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연중 최대 축제입니다. 크리스마스 하루를 위해 1년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근로자 대부분이 25일부터 1월 1일까지 일주일 간 휴식을 취하고, 학생들은 크리스마스를 포함해 2주 가량 '크리스마스 방학' 기간을 갖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기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12월 한 달 전체가 '크리스마스달'인 셈입니다.
이슬람 국가 브루나이에선 캐롤 "안 돼"
중국은 산타클로스 인형 판매 단속
"크리스마스를 살려내겠다" 미국선 대선 공약
이렇게 크리스마스를 대대적으로 기념할 수 있는 것은 2004년 제정된 '크리스마스 영업법(Christmas Day Trading Act)' 덕분인데요. 이 법에 따르면 매장 면적 280㎡(약 85평) 이상의 상점은 크리스마스에 영업을 할 수 없습니다. 법을 어기면 최대 5만 파운드(약 7128만원)의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가족들과 더불어 크리스마스를 즐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섭니다.
![영국의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켄싱턴궁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석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영국 왕실 페이스북]](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12/25/7aae04cc-2d74-4e60-bc88-ee45145384df.jpg)
영국의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켄싱턴궁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석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영국 왕실 페이스북]
이 발표 후 신화통신‧CCTV 등 관영매체가 일제히 크리스마스 관련 보도를 중단했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은 주요 기관과 대학에도 크리스마스 관련 활동에 참여하지 말라는 지시가 전달됐다고 전했습니다. 크리스마스 공연이나 기독교 관련 활동은 물론, 산타클로스 인형을 판매하는 것도 단속 대상이라는군요.
![지난해 10월 열린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 문명의 위대한 부활"을 선포하며 사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신화=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12/25/509fdadc-35c5-4c51-aa28-b2736e1c6d98.jpg)
지난해 10월 열린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 문명의 위대한 부활"을 선포하며 사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베이징의 크리스마스 풍경.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12/25/6bd6f705-d3e6-4b65-93e2-21e0bbec004b.jpg)
지난해 베이징의 크리스마스 풍경. [연합뉴스]
그렇다고 공산당이 수십년 간 ‘채찍’만 휘두른 것은 아닙니다.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엔 제한적이나마 종교에 대한 관용정책이 실시됐습니다. 정부에 협조하는 범위 하에서 공개적인 종교 활동을 인정해주기도 했고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TV에서 크리스마스 전야 길거리의 넘치는 인파를 전하는 뉴스를 볼 수 있었죠.
올해 크리스마스에 중국에서 '크리스마스 금지령'이 내려졌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도 일단은 아니라는 제스처입니다. 또다른 관영 매체는 "일부 도시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규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한 목적일 뿐"이라며 해명하고 나섰습니다.
![베이징의 한 교회에서 기독교인들이 크리스마스 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다. [EPA]](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12/25/84a3502f-3d8c-4428-bea0-834b07d514d8.jpg)
베이징의 한 교회에서 기독교인들이 크리스마스 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다. [EPA]
부정할 수 없는 것은, 2016년 시진핑 주석이 “확고한 마르크스주의 무신론자만이 공산당원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뒤 당국이 대대적인 ‘종교 단속’에 나섰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9일 중국 쓰촨성에선 경찰이 지하 교회를 급습해 목사와 신도 100여 명을 체포했습니다. 앞서 지난 9월에도 베이징 경찰이 중국 최대 개신교 교회인 '시온'을 폐쇄하는 일이 있었죠. 다시 '빙하기'가 시작된 겁니다.

중동 국가인 이란 테헤란의 거리에서 23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고 있다. 이란은 엄격한 이슬람 국가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 않지만 아르메니아 계통의 소수 기독교도를 인정하고 있다.
![지난 6월 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언스트앤영의 에스라 알부티 전무가 발급 받은 사우디 운전면허증을 보여주고 있다. [AP=뉴시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12/25/5e7b7aaa-2fd4-4bfe-b2fb-f7bc2ea8ec24.jpg)
지난 6월 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언스트앤영의 에스라 알부티 전무가 발급 받은 사우디 운전면허증을 보여주고 있다. [AP=뉴시스]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면 감옥행인 나라, 브루나이도 있습니다. 브루나이의 국왕은 3년 전 “무슬림이 아닌 사람은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수 있으나 공공장소에서 해서는 안 되고, 무슬림에게 크리스마스 계획도 귀띔해선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행위를 하면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선포했습니다. 물론, 캐롤도 안 됩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5일 트위터에 성탄절 축하 메시지와 함께 공개한 사진. [사진 트위터]](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12/25/02c88dba-c198-42bd-82d5-1da63e820098.jpg)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5일 트위터에 성탄절 축하 메시지와 함께 공개한 사진. [사진 트위터]
알파벳 J 모양의 사탕이 예수(Jesus)를 상징하기 때문이란 설명이었죠.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학부모들과 기독교 단체가 교육청에 “크리스마스를 적대시하는 행위는 미국 헌법에 어긋난다”며 항의했고 교장은 무기한 정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비기독교 신자를 배려하기 위해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할리데이(Happy holidays)'와 같은 인사말을 쓰기도 했습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내가 당선되면 우리는 다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라 부르지 못하는 것은 다수 기독교 신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이유에섭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내외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별장에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후원하는 ‘산타 추적’ 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선물받을 어린이들과 통화했다. [A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12/25/fca745bc-2f5f-4368-a0a2-74a00a136b57.jpg)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내외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별장에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후원하는 ‘산타 추적’ 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선물받을 어린이들과 통화했다.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 역시 ‘해피 홀리데이’보다 ‘메리 크리스마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내용의 여론 조사를 인용해 “유대인이나 무슬림도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아직까진 '정답'이 없어 보입니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가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건 1949년이지요. 석가탄신일은 이보다 26년 뒤인 1975년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최근 한국에 무슬림 이민·관광객이 늘면서 이들의 전통 명절인 '라마단'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이런 '문화적 상대성'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한국에서도 언젠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이 조심스러워질 수 있으니까요.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크리스마스 캐롤 부르면 징역 5년형 받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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