 파산한 디트로이트시가 세운 부채 기록(180억달러)의 4배를 넘는 규모다. 연금 미지급액을 포함하면 부채 규모가 1230억달러(약 142조원)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전문가들은 푸에르토리코의 상황이 주 정부의 방만한 경영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1898년 미국의 자치령이 된 푸에르토리코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카리브해 국가 중 1인당 소득이 가장 높은 곳이었다. 미국 본토보다 낮은 법인세와 인건비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졌고, 관광업도 발달했다. 미국 자치령이어서 채권 발행도 쉬웠다.

이렇게 쉽게 빌린 돈으로 도시철도, 화력발전소 건설 등 각종 프로젝트에 돈을 쏟아부은 것이 푸에르토리코의 발목을 잡았다. 4년 단위로 새 주지사와 주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프로젝트는 점점 늘어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완공된 산후안의 도시철도 '트렌스우르바노'이다. 철도 이용객이 당초 예상했던 수준의 3분의 1에 그쳐 해마다 눈덩이처럼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도시철도 완공 당시에 벌써 22억달러의 부채를 졌고, 이후에도 운영 비용으로 매년 5000만달러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본토 수준의 높은 임금과 복지 체계를 고수한 것도 화근이 됐다. 포브스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 빈곤층 3인 가구가 받는 보조금이 월 1743달러로 최저시급 소득자 월평균 소득(1159달러)보다 많다. 최저임금도 미 본토와 같은 7.25달러이다. 아이스링크 등 공공시설에 대한 무상 전기·수도 공급 등도 재정 적자의 적잖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06년에는 푸에르토리코에 부여해온 낮은 법인세율과 판매세율 혜택을 없앤 것이 큰 타격이 됐다. 혜택이 사라지자 외국 기업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극심한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 실업률이 12.4%까지 올라갔고, 고급 인력이 미국 등지로 빠지면서 한때 500만명에 달했던 인 구는 367만명으로 줄었다.

푸에르토리코는 지난 5월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며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앞서 주 정부는 최근 2년간 여러 차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며 연방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트위터를 통해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구제 금융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7/201707070006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