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싶은 詩 모음

강냉이 - 권정생

이강기 2015. 8. 31. 10:34
강냉이

   - 권정생


길 모퉁이 돌담 밑에
한 포기
두 포기
세 포기……

싱야는 구덩이 파고
나는 강냉이 씨앗 놓고
거름 주고 흙 덮고

한 치 크면 오줌 주고
두 치 크면 북을 주고
벌써 내 키만치 컸다.
“요건 싱야 강냉이”
“요건 내 강냉이”
나누어서 하나하나
점찎어 놓고

강냉이 잎사귀 너울거리고
뒷집 대추남게 매미 울 때
봉화산 모퉁이로 전쟁이 났다.

우리는 보따리 싸 들고 지고
집 모퉁이 강냉이 그냥 두고 피난 갔다.

아버지랑 어머니랑
낯설은 강변에서
하얀 둥근 달 쳐다보며
고향 생각하실 때면

나 혼자 우리 집 모퉁이
저희들끼리 버려 두고 온
강냉이 생각했다.

인지쯤 싱야 강냉이는
수염이 나고
 내 강냉이는 알이 통통 배고……
  (19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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