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싶은 詩 모음

가을이별 - 洪允淑

이강기 2015. 8. 31. 10:26

가을이별


     洪允淑


그날 떠날 때

내 가슴 반은 무너지고

남은 가슴 반에 그대를 묻었으니

나는 그대의 집이노라

살아서는 멀리 헤어져 서로 떠돌고

한구석 문고리 잠겼던 마음

죽어서 남김없이 다 풀어 놓았으니

무시로 빈 가슴 문 열고 들어와 편히 쉬시라

그 산골짜기 외진 길 몇 굽이 돌아가면

그대 먼저 가서 터 닦아 세운 집

우리 생애 마지막 집 한 채 거기 있으니

내 희망 또한 거기 가 쉬리라

무너진 가슴 반은 이미 그곳에 가 있느니


<><><>

우연히 책을 뽑아 들다가 책갈피 속에서 네모나게 오려진 종이조각 하나가 떨어졌다. 뭔가 싶어 주워 보니 “일요 詩壇”이란 컷 옆에 바로 이 시가 실려 있다. 언제 오려 논 것인지 어느 신문이었는지도 알 길이 없다. 아마도 어느 해 어느 날, 신문을 보다가 우연히 이 시를 읽고 좋다싶어 오려 둔 모양이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다.   

 - 이강기

201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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