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전후사의 인식"의 변 - “6·25-분단 막을수 없었나” 문제의식 갖고 학문적 접근
“6·25-분단 막을수 없었나” 문제의식 갖고 학문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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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길사 김언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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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전후사의 인식’이 탄생하는 1970년대 말은 참으로 엄혹한 시대였습니다. 민족적 상황과 정치현실에 대해 문제의식만 가져도 수난당하던 때였습니다. 그런 속에서 ‘해전사’는 기획되기 시작했습니다. ‘해전사’는 70년대의 유신과 80년대의 군부라는 폭압적 상황을 어떻게 하면 개선시킬 것인가로 고뇌하는 지식인들의 학문적 성찰이었습니다.
70년대와 80년대는 책의 시대였습니다. ‘해전사’뿐만 아니라 수많은 책들이 고난을 무릅쓴 일련의 지식인과 출판인들에 의해 기획되었습니다. 언론이 제대로 말하지 못할 때 오히려 책이 늘 문제의식을 제기했습니다.
‘해전사’는 우리 현대사를 좀더 민족자주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자는 것이 기획의 취지였습니다. 흔히 외세에 의해 분단이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좀더 잘했더라면 분단과 전쟁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현대사에 대한 문제제기였습니다. 권위주의 정치를 넘어서는 반듯한 민주국가를 건설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유신·군부 상황을 어떻게…” 암울한 현실 개선의지 앞서
역사와 현실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으로 ‘해전사’는 그 시절에 기획된 다른 여러 책들과 더불어 우리 모두의 역사인식운동에 새로운 전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우리 민족국가의 발전이라는 주제를 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토론하고 고뇌했습니다. 그런 문제의식과 성찰과 행동을 토대로 우리 국가 사회는 이제 세계와 더불어 발전해가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어린아이들이 늘 새롭게 탄생하듯이 새로운 연구와 성찰로 새로운 책이 탄생해야 합니다. ‘해전사’ 필자들은 그후 자기 주제를 계속 연구하고 있고 새 연구서들을 펴내고 있습니다. ‘해전사’ 필자들은 물론이고 많은 연구자들이 ‘재인식’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인식’의 기획 자체를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재인식’을 탄생시키는 그 방법과 의도에 대해 그리고 일부 언론의 행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연구자들은 얼마든지 학문적 연구를 진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책을 내놓으면서 편집위원들과 출판사는 지난 날 우리가 많이 경험한 공안수사관들처럼 두 책의 내용을 단순 도식화시키고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대비표까지 만들었습니다.
‘해전사’ 열독 현상을 시대적·역사적 조건과 더불어 총체적으로 해석하고, 이성적 언설로 비평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하지 말자고 하면서 오히려 흑백 용어를 동원해서 그 내용을 난도질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행태는 70, 80년대에 수많은 책들을 판금시켰던 권위주의 권력의 그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학문연구를 지난 시대로 되돌리자는 것인지, 민족문제와 민주주의에 관심을 두지 말자는 것인지도 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참으로 황당한 일도 벌어졌습니다.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언론들은 사설까지 동원해서 ‘해전사’에 비판을 퍼부었습니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문제라면 책의 내용을 치밀하게 검토해서 다루어야 할 것입니다. 한 사회의 이성적 인식을 제공해야 할 언론의 사설이 이렇게 한다면 정말 곤란한 일입니다. 정당의 대변인이 논평까지 내놓았습니다. 학문의 일, 연구의 세계를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이렇다저렇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입니다.
脫이데올로기 시대인데… 흑백용어로 난도질해서야
몇 년 전 우리 출판사가 ‘해전사’를 재간행하면서 고치지 않은 것에 대해 ‘재인식’의 어느 편집위원은 뭐라고 했는데, 책의 내용을 출판사가 수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한 시대의 역사적 존재가 된 책들을 어떤 방향으로 뜯어고치자는 생각이야말로 참으로 위험한 비학문적 발상입니다. ‘해전사’는 이미 ‘해전사’로 존재할 뿐입니다. 다만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새 책으로 간행될 뿐입니다. 이데올로기라는 환상을 넘어서는 지적 성숙을 우리는 기대합니다.
민족자주적인 담론을 펴거나 북한사회주의를 적극적으로 연구하면 좌파로 몰아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해전사’ 전6권에는 60여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고, 이들 논문의 필자 가운데는 진보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학자도 있겠지만 보수적인 연구자도 있을 것입니다. 이들의 학문적 인식을 통틀어 한쪽으로 매도하는 일이 안타깝습니다./김언호·한길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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