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제일 중심부는 東西를 가로지르는
종로와 南北을 가로지르는 세종로가 교차하는 광화문 사거리다. 李舜臣(이순신)동상이 서 있는 곳으로 정부종합청사나 미국대사관 등 관공서도 가깝다.
대한민국의 소위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광화문 사거리의 교보빌딩 부근은 反美세력의 데모나 집회의 메카가 돼 있다. 2002년
美軍 차량에 치여서 사망한 여중생사망 사건과 관련한 反美데모 때는 특히 시끄러웠다. 미국대사관에 진입하려는 데모대와 그것을 막으려는 전경들이
항상 싸우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의 명물로 자리 잡은 「촛불시위」에서 교보빌딩 옆 광장은 反美데모의 명소가 되었다.
촛불시위 때
쓰이는 「시위도구」는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발명품이다. 종이컵 바닥에 구멍을 내서 밑에서 초를 집어넣어 불을 붙이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반드시 장사꾼이 등장한다. 촛불시위 때도 그것을 파는 노점상이 즐비했다.
反美운동의 확산은 알다시피 盧武鉉 대통령
당선의 큰 요인이 되었는데, 反美데모 자체는 盧武鉉 정권 출범 후에는 일단 잠잠해진 것 같다. 그 후는 이라크전쟁 관련의 反戰·平和시위로,
여중생사망 사건은 「추억의 촛불시위」가 된 것 같다.
그런데 反戰·平和가 좌익세력의 「트로이 목마」라는 것은 이미 현대 세계가
경험해 온 이야기지만, 한국의 경우는 「좌익세력+親北세력」의 위장수단이 돼 있고, 특히 최근에 와서 그것이 눈에 띈다. 북한에게는 지금 한국의
反美·親北 분위기가 그 독재체제에 대한 「안전보장 장치」가 되었으니, 金正日로부터는 남한의 지지세력에 대해서 당연히 「당면과제는
反戰·平和다」라는 지령이 내려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중생사망 사건에 관련한 反美촛불시위가 끝난 후에도 그것을 회고·기념하는
「투쟁」이 계속되는 것이다. 反美촛불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가 기념비를 세운 것도 그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그 기념비는 작년
6월 교보빌딩 옆 인도에 세워졌다. 촛불을 상징한 것처럼 땅딸막한 모양으로 높이 1m 정도의 크기다. 기념비에는 「자주·평화」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反美·親北의 구호인데, 특히 「자주」는 북한의 구호다. 글씨체도 어딘가 북한식이다.
그 기념비가 세워진 직후 누군가가
그것을 한밤중에 부숴뜨렸다. 反美·親北에 반대하는 보수세력에 의한 소행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 후 바로 복원되었다.
그런데 이
기념비는 당국의 허가 없이 시민단체가 일방적으로 세운 것이다. 인도에 그런 큰 「조형물」을 고정시키는 것은 법적으로 분명히 불법이다.
종로구청은 몇 번이나 철거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시민단체 측은 말을 듣지 않았다. 불법조형물이니 행정당국이 철거하려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반발을 우려해서 계속 방치해 왔다. 公權力(공권력)이 위법행위에 대한 적절한 법집행을 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연말연시 휴가를 끝내고 서울에 돌아왔는데, 그 기념비는 연초에 철거돼 있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법치주의를 확인하는
데 반년이 걸린 셈이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이러한 문제가 있다. 시민단체 측에 의하면 여중생 사건에 대한 국민적 항의, 즉
정의와 애국심을 기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률이나 규칙은 개입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법치주의 부정은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화염병을 던지거나 공공시설을 부수거나 전경을 살상하거나, 그 행위 뒤에 민주화라는 정의롭고 아름다운 동기가 있으면 다 용서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脫營 이등병의 이라크 派兵 반대농성을 영웅시하는
언론
한국사회에는 법치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무시 또는 경시가 있다. 처음에는 민주화를 위해서 법치주의를 무시해
왔는데, 세상이 민주화가 되었는데도 사정은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가 「민주화가 되었으니 법을 지킵시다」고 해도 아무도 듣지 않는다. 아니,
盧武鉉 정권의 핵심인물 자신이 공공연히 공권력을 경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주간조선」 편집장이 文在寅(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만났을 때 「참여정부」下의 노조의 불법시위 빈발과 관련해서 『참여정부를 지지하든 안 하든 간에 정권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복리이니 그것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권력의 권위가 확고해야 한다』고 말하자, 文수석비서관은 『과거에는 공권력이 남용돼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공권력 행사는 자제해야 한다』고 응대했다는 것이다(2003년 12월4일호 주간조선 「편집장 칼럼」에서).
편집장은 민정수석비서관이란 법질서 또는 국가의 기강확립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자리인데, 무슨 연유인지 국가의 중요 당국자가
마치 인권위원회 위원장이나 변호사협회 회장 같은 발언을 하고 있다며 놀라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의견은 그 한 사람만이 아니라 그를 임명한
盧대통령의 의견이며, 특히 盧정권의 의견이기도 하다』고 써 있었다.
즉, 盧정권 자체가 국가의 권위를 무시하고 법질서의 중요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관찰에 의하면 이런 현상은 1980년대 후반부터 15년간에 이른바 「민주화」에 따라서 이어져 왔다. 光州사건
평가에 관한 大역전을 비롯해서 정부가 선두에 서서 국가의 권위를 부정해 왔다. 정부가 그러할진데 국민들이 어떻게 법을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한국의 민주화란 국가의 권위 부정이며 법치주의의 후퇴였다. 이것이 盧武鉉 정권이라는 좌파 또는 혁신정권下에서는 한층 두드러진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러한 현상은 어느 나라의 좌파 또는 사회주의정권下에서도 목격되었던 것이다.
「촛불시위 기념비」말고도 또하나 나를
놀라게 한 게 있다. 이라크 파병문제에 관한 것인데, 정부의 파병결정에 반대해서 소속부대를 이탈, 기독교회관에 숨은 대학 출신 신병이 언론에
의해서 영웅시되는 풍경까지 볼 수 있었다.
이 신병은 작년 7월에 입대했으므로 물론 이라크 파병의 대상자는 아니다. 대학 3년차에
휴학, 입대한 신병으로 가장 「쫄병」인 이등병이다. 첫 휴가로 외출했을 때 反戰 시민단체와 연락해서 파병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그대로
기독교회관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드리는 편지」를 발표, 이라크 파병은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것으로 잘못된 결정이니 철회하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유가 어떠하든 이것은 명백한 탈영이고 군기위반이다. 그런데 당국은 신병을 연행하는 등 바로 법집행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던 것 같다. 시민단체라는 굴레에 에워싸인데다 기독교단체라는 것이 공권력 행사를 주저하게 만든 것 같다.
한국은 「시민운동님」이 활보하는
세상
한국은 지금 「시민운동님」이 활보하는 세상이다. 「시민운동님」은 법과 질서를 초월할 때가 많다. 지난 總選
때 낙선운동도 그렇고, 최근의 여러 가지 반대운동도 그렇다. 이러한 「시민운동님」은 거의가 左派 또는 자칭 진보세력이다. 시민운동이라면 직장이나
가정생활을 유지하면서 틈틈이 운동하는 것이 원래 모습인데, 한국에 있어서는 프로화된 정치적 운동가 집단인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자기
시민생활보다 나라 정치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이 탈영병을 TV가 특집방송으로 영웅시했다. MBC의 「휴먼다큐멘터리
희로애락」(2003년 12월4일 방송)인데, 탈영병이 가족과 만나거나 친구들과 노래하는 등 의기양양(?)한 모습을 공감하면서 방송했다. 즉,
TV가 앞장서서 국가의 권위를 부정하고 법질서를 무시한 것이다.
방송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 더하고 싶다. 문제의
宋斗律(송두율) 교수에 대해서도 국영방송이라고도 할 수 있는 KBS가 앞장서서 영웅시하는 방송을 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 한국에서는 TV가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즉 국가의 권위를 부정하고 법질서를 무시하는 것이 마치 민주화를 주장하는 것 같은 프로그램 제작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 주로 MBC가 그런 경향이 있었는데 盧정권 이후에는 KBS까지 가세하고 있다.
KBS의 일부 프로그램 내용은 「참여정부」
이후 급격히 급진성향화·친북화된 것 같다. 宋斗律씨를 미화하고 영웅시한 「일요스페셜」이나 「인물현대사」의 소재를 보면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민주화투쟁 역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의 내용에는 대한민국의 국가권위를 무시 또는 부정하는 부분이 많다.
아울러 MBC
「미디어비평」에 이어 신설된 KBS 「미디어 포커스」는 주로 신문 비판 위주로 진행되는데, 노골적으로 朝鮮日報를 비판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은 지금, 좌익세력이나 親北세력에 의해 朝鮮日報 비난 캠페인이 집요하게 이루어져 왔는데, 이제는 국영방송까지 거기에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방송계를 보면 전국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것은 KBS와 MBC뿐이다(수도권 중심의 SBS는 전국 네트워크로는
약하다). 그 양대 방송국이 매주 정기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 朝鮮日報라는 특정 신문을 집중적으로 비난·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놀랍게도 半세기
전의 「일제시대의 紙面(지면)」까지 끄집어내서 「친일파 의혹」이라며 추궁할 정도다. 전파매체가 지켜야 하는 공평성과 공공성에서 벗어난 일이다.
이러한 행위는 좌파나 親北세력이 「암흑의 군사정권」 또는 「독재정권」이라고 외치는 과거정권下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일이다. 예를
들어 朴正熙 정권下에서의 東亞日報 탄압사건 당시에도 KBS, MBC가 東亞日報에 대한 공격캠페인 같은 방송은 하지 않았었다. 한마디로 「朝鮮日報
타도」는 요즘 북한의 對南공작의 중요한 이슈가 돼 있다.
그런데 「국가의 권위 부정」이란 것은 자기 나라 대한민국의 권위를
부정하면서도 그 논리는 결코 북한이란 국가 또는 체제의 실상에 대해서는 관심없다. 거꾸로 북한에 대해서는 大邱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북한체제에 대한 보수파의 비판적인 퍼포먼스를 비난하고 북한이란 국가의 상징인 인공기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전개한 「思想作戰」의
성공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한국의 左派 또는 親北세력에 의해서 반세기 넘게 집요하게 진행돼 온 「남한체제보다
북한체제가 정통성이 있다」는 이데올로기를 한국사회에 침투시키려는 思想作戰의 성공(?)이 있다. 지금 한국의 국영방송까지 自國의 국가적 권위
부정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커다란 성과일 것이다.
민주화 한국에 있어서 「국가의 권위부정」의 문제점은 그것이 미묘하게 북한과 얽혀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국가적 권위를 훼손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북한체제를 보호·옹호하고, 북한에 대한 체제비판을 회피하려는 것이다.
남북은 분단 이후 국가적 또는 체제적으로는 함수관계에 있다. 남한에 플러스가 되면 北에서는 마이너스이고, 남한에 마이너스라면
北에는 플러스가 된다는 것이다. 「제로섬 게임」이라고 할까. 북한에 지금 같은 체제가 계속되는 한, 이러한 관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 左派나 親北세력은 「냉전시대의 사고방식」 또는 「수구세력의 시대착오」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북한이 그 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하려고 하는 한, 한반도에서는 체제 간 경쟁은 끝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 「냉전적 사고」라는 비난은 오로지 북한체제를
옹호하는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金大中 前 정권의 소위 「햇볕정책」도 그랬다. 金大中씨와 그 참모들은 스스로 對北정책을
「제로섬이 아닌 윈윈(win-win)정책」이라고 했는데, 체제 간 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는 남북 쌍방에 모두가 플러스가 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남북 모두에 플러스가 된다는 「윈윈론」도 북한(체제) 옹호론에 불과하다.
한국의 국가적 권위문제로 돌아가자.
작년은 1983년 미얀마에서 일어났던 「아웅산폭탄테러사건」으로부터 20주년이었다. 그러나 정부를 비롯해서 공식적 행사는 전혀 없었다. 그 사건은
알다시피 북한 무장공작원에 의한 全斗煥 대통령 암살미수 사건이었다. 대통령을 수행한 비서실장·외무장관을 비롯해서 국가요인 등 17명이 사망하고
많은 사람들이 부상했다.
나는 그때도 서울에 있었는데, 그 당시 상황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사상자 중에는 친분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 세계를 경악시킨 북한의 대담한 국가테러였다. 국가원수가 간신히 죽음을 모면하고, 장관들을 포함한 정부고관 다수가 희생된
국가테러였기 때문에 나라와 나라의 전쟁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에 있어서는 남한 정권, 즉 敵을 타도하는 「혁명전쟁」의 일환이었다.
그 사건에서는 한국정부, 즉 국가가 희생되었던 것이다. 국가로서 당연히 잊어서는 안 될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盧武鉉 정권)는 20주기를 맞이하면서도 그 사건을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 이유는 아마도 「북한을 자극할까 봐」였을 것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국가적인 권위는 찾아볼 수 없다. 自國의 국가적 권위보다 「북한을 곤란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북한체제 옹호론이 우선되고 있다.
10년 전 日本에서 우스갯소리가 된 「음모설」을 재탕하는
TV 프로그램
그리고 金賢姬(김현희)에 의한 1987년 대한항공 폭파사건(115명 사망)에 관한 모략설이다.
TV를 비롯해 언론들은 난리가 났다. 이 모략설은, 한마디로 이 사건은 한국 정보기관(국가)의 모략이라는 것이다. 즉, 범인인 金賢姬는
북한공작원이 아니라 한국 정보기관의 공작원이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북한 또는 조총련이 책임회피를 위해서 사건 직후부터 떠들어
왔던 낭설이다. 북한이 국제적인 비난을 모면하려고 필사적으로 선전한 내용이다. 그 당시 일본 언론에서는 「북한의 모략」으로서 외면했던 것이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 한국에서 진실인 양 이야기 되고 있다니….
당시 북한에 의한 이 선전공작은 日本땅이 主무대였다. 일본에서는
朝總聯系(조총련계)의 책자나 자유기고가에 의한 책(예를 들면 野田峯雄 著 「파괴공작 -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매장된 스파이들의 초상」 1990년
JICC출판) 등 몇 권의 출판물까지 나왔다. 일본에서 이 모략설은 이미 10년 전의 우스갯소리로 잊혀진 난센스가 됐는데, 한국에서는 지금
「그것이 진실이다」라는 식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에서의 KAL機 폭파사건 모략설은 일본의 출판물들을 참고로 해서 金大中
정권 때부터 잡지 등에 가끔씩 나오곤 했다. 그것이 盧武鉉 정권이 들어서면서 불쑥 등장한 것이다. 특히 TV 프로그램에서 일제히 방송됐다.
작년 5월에 출판된 「배후(上下 2권)」(서현우 著, 도서출판 창해)는 모략설에 의거하여 쓴 소설인데 이미 3판까지 나왔다.
그래도 이 정도는 소설 형식이라 희생자나 유족들의 심정을 감안하면 있을 수 있으리라.
저자는 민주화운동으로 옥중생활을 한 적이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한국의 옛날 「독재정권」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북한의 현재 진행중인 독재정권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아니, 끊임없이 한국의 옛날이야기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북한의 독재체제에 대한 관심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소설의 최신판 겉장에는 『김현희 KAL기 폭파사건의 진상-MBC 「PD수첩」, KBS 「일요스페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송』이라고
선전문구가 쓰여 있다. 방송이 나가니 책도 잘 팔리나 보다. 방송사가 다투어서 사건의 진상, 즉 모략의혹을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TV가
모략론을 당당하게 방송하면서 그 사건에 마치 중대한 의혹이 있는 것처럼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敵과의 관계는 투쟁
여담이지만,
2002년 9월17일 평양에서 열린 北日정상회담 때 金正日은 일본인 납치사건에 대해서 『1977~1980년대 초반까지 특수기관 일부가
망동주의·영웅주의에 치중해 이런 짓을 했다』며, 북한의 범행임을 인정했다. 이 발언으로 조총련을 비롯한 일본의 親北세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인 납치사건에 대해서 「거짓말이다」, 「모략이다」, 「그럴 리가 없다」고 믿고, 공개적으로 그렇게 주장해 왔던 親北세력에 있어서는 金正日의
고백은 놀라움이며 큰 타격이었다.
그러나 북한 권력집단에 있어서는 건국이래, 아니 건국 이전의 항일 빨치산투쟁 때부터 「敵」과의
관계는 언제나 투쟁이었다. 거기에는 거짓이나 모략도 훌륭한 작전이다. 상대를 속이거나 협박하는 것도 투쟁수단이다. 상황에 따라 거짓말도 하고
고백도 한다. 공산주의 투쟁에 있어서는 정서 또는 감상 따위는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일반세계의 상식으로 「그럴 리가 없다」와 같은 말은 소박한
환상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金正日의 「망동주의·영웅주의」라는 말에서 생각났는데, 金日成도 1968년 한국에서 일어난
청와대습격사건에 대해서 그때까지는 『우리는 관계없다』고 우겨 오다가, 1970년대 초반에 열린 남북대화 당시, 한국 측 대표에게 비공식 자리에서
「일부 영웅주의자의 행위」로 인정한 적이 있다.
KAL機 사건으로 돌아와서, 金正日의 말을 빌리면 아웅산폭탄테러사건과 KAL機
폭파사건도 「망동주의·영웅주의」의 결과가 될 것이다. 그래서 모략설도 언제 金正日 자신이 상황에 따라서 스스로 고백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는
좌파나 親北세력에는 또 큰 충격이겠지만.
KAL機 사건의 모략설 또한, 한국이라는 국가의 권위를 뒤흔들어 부정하는 것이다. 그
결과 북한은 국가테러를 감행하는 범죄집단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북한체제에 대한 면죄론이다. 모략설은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의혹」만
부각되고, 북한의 테러체제에 대한 인상은 후퇴한다. 그러한 구도를 공영방송을 포함해 방송계가 보조를 맞추듯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놀라운 일들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사회의 과도기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내가 작년에 쓴 책의 제목처럼
「서울이 평양이 된다!」는 심각한 흐름의 징후인지 모르겠다.
특히 TV 프로그램과 같은, 언론에 의한 가치관 뒤집기와 국가의 권위
부정, 북한체제에 대한 따뜻한 배려 등은 1980년대 민주화투쟁을 경험한 이른바 「민주화 세대」 주도의 세대적 산물일 뿐이며, 앞으로는 새로운
세대에 의해서 다른 흐름이 형성될는지. 이러한 문제가 나에게 있어서는 대한민국에 대한 워칭 포인트다.
북한에 대한 「심리적 무장해제」의
向方
현재 한국인의 대다수가 「장군님 만세」의 세계에 憧憬(동경)을 가지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우리는
하나」, 「같은 민족」이라며 입을 맞춰도 金正日 밑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한국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宋斗律 교수나 反戰 탈영병을
미화하거나 영웅시하는 것, KAL機 사건 모략 캠페인과 같은 북한에 대한 「심리적 무장해제」라는 흐름은 자유민주주의 한국 사회의 여유라고도 볼
수 있다. 나는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다만, 그렇게 단정하고 안심하기에는 한국인 또는 한국사회의 참 모습에 대한 나의
판단력·분석력은 아직까지 모자란다. 좀더 한국에 살면서 관찰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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