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가는대로

500년 전 연산군 초기 정부와 닮은꼴?

이강기 2015. 9. 1. 23:50
500년 전 연산군 초기 정부와 닮은꼴?    
 

연산군이 1499년(연산5년) 의정부에 다음과 같은 교서를 내린 적이 있다.

"조정의 명령에는 마땅히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함부로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요즘 보면 관료들마다 각기 자기의 의견만을 고집하고.....함부로 많은 건의를 무책임하게 제시하며 조정의 정책이 일단 확정된 후에도 그렇게 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조정에 기강이 없고 정령(政令)이 여러 갈래에서 나오는 그러한 꼴이 되지 않겠는가?

더욱이 하급관서들까지도 서로 자기 의견만을 내세워 이기는 데에만 힘쓰고, 한쪽이 옳다고 하면 한쪽은 그르다고 하며 각기 자기의 의견을 상소하여 아침에 내린 명령이 저녁때 다시 번복되는 현상을 빚어내게 하고 있다....

그 결과 일선관리들은 무엇을 지켜야할 지를 모르고 백성들은 어떻게 따라 가야할 지를 모르고 있다. 이와 같은 악풍이 시정되지 않는 한 마침내는 법이 크게 혼란하여지고 말 것이다.

의정부는 모든 관료들로 하여금 이상에서 말한 뜻을 십분 알게 하며 다시는 전일의 악폐를 답습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E.W. 와그너의 "조선 사화에 대한 연구"에서 인용)

어째,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같고 많이 느끼던 소리 같지 않은가?

(2003.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