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가 "테스형" 부를 때마다 일어난 기적
오마이뉴스
2020.10.05
▲ 나훈아 콘서트 방송화면 ⓒ KBS
노래가 속에 맺힌 것을 한바탕 쏟아내는 것이라면 나훈아의 '테스형!'은 그야말로 노래다운 노래일 것이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고 하소연하는 가사는 애써 '괜찮아'를 되뇌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가수 나훈아가 지난달 30일 오후 KBS2 < 2020 한가위 대기획-대한민국 어게인 >이라는 나훈아 콘서트를 통해 선보인 '테스형!'. 이 노래는 지난 8월 20일 발표한 그의 신곡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테스형"이라 부르며 한바탕 속풀이를 하는 노래로, 나훈아 본인이 작사 작곡했다.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사는 게 뭐 이렇게 힘드냐며, 너 자신을 알라 하지만 잘 모르겠다며, 테스형을 붙잡고서 질펀하게 속풀이 하는 가사가 시원하다. 해답을 듣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속내를 이야기하며 고민을 털어놓는 자체로 위로가 되듯, 이 노래는 그저 툴툴대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 있다.
턱 빠지게 웃는 웃음 속에도 감춰진 아픔이 있고, 선물 같은 하루하루가 어떨 땐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삶의 아이러니를 가사는 잘 포착하고 있다. 명과 암이 공존하는 인생살이를, 70세를 넘어선 나훈아가 기원전에 사셨던 대형님 소크라테스에게 묻는 형식만으로도, 별 내용 없이 철학이 된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고 사랑은 또 왜 이러냐는 나훈아의 질문은 몇 천년을 이어온 인류의 공통 질문일 테니까.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테스형!' 밈(Meme) 현상이 일어난 걸 보면, 인생이 어려운 건 2030 젊은층도 똑같은 모양이다. 젊은 세대의 폭발적인 이런 반응이 흥미로우면서도 측은하게 여겨지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젊은 세대도 폭발적 반응
▲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 ⓒ KBS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들국화도 수줍어 샛노랗게 웃는다/ 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기는 하여도/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아 테스형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세월은 또 왜 저래
2절 가사는 1절과 유사한 형태를 취한다. 웃음 안에 눈물이 스며있듯, 마음 아픈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도 들국화도 웃으며 예쁘게만 피어있다. 그리고 꽃들은 얼핏 웃으며 나를 반기지만 아버지를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자식을 나무라는 것만 같다. 이런 반대되는 감정의 섞임은 세상살이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며 살아가는 리스너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테스형 앞에 '아'라는 탄식을 계속 붙여서일까. 테스형을 부를수록 무언가를 토해내듯 맘이 홀가분해진다. 세상이 왜 이런지, 세월은 또 왜 저런지에 대한 답을 끝내 찾지는 못했지만 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나도 모르게 답을 찾은 것만 같은 착각이 드는 건 이 때문이다.
먼저가본 저세상 어떤 가요 테스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 가요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모두가 저세상이 어떤 풍경일지 상상하곤 하지만, 아무도 저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알지 못한다. 나훈아도 사람인지라 마찬가지인가 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테스형님에게 저세상에 대해 어떤지, 정말 천국은 있는지 묻는 물음에서 삶과 죽음을 늘 의식하고 때론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이 공감과 위로를 받는 듯하다.
무려 15년 만이다. 나훈아는 15년 만에 최고의 공연을 방송을 통해 선보였고, 전설의 무대를 남겼다. 감성과 흡인력은 더 짙어지고 강해진 모습이었다. 귓가에 맴도는 "테스형!"의 울부짖음이 추석을 지나는 우리의 아이러니한 마음에 여운으로 머무는 듯하다. 가족들과 무사히 또 한 번의 가을을 맞이한 고마운 마음과, 벌써 다음해를 향해 내달음질 치는 무정한 시간에 대한 원망이 뒤섞인 아이러니 말이다.
'演藝, 팻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Rogues’ Gallery - Talking Pictures (0) | 2020.12.04 |
---|---|
The end of cinema? (0) | 2020.11.02 |
「1982年生まれ、ヒョンビン」と半沢直樹と暗号と (0) | 2020.08.24 |
東方神起の「災い転じて福となす」ビジネス戦略 (0) | 2020.07.31 |
2020.7.26일 104세를 일기로 타계한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0) | 2020.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