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 - 권정생 길 모퉁이 돌담 밑에 한 포기 두 포기 세 포기…… 싱야는 구덩이 파고 나는 강냉이 씨앗 놓고 거름 주고 흙 덮고 한 치 크면 오줌 주고 두 치 크면 북을 주고 벌써 내 키만치 컸다. “요건 싱야 강냉이” “요건 내 강냉이” 나누어서 하나하나 점찎어 놓고 강냉이 잎사귀 너울거리고 뒷집 대추남게 매미 울 때 봉화산 모퉁이로 전쟁이 났다. 우리는 보따리 싸 들고 지고 집 모퉁이 강냉이 그냥 두고 피난 갔다. 아버지랑 어머니랑 낯설은 강변에서 하얀 둥근 달 쳐다보며 고향 생각하실 때면 나 혼자 우리 집 모퉁이 저희들끼리 버려 두고 온 강냉이 생각했다. 인지쯤 싱야 강냉이는 수염이 나고 내 강냉이는 알이 통통 배고…… (1950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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