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 韓.日 關係

일본형 시스템을 진단한다

이강기 2015. 9. 11. 12:04

일본형 시스템을 진단한다

 

(일본형 시스템 또는 일본식 경영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지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80년대 일본 호황기 땐 오히려 미국기업들이 앞장서서 일본을 따라 배우자며 소란을 떨었는데 그 호황이 거품이었음이 드러나고 90년대 들어 거품이 빠지면서 일본경제가 장기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이번에는 그 원인이 일본형 시스템에 있다면서 좀 전까지 따라 배우자며 고 개를 숙였던 "자괴심"에 화풀이라도 하려는 듯 사정없이 매도하기 시작했다. 최근의 아시아 금융.통화위기는 일본형 시스템, 나아가 넓은 의미로는 아시아형 시스템의 설자리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정경유착을 불러온 소위 정실자본주의가 이번 위기의 종범이라면 그 주범은 그것들을 키운 사회적인 토양, 이른바 사회적 시스템이라는 투다. 좀 전엔 이광요 전 싱가폴총리가 "아시아적인 가치"를 논했다가 서구 언론과 학자들한테서 면박을 받더니, 최근엔 마하티르 말레이시아총리가 비슷한 주장을 했다가 역시 그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일본형 시스템(아시아형 시스템)은 정말로 이미 시대적인 사명을 마치고 박물관에나 보관해야 할 역사적 유물이 된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생명을 유지시킬 만한 가치가 있는 살아있는 이데올로기일까? 이에 대해 대체적으로 서구 학자들이나 언론들은 전자 쪽인 반면, 아시아 쪽 학자나 언론들은 비교적 후자 쪽에 서면서도 미련, 반신반의, 옹호 등 여러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이 문제를 주제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학자들의 의견을 3회에 걸쳐 연재했다. 일본사람들이 일본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이긴 하지만, 이를 아시아적 시스템으로 오버랩시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싶어 옮겨 보았다.

- 이강기<KOTRA 홈페이지 "세계 1000대기업 DB 게재>, 1998. 1. 25)

 

 

차례

──

1. 국제경쟁력의 원천

2. 성공과 좌절

3. 문화와 역사를 감안한 개혁을

 

1. 국제경쟁력의 원천

 

- 岡岐 哲二(東京大 조교수)

 

1997년은 일본경제로서는 매우 어려운 한 해였다. 계속되는 금융시스템의 불안에다 완만하게나마 상승을 계속해 온 경기가 소득세 인상을 계기로 후퇴국면으로 들어섰던 해다. 경제의 이러한 움직임은 일본 경제시스템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흘러, 현재의 경제논단 상황은 일본적 시스템에 대해 여러가지 찬미론 일색이었던 80년대 후반과는 일변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발전도상국과 같은 수준의 소득에서 재출발했던 전후의 일본이 세계 톱 레벌의 소득수준을 실현하기까지에 이른 것을 생각하면, 그 캐치업의 과정에서 기능해 온 여러가지 구조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보통신의 비약적인 발전에 걸맞은 경제의 글로벌화의 진행이 그 필요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구조의 재평가 과제가 중요한 만큼 그 전제로서 현 시스템에 대해 냉정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경제 "몰락론"이 우세한 가운데, 東海대학의 唐津一교수는, 전기기계공업에서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제조업의 높은 효율성과 성장력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의론이다.

 

일본 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수출액 - 수입액"을 "수출액+ 수입액"으로 나누어 얻을 수 있는 경쟁력 지표를 사용하면, 그 지수는 81년에 0.69였고, 96년엔 0.39가 된다. 이 15년간에 지수가 꽤 내려오긴 했지만, 일본제조업은 여전히 큰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다. 같은 15년 동안에 엔화의 대달러 평균 환률이 $1=228엔에서 $1=122엔으로 거의 1.87배의 엔고가 된 것을 감안하면,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을 가히 짐작할 수 있겠다.

 

제조업의 높은 성과는 경제개혁논의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스탠포드대학의 靑木倉彦씨가 주장한 것 처럼, 각 제도의 차이 자체가 비교우위구조의 결정요인으로 되기 때문이다. 일본제조업의 성과는 장기고용이나 장기 거래관계등의 여러 제도와 구별하여 생각할 수 없다.

 

이미 6년여 전에 필자는 이 난을 통해 일본적인 경제시스템의 원형이 제 2차세계대전기의 전시경제 중에 생겨났다고 하는 견해를 제기한 바 있다. 이 견해는, 일본적인 시스템의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론의 논거로서 자주 이용돼 왔다. 결론적으로 말해 전시기에 원형이 생겼다고 하는 견해를 개혁의필요성으로 직접 연결하는 주장은 논리의 비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Path Dependence(역사적 경로 의존성)라고 하는 개념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스탠포드대학의 경제사학자인 폴 데이비드는 85년에 쓴 논문가운데서 "QWERTY"라고 하는 일견 기묘한 타이프라이트의 문자판 배열이 왜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는가를 명쾌하게 설명하고있다.

 

타이프라이터의 실용화을 위해서는 인접한 키가 빨리 타자될때 서로 얽힌다고 하는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그 때문에 인접한 키가 연속하여 타자되지 않게 키를 배열하다보니 "QWERTY"식으로 배열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단 "QWERTY" 배열의 타이프가 생산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그 배열을 즉시 몸에 익히게 된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QWERTY" 배열의 문자판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기술을 몸에 익혔기 때문이다.

 

"QWERTY"의 에피소드에는 작지만 2가지 중요한 의미가 포함돼 있다. 하나는 과거의 사건이 그 후의 경과로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즉 역사적경로의존성이다. 이것은 전시경제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의 논거가 된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현재 "QWERTY" 배열이 사용되고 있는 이유가, 최초에 그것이 고안된 시기의 이유와 전연 달라졌다는 점이다. PC에는 애당초 활자를 받쳐주는 바가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40년대 초에 일본적인 경제 시스템의 원형이 생겨났을 때의 이유가 전쟁이 있었기 때문인데, 현재의 시스템에 합리성이 있는 지 어떤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가 된다.

 

오늘날 경제개혁론을 보면, 수년전의 정치개혁론을 생각나게 한다. 당시 소선거구제로의 이행이 정치개혁의 특효약인 것 처럼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소선거구제도를 채택한 결과는 오늘의 정치상황이 보여주는 바와 같다.

 

오늘 필요로 하는 것은, 일본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미리 결론을 전제로 하여 열을 내는 논의가 아니고,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어 냉정한 비교 제도론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싶다.(니혼게이자이, 98. 1. 21)

 

 

2. 성공과 좌절

 

- 正村 俊之(東北大 교수)

 

<> 전형적인 예는 "代表" "代行"

 

80년대에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정도의 성공을 거둔 일본식 경영은, 90년대 들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극적인 변화는 버블경제의 붕괴가 큰 이유가 되지만, 그것이 유일한 원인은 아닐 것이다. 그기에는 일본식경영의 본연의 모습과 관련된 구조적인 요인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일본식 경영이란 어떤 것일까? 우선 "相互代理"라고 하는 문제를 가지고 그것이 일본식 경영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일본식 경영의 轉機를 어떻게 이끌었는지 고찰해 보고자 한다.

 

"相互代理"라는 것은, 여러 지위에 있는 인간이나 조직이 본래의 역할을 다 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상대의 역할을 서로 맡아 하는 합치관계를 지칭하고 있다. 분업에는, 수평적 분업과 수직적 분업이 있는데, 수직분업 가운데서 상위자가 하위자의 대리가 되는 것이 "대표", 하위자가 상위자의 대리가 되는 것이 "대행"이다. 일본에서는 수평적 분업과 수직적 분업, 조직내 분업과 조직사이의 분업을 불문하고 "相互代理"가 발달해 왔다.

 

"주주주권"이 강한 미국기업과는 달리, "종업원 주권"이 강한 일본기업에서는, 경영자는 종업원의 대표자로 행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경영자가 종업원의 대표자이기 때문에 종업원 전체의 이익을 도모해 왔다. 종업원 해고를 좀처럼 피하고, "장기고용"을 실현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한편 "稟議制"라고 하는 일본적인 의사결정 아래서는, 의사결정의 원안은 톱이 아닌 미들 클래스의 종업원에 의해 발안되어, 톱의 승인을 얻어 실행으로 옮기게 된다. 품의제가 유효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품의서 작성자가 톱의 대행자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 신뢰관계를 확립하는 기능

 

이처럼 대표와 대행은, 조직내의 관계를 뛰어넘어 조직간의 관계에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대장성이나 통산성은, 가지가지 규제를 만들어 과도한 경쟁을 배재하여 업계전체의 이익을 도모해 왔다. "護送船團방식"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법은 일본 관청이 관할부문의 대표자나 다름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소위 "行政指導"라는 것은, 종종 업계나 업계단체에 의해 발안되어 관청의 승인을 얻어 실행으로 옮겨지고 있다. 여기에는 업계나 업계단체가 관청의 대행자가 되는 것이다.

 

대표와 대행은, 수직적 분업에서 "相互代理"가 되었으며, 수평적 분업에서도 "相互代理"가 되고 있다. 일본의 조직에서는, 동료의 직무나 다른 부문의 직무를 대리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잡 로테이션"이라고 하는 인재양성 방법이다. 잡 로테이션에 의해 직위를 정기적으로 교대시킴으로써 조직 구성원들이 제너럴리스트로 길러지고 있어, 이론적으로는, 종업원 누구나 타인의 직무를 대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맨 뱅크제"라 불리는 시스템 가운데서도 기업과 맨 뱅크, 맨 뱅크와 다른 맨 뱅크와의 사이에 상호대리가 성립되고 있다. 기업이 맨 뱅크의 대리자로서 수익증대를 도모하듯이 맨 뱅크도 기업의 대리자로서 기업경영을 감시하고, 경영이 악화될 때에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도 한다.

 

이처럼 일본식 경영의 특징이 되어 온 "장기고용" "호송선단방식" "맨 뱅크제"등은, 각각 상호대리라는 특정한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일본에서 기능하고 있는 상호대리는, 근대경제학의 "에지엔시 이론"이상정하는 "代理"를 단순히 相互化한 것은 아니다. 미국기업이라면, 경영자를 주주의 대리인, 노동자를 경영자의 대리인이라고 간주하겠지만, 그기에는 "자기책임 원칙"이란 것이 있다. 대리자는, 대리라고 하는 특수한 행위를 자기의 책임 아래 수행하는 것이며, 대리에 실패하게 되면, 그 책임은 대리자에게로 귀속된다.

 

그런데 일본에서 말하는 상호대리는 자기책임원칙에 따르지않고 있다. 대리인이 상대의 대리역할을 하는데도 피 대리인의 책임이 전가되지 않기 때문에 대리에 실패하면 피 대리인의 책임이 된다. 대리인으로서 대리하는 것은 비교적 수지맞지 않은(코스트) 행위이며, 피 대리인으로서 대리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리스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가 행해지는 것은, 상대를 위해 비용을 들이고 상대에 대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이 상대의 신뢰를 얻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대리"를 相互化하게 되면 "대리"의 실현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코스트 리스크를 공유하는 당사자들은 이중의 신뢰고리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相互代理"의 이점은, 신뢰관계의 확립에 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호 대리가 행해지면, 제도적인 역할관계와 실제의 역할관계가 맞닿아 제도와 운용의 괴리가 생기게 된다. 80년대에는, 전문화.집권화.규격화로 특징지울 수 있는"획일적인 대량생산 시스템"이 한계에 직면한 시대였으며, 상호대리는 제도와 운용이라고 하는 2개의 레벌을 통해 전문화와 탈 전문화, 집권화와 분권화, 규격화와 유동화라고 하는 상반적인 조건을 양립시켜왔다. 예를 들어 조직구성원이 제도상에서 전문화된 역할을 제너럴리스트로서 수행한다고 하는 것은, 제도와 운용의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시스템은, 제도 레벌에서는 다른 선직국들과 같이 전문화.집권화.규격화 된 구조를 확립하여 그 메리트를 향유하고 있으면서도, 운용 레벌에서는 상호대리를 통해 획일적인 대량생산 시스템의 약점을 보완해 왔다. 정보화의 진전과 함께 이러한 상반적인 특성을 양립시키는 경영형태가 탄생하게 된 것은, 일본적 경영이 정보화가 본격화하기 이전에 새로운 경영형태의 특징을 이뤘기 때문이다. "相互代理"는, 그러한 형태로 일본적 경영의 성공에 기여해 왔다.

 

<> 毆美型 이행으로 문제해결되지 않아

 

하지만 "相互代理"는 플러스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호대리로부터 파생하는 "신뢰관계"와 "제도와 운용의 괴리"에는 각각 마이너스적인 면 있다. 이중의 고리로 연결돼 있는 신뢰관계는 강고한 반면 폐쇄적인 유착관계를 일으키기 쉽다. 또한 제도와 운용이 괴리하게 되면, 본래 직무를 맡았던 인간(조직)과 실제로 직무를 맡게되는 인간(조직)이 따로 놀기 때문에 직무의 결과에 대해 서로 채임감이 없게 된다.

 

더욱이 상대의 대리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상대와의 구별을 가능한 한 잠재화시킬 필요가 있는데 이것은 은폐적인 체질을 기르기 쉽다. "폐쇄적 관계" "무책임" "은폐적 체질", 이러한 것들은 결국 최근의 불상사에서 볼 수 있는 일본적 경영의 특질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보기술과 정보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相互代理"의 관계를 구축하지 않아도 새로운 경영형태를 확립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폐쇄적인 "相互代理"는, 광역적인 네트워크관계를 전제로 한 경영형태를 확립하고서도 옛날의 족쇄를 그대로 차고 있는 꼴이 된다. 정보화의 진전으로 일본적 경영의 메리트가 상실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적 경영이 체험했던 80년대의 성공과 90년대의 좌절은, "相互代理"라고 하는 공통의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물론 "相互代理"를 폐지하여 구미형의 시스템으로 이행하게 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리나 신뢰 그 자체는 결코 일본적인 특수한 현상이 아닌 것이다. "相互代理"의 기초는 근세의 단계에서 확립된 것이긴 하지만 그 구체적인 형태는 역사적인 과정을 통해 변화해 온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검토해야 할 것은 것은 대리나 신뢰의 관계를 폐지하느냐 않느냐는 것이 아니고 어떠한 대리와 신뢰의 관계를 구축하느냐 하는 것이다. 보편이냐 특수냐 하는 선택으로서가 아니라 보편을 어떻게 특수화하느냐 하는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니혼게이자이, 98. 1. 22)

 

 

3. 문화와 역사를 감안한 개혁을

          - 荒井 一博(一橋大 교수)

 

<> 계약만으로는 성립되지 않는다

 

일본적 고용제도를 폐지하고 시장 메카니즘을 중시하는 미국적인 제도를 도입해야한다는 논의가 지금 일본 언론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한 논의에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일반균형론등을 기초로 한 경제학교과서 이론이다. 이른바 개인이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여 자유롭게 행동하게 되면 자원배분이 가장 잘 된다고 하는 이론이다.

 

이러한 이론에 의거하게 되면 세계 모든 나라들이 동일한 시스템을 채용하게 되며, 일본식 경영등은 존재이유가 없게 될 것이고 제도와 이름을 만드는 것은 모름지기 비효율의 원인이 되게 된다. 일본어 조차도 비효율이라고 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경제이론을 말할 때에는 그 전제를 충분히 음미할 필요가 있다. 일본식 경영이 채용됐던 조직은, 일반균형론이 문제로 삼는 시장과는 크게 다르다. 대부분의 교과서에서는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일반균형론은, 거래(인간관계)는 계약에 근거하여 행해지고, 그것은 꼭 실행되는 것이라고 하는 전제하에 성립되고 있다.

 

이 전제에 따라 실제로 조직내의 일을 시시콜콜히 따져 계약관계를 만들어 놓으면, (일반균형론의 생각과는 달리) 엄청난 거래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것은 경제가 부단히 변화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지나치게 상세한 계약은 그대로 이행될 수 없게 된다. 현실적으로 많은 조직 구성원의 행동은 형식적인 계약과는 거의 무관하다.

 

그들에게는 자기의 판단으로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부분, 이른바 자유재량의 여지를 가지고 있다. 이 자유재량적인 행동이 조직의 생산성에 크게 영향을 준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실감하고 있는 것 처럼 "신뢰"나 "자기규제"등이 조직의 효율을 위한 중요한 행동규범이 된다. 계약에 의해 개인의 행동을 제어하는 것은, 단순한 업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수의 시장주의론자가 생각할 정도로 쉬운 것이 아니다.

 

종신고용제는, 고용에 관련된 불확실성과 거래비용을 경감시키면서 조직구성원 간의 관계를 장기화시켜 앞서 말한 자유재량을 상호협력으로 이끌어가는 제조이다. 구성원 사이의 넓은 의미의 상호협력이 일본의 복잡하고 큰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시켜 왔다.

 

장기적인 상호의존관계 아래서는, 게임론이 말해주는 것 처럼 구성원들은 먼 장래까지 고려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서로 협력적이 된다. 그 뿐 아니라 종신고용제는 인간관계를 긴밀하게 하고 신뢰와 자기규제를 양성시켜 게임론이 예측하는 이상의 협력을 가져온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효과의 대소는 그 사회의 문화(가치관의 전통)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본처럼 협력지향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사회에서는 협력을 실현하는 가능성이 높다. 종신고용제의 협력양성효과가 큰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문화에 영향을 받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협력적일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각자가 협력적이 되는 것이다. 문화는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개대를 형성하고 조직이나 경제의 효율성에 영향을 준다.

 

노동시장의 유동화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점을 정확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기업이 노동자들의 업무를 빈번하게 바꿔도 노동자들의 업무태도가 불변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노동자의 업무태도를 실제로 계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계 부품처럼 취급당하는 노동자들의 노력수준이 저하되고 말 것이다.

 

<> 연공임금제로 불확실성 경감

 

이번 불황으로 연공임금제가 붕괴되고 성과주의적 임금제도로 전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공임금제에 관해서는 노동자들이 기업의 특수인적자본(그 기업에 특히 유용한 지식이나 기술)을 축적함으로써 생산성이 상승하는 것으로서 기업은 오래 근무한 노동자들에게 높은(생산성 보다는 낮은) 임금을 지급한다는 이론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이론으로서는 일본의 연공임금제를 설명할 수 없다. 만약 앞의 이론대로라면, 일본 기업들은 불황기에 오래 근무한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았을 것이며, 노동자의 고령화가 진행돼도 임금비용의 상승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필자는 전부터 연공임금제는 세대간 소득이전의 제도라고 주장해 왔다. 이른바 이 제도는, 자본시장의 불완전성과 각 연령단계의 노동자들의 자금적인 필요도에 대응하여 젊은 노동자들에게는 생산성 보다고 낮은 임금을, 나이 많은 노동자들에게는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황이 되면 기업들은 오래 근무한 노동자들의 수를 줄여 임금부담을 경감하려고 하는 것이다. 또한 고령화가 진행되

면 세대간 이전효과가 적어짐으로써 종래의 연령별 임금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곤란해진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성과주의적 임금은 일반균형론의 하나로 전혀 새로운 이론이 아니다. 따라서 앞서 지적한 계약 불가능성 문제를 피할 수가 없다. 복잡하고 큰 조직의 업무에서는 팀 워크를 이루지 않으면 상호의존관계가 중요하게 되기 때문에 지나친 성과주의적 임금제도는 조직 본래의 목적인 구성원간의 협력을 저해하게 된다.

 

또한 객관적인 개인평가가 특히 어려운데다가 평가 시스템의 작성이나 평가자체에 많은 거래비용이 든다. 특히 불확실성이 성과를 좌우할 때에는, 성과주의로서는 최적의 노력수준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연공임금제는 임금의 불확실성을 경감하는 기능을 해 왔다. 무릇 개인이 독립하여 일을 하면 비효율이 되기 때문에 조직을 만드는 것으로서, 조직에 있어서 성과주의는 모순을 담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가 진행하는 조직에서는 세대간 이전효과가 적어지기 때문에 연령별 임금격차가 종래보다 낮아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임금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 극단적인 성과주의적 임금제도를 채용하게 되면 장래 임금에 대한 노동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게 될 뿐 아니라 앞서 말한 것과 같은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세대간의 공평성을 고려하면서 고연령노동자들의 생활비를 경감하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거시경제의 안정이 전제

 

빈번한 불상사와 경제의 글로벌화 때문에 미국적인 제도의 채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일련의 불상사는 누가 보아도 부정에 관한 것이었으며, 그것을 가지고 일본적인 경영의 폐지를 제창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아무리 일본인들이 지금부터 일본의 역사나 문화로부터 자유로와져 미국인들 처럼 행동한다고해도 그렇게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시장화를 주창하는 사람들도 실제로는 미국인들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필자 역시 일본의 조직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버블 경제 이후 일본인들의 가치관에 큰 혼란이 생겨 일본의 조직이나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주의도 이 혼란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일본인들이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여 일본인 답게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일본인들의 장점을 살리는 제도를 일본인 자신이 고안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고용제도와 같이 인간의 가치관이나 심리와 깊은 관계가 있는 제도는, 외국 것의 흉내로는 효율적인 기능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우선 시스템 개혁의 전제로서 거시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극히 중요하다는 것을 부언해 둘 필요가 있겠다.

 

시장 메카니즘은 결코 만능이 아니다. 이론적으로 말해도 조직의 문제는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해결되지 않고, 시장은 불확실성이나 거래비용을 수반하는 자원배분 또한 장기간에 걸친 자원배분에 적절하지가 않다. 경제의 글로벌화나 규제완화에 의해 시장의 불안정성도 증가하고 있다. 교과서 경제학적인 낙관적인 의견이 다수 보이고 있지만, 시장 메카니즘이 자원배분을 최적의 상태로 한다는 이론적인 근거가 그렇게 튼튼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사회생활에는 본래 시장의 수비범위와는 별도의 중요한 부분이 있다. 모든 것을 시장에 일임한다고 하는 이론에는 그 부분까지 시장원리에 종속시키고 그것을 공백화하기도 하여 경제 자체에 약영향을 미친다. 일본 시스템의 개혁을 위해서는 문화나 역사까지도 시야에 넣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은 시장화 논리는 불완전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니혼게이자이, 98.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