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가는대로

아무리 대통령이 대통령답지 않기로서니

이강기 2015. 9. 9. 10:56

아무리 대통령이 대통령답지 않기로서니

 

(2004년 1월 21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보고)

 

이건 너무 했다.
이렇게 확 뒤집어엎고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보아하니 뒷감당할 요량도 없이
덜렁 일만 저지른 것 같은데.

대통령이란 사람이 부뚜막에 앉혀 논 어린애 같고
그 앞잡이 뒷잡이들 천방지축 날뛰는 꼬락서니
정말 두 눈뜨고는 못 봐 줄 일이긴 하지만,
그러나 어이하리, 한 시대의 풍조인 것을.
값비싼 대가 치러 보지 않고는 고칠 수 없는
이 민족의 수 백년 해묵은 고질병인 것을.

4년만 기다리면, 아니 바로 한 달만 기다려도
한번 본때를 보여 줄 기회가 있는데
반격에 대한 확실한 방어 수단도 없이
그저 욱하는 맘으로
그렇게 덜렁 내 꽂아
판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KBS는 숫제 봉기를 선동질 해대고
저들만 애국자연 평화애호가연 개혁자연 하던 사람들
지금 개거품 물고 지사연(志士然) 하며 죄다 나서고들 있는데...

에어졸 살충제도 준비하지 않고
섣불리 땅벌집 건드려
역공할 호기만 준 것 아닌가!
공연히 역사만 뒷걸음질치게 만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