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닥 이루는 지각판 분리돼 한반도 동쪽 지각 아래로 파고들어
“경주-포항 지진에도 영향 가능성… 이대로가면 지진-화산지대 될 것”
김기범 경상대 기초과학연구소 교수와 소병달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팀은 한반도와 가까운 동해 남서부의 해저 지각의 구조를 새롭게 밝혔다. 그 결과 한반도와 동해 경계에서 상대적으로 얇은 지각이 두꺼운 지각 아래로 파고드는 초기단계 ‘섭입대’가 태어나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연구 결과는 지구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지질학(Geology)’ 7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크게보기동해의 지각은 두께가 10km로 거의 해양지각에 가깝다. 이 지각이 최근 한반도 동부 아래로 밀려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지질학’ 제공
지구 표면에 해당하는 암석층을 ‘지각’이라고 한다. 지각은 여러 개의 작은 조각인 ‘판’으로 나뉘어 있다. 판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서로 부딪히고, 때로는 하나의 판이 다른 판 아래로 사라지기도 한다. 이때 지진이나 화산 분출이 일어날 수 있다. 그동안 한반도는 북쪽 연해주 지역과 동해를 포함하는 판(아무르판)의 중간에 위치해 있어 이런 위험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져 왔다.김 교수팀은 한반도와 동해가 정말 안정적인 판 내부 환경인지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 진단처럼 음파로 지각 내부 구조를 읽어내는 ‘탄성파 반사’ 기술 등을 이용해 동해 남동부 지각 구조를 파악했다.
연구 결과 동해 지각이 한반도 지각 아래로 밀려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 세 가지를 확인했다. 먼저 울릉도 주변 바다의 해저 지형(울릉분지) 두 곳에서 마치 주름처럼 땅이 150∼200m 솟아 있는 지형을 발견했다. 남북으로 150km에 걸친 긴 지형이었다. 편평한 종이를 양쪽에서 밀면 가운데가 휘는 것과 비슷한 현상으로, 동서 방향 압축력을 받는다는 뜻이다. 또 한반도와 울릉분지 경계 깊은 곳에서 역단층을 발견했다. 역단층 역시 양쪽에서 압력을 가할 때 생기는 단층이다. 연구팀은 경계면에서 ‘삼각전단대’라는 쐐기 모양의 구조를 통해 역단층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중력을 측정한 결과 경계 지역에서 측정값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역시 한쪽이 아래로 파고들어 다른 쪽을 들어올릴 때 일어난다.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의 원인도 다시 생각할 수 있다. 한반도가 안정적인 판의 내부에 있다는 기존 지식으로는 설명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해 지각이 동쪽으로 밀려들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 교수는 “안정적인 판 내부 환경으로 받아들여져 온 기존 한반도 신기지구조(neotectonic) 이론을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