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富院에서
조지훈
한 달 籠城 끝에 나와 보는 多富院은 얇은 가을 구름이 산마루에 뿌려져 있다
彼我 功防의 砲火가 한 달을 내리 울부짖던 곳
아아 多富院은 이렇게도 大邱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고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自由의 國土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 이 荒廢한 風景이 무엇 때문의 犧牲인가를......
고개 들어 하늘에 외치던 그 姿勢대로 머리만 남아 있는 軍馬의 屍體
스스로의 뉘우침에 흐느껴 우는 곳 길 옆에 쓰러진 傀儡軍 戰士
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 움직이던 生靈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 바람에 오히려 간 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多富院
진실로 運命의 말미암음이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이 가련한 주검에는 무슨 安息이 있느냐
살아서 다시 보는 多富院은 죽은 者도 산 者도 다 함께 安住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
---- 19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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