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데스크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식인들
입력 : 2017.11.30 03:13
누군가 박근혜 정부에 참여했던 지식인들을 아우르는 단어 하나를 꼽아보라면 '비겁(卑怯)'이라고 하겠다. 본인들은 억울할 수 있겠지만, 박근혜 정부 4년을 지켜본 기자 눈에는 그리 비친다. 박근혜 정부엔 교수·연구원 출신이 많았다. 장차관급 20%가 교수·연구원 출신이었다는 조사도 있다. 유민봉·안종범·홍기택·서승환·정종섭·류길재·김종덕 등. 대충 꼽아본 그들의 면면은 지식인들이 박 정부 실세였음을 보여준다. 박 정부 실패의 한 이유로 많은 이가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한 그들의 비겁함을 얘기한다. 적어도 관료나 정치인 출신보다는 직언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강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여성 대통령의 눈치만 봤고, 아우라가 사라지자 금세 등을 돌렸다. 그들의 비겁함이 정권을 망쳤다.
문재인 정부에 몸담은 지식인들을 아우르는 단어는 '위선(僞善)' 아닐까 싶다. 이 정부엔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지식인이 유독 많다. 대표 주자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임명된 홍종학 교수다. 홍 장관을 과거에 알았던 많은 이가 자신과는 거리가 먼 '근본주의'를 팔아먹고 살아온 대목에 분노했다.
시민운동가로서 공정과 정의를 외쳐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말이 앞서는 지식인이었음을 지난 청문회를 통해 보여줬다. 낡은 가방을 들고 청문회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수차례 위장 전입 등 시민운동가 겉옷에 가려 있던 속살을 드러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고 재산 93억원'도 재벌 저격수인 줄로만 알았던 그를 다시 보게 했다. 김광두 교수는 행동이 앞선 경우다. 박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줄푸세'를 기획하더니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로 옮겼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뭔가 이상했던 모양이다. 그는 최근 "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너무 서두른다"고 했다. 누군가 김 교수에게 일갈했다. "그걸 몰랐나? 그것도 모르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나?" 대선 국면에서 문 후보 색깔을 희석하는 역할을 맡았던 김 교수가 이제 와서 '문 정부 경제정책이 왼쪽'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어찌 보면 코미디다.
박근혜 정부는 구성원들의 비겁 때문에 무너졌다. 문재인 정부가 혹 실패한다면 정권에 몸담은 지식인들의 '위선'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들은 이 정부가 끝나면 휘황한 '지식인' 라벨을 달고 다시 강단으로 돌아가 이전처럼 '개념 지식인'연할 것이다.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눈앞이 아득해진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9/20171129035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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