歷史

식민지 근대화론 : 학계 전면논쟁 비화

이강기 2015. 9. 16. 21:54
식민지 근대화론 : 학계 전면논쟁 비화  

 

식민지 근대화론;학계 전면논쟁 비화;「창작과 비평」 겨울호, 신용하-안병직 교수 논문 게재;“일제수탈로 자생적 근대화 단절”수탈론」;“일제때도 일정한 근대화 이뤄져”;일산케이신문 보도겹쳐 학계 더욱 자극;경제발전론 시각서 일제 파악해야;새삼스레 총독부 주장 왜 되풀이하나;신용하 교수;안병직 교수
조선일보 : 1997-11-27 [문화]   
 
 
「식민지근대화론」이 마침내 학계의 전면 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일제시대는 우리를 근대화시킨 측면이 있는가, 아니면 수탈과 착취로만 일관했는가. 우리 사회는 조선 후기 이래 자생적으로 근대화할 역량을 갖고 있었는가.

일제시대, 나아가 한국 근대사를 보는 사관을 둘러싼 이 논쟁은 지난 여름부터 시작돼 급기야 오래 전부터 양 진영을 대표해온 서울대 신용하(신용하·사회사) 교수와 안병직(안병직·경제사) 교수가 각각 최근 나온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자신들의 주장을 개진하는 장문의 글을 발표했다.

그러나 논쟁은 두 학자의 대립으로 그치지 않고 한동안 잠잠하던 인문-사회과학계 전반을 술렁이게 하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논쟁은 「창작과 비평」 여름호가 조석곤(조석곤·경제학) 상지대교수의 「수탈론과 근대화론을 넘어서」를 싣고 이어 가을호에 정태헌(정태헌) 박사의 「수탈론의 속류화 속에 사라진 식민지」가 실리면서 학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일제시대를 자생적 근대화의 단절로 보고 일제시대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자생적 근대화를 이룰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수탈론, 또는 내재적 발전론자는 주로 한국사와 한국사회사 전공자들이다. 이에 반해 일제시대에도 일정한 근대화가 이뤄졌으며, 이것이 광복후 역사 전개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근대화론은 주로 경제사 전공자들이 지지하고 있다.

일시적 불꽃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이 논쟁이 확전한 결정적 계기는 지난 8월17일자 일본 산케이신문이 이를 1면 머릿기사로 소개, 마치 한국에서 일본식민지를 찬양하는 세력이 있는 듯이 보도한 때문이다.

사회학계에서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식민경험과 근대화의 관계를 국제적 시각에서 추적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이 논쟁에 뛰어들었다. 이 작업을 주도하는 연세대 유석춘(유석춘·사회학) 교수는 『아직은 어느 한쪽을 지지할 만큼 충분히 사례를 수집하지 못했지만 내년 초면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사회학자는 이미 수탈론보다는 근대화론이 점점 더 세를 얻어가는 상황이라고 학계 분위기를 소개했다.

그러나 광복 후 오랫동안 학계의 주도적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가 근대화론의 도전을 받은 내재적 발전론자들의 대응은 확고하다. 수탈론의 신용하 교수와 함께 내재적 발전론의 학문적 성과를 이끌어온 연세대 김용섭(김용섭·한국사) 교수의 최근 정년퇴임기념논문집이 학계의 주목을 끈 것도 그 때문이다.

여기에 실린 한 글에서 서울대 김인걸(김인걸·한국사) 교수는 『식민사관 극복을 위해 60∼70년대 20여년에 걸쳐 역사학자들이 고군분투한 결과 이룩해낸 성과가 내재적 발전론』이라며 『최근 이를 뒤집으려는 학계 일각의 움직임은 식민사관의 부활이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3권에 이르는 이 논문집은 전반적으로 내재적 발전론을 기본 사관으로 하는 학자들의 글을 담고 있다.

반면 경제사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식민지근대화론은 「경제발전」이라는 현상 자체를 보는 면에서 수탈론자들과 시각을 달리하고 있고, 경제와 관련된 보다 많은 실증자료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전개하고 있어 만만치 않다.

이 논쟁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시각을 달리한다. 내재적 발전론은 대한민국사를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가 숱하게 중첩된 역사로 파악하고 있다. 반면 근대화론은 광복 후 한국사회가 이룩한 자본주의발전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다. 이런 선상에서 우리의 과제는 빨리 중진국을 뛰어넘어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식민지근대화론」 논쟁은 역사관과 역사적 사실의 문제가 혼재해 쉽게 판정이 나올 성질이 아니다. 이번 논쟁을 촉발시킨 창작과 비평사측도 『새로운 쟁점이 담긴 논문이 들어오는 한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 가지, 이 논쟁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한국경제는 파탄을 향해 달리며 급기야 역사책에서나 보던 「신국채보상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두 진영은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하다. < 이한우기자 >

신용하 교수

『최근 일본도 아닌 한국에서 일부 인사들이 일제 「식민주의사관」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비판하면서 새삼스레 조선총독부와 식민지관료들이 떠들던 주장(근대화론)을 학술연구 또는 논문의 형식을 빌려 재정립하려는 동기와 목적은 무엇인가. 또 그와 같이 할 필요는 있는가. 』

안병직 교수

『필자는 일제시대를 경제발전론적 시각으로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 하면 한국자본주의는 60년대 이래 경제개발로 성립했다고 하더라도 그 배경에는 일제시대 사회경제구조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조선후기와 해방 이후가 바로 접속될 수 없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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