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권짜리 소설 [프랑스 혁명] 내놓는 일본 문학계…몇 줄짜리 트위터에서 정치놀음하는 한국 문인들
일본에서 인기를 모은 대하 역사소설 프랑스혁명(전12권)이 한국어로 번역됐다고
한다. 40대 일본 작가 사토 겐이치가 5년간에 걸쳐 집필한 소설이다. 혁명 전통이 없는 일본이 서양 근대사의 백미였던 프랑스혁명 시기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흥미를 끈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로마 역사를 가르친다는 정도의 깊이를 추구했다. 《신의
물방울》은 파리로 수출된다는 정도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등 2명의 소설가는 이미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우물을 파고 대가를
이루는 장인정신은 문학계에도 깃들어 있다.
77세인 오에 겐자부로는 아직도 신작을 발표한다. 시오노 나나미는 75세이고 한국에도
독자층이 두터운 이쓰키 히로유키 씨는 80세다. 시오노 씨는 최근 십자군 이야기를 쓰고 있고이쓰키 씨는 올 들어서만도 벌써 2권을 집필했다.
기술 명장들이 자신이 개발한 제품에 혼을 쏟듯이 자신의 작품에
신명을 바치는 정신이 작가 정신이다. 40대 젊은 작가에게도 이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다. 이런 전통이 일본을 창작대국, 콘텐츠 대국으로 만들어
왔다. 일본이 만든 애니메이션은 지금 세계의 청장년세대가 함께 누리는 공통의 문화다. 아톰과 은하철도 999는 아직도
개발도상국에선 공중파를 탄다. 한국 게임산업도 대부분 일본 스토리를
베낀다.
하지만 한국 작가들은 트위터 앞에서 시간을 죽인다. 작품은 별로 없고 트위터 팔로어가 100만명이 넘는다고 자랑한다. 대선
캠프에 들어가 정치 활동을 하는 작가도 적지 않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특정 정당에 속해 있는 정치인의 글을 빼려
하자 폴리라이터들이 기를 쓰고 덤빈다. 그리고 승리를 낚아챘다고 즐거워하는 그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세계적 작가의 출현은 요원하다. 트위터에서
문장도 아닌 글을 끄적거리는 작가들에게 12권짜리 대작은 남의 이야기다. K팝에 대한 약간의 반응에 우쭐거리는 한국이다. 그러는 사이 정작
TV프로들은 일본을 베끼기 바쁘고 아이들은 일본 만화를 보며 자란다. 천박한 사회의 진면목이다.
(한국경제, 2012. 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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