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語學

명작의 고향을 찾아서 /네덜란드 문학기행 -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

이강기 2015. 10. 2. 11:10

명작의 고향을 찾아서 /네덜란드 문학기행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

 

글·사진 : 許容善 여행 칼럼니스트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월간조선 2012년 2월호

 

許容善
⊙ 59세. 중앙대·고려대 대학원 졸업.
⊙ 전국대학미전 문교부장관상(1977), 서울올림픽 보도 관련 공로 체육부장관상(1988).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 시내에 있는 광장. 광장 중앙에는 제2차 세계대전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국립 기념비가 있다. 나치 독일이 네덜란드를 점령하기 전에는 안네의 가족도 이곳을 자유롭게 다녔다.
  ‘그래도 난 믿는다. 사람의 속마음은 선하다는 것을…’
 
  ‘행복한 사람은 누구든 다른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법이다. 용기와 신념을 지닌 사람은 결코 불행 속에서 죽지 않아.’
 
  《안네의 일기》는 독일 출신의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1929~45)가 1942년 6월 12일부터 1944년 8월 1일까지 2년여 동안 나치 독일의 감시를 피해 은신처에 숨어 살며 적은 일기다. 긴장이 감도는 은신처에서 사춘기 소녀가 겪는 슬픔과 고통, 희망과 사랑의 감정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책 《안네의 일기》를 따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운하 변에 있는 그녀의 집과 은신처, 독일의 비밀경찰에 발각돼 잡혀갔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찾아갔다.
 
안네의 방은 침대와 더불어 벽면에는 여배우와 왕족의 사진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실제로 안네의 가족이 이곳에 살 때에는 불을 함부로 켤 수 없었다.
  ‘북쪽의 베니스’로 불리는 암스테르담은 전형적인 항구도시로, 시내에는 40여 개의 운하와 1000개가 넘는 다리가 있어 마치 물 위에 세워진 도시 같다. 네덜란드 수도인 암스테르담의 프리젠 운하 옆에 안네의 집이 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방 한쪽 구석에 나무 책장이 있고, 책장을 옆으로 치우면 그 뒤로 조그만 입구와 가파른 계단이 보인다. 계단 밑에 안네의 가족이 숨어 살던 뒷방이 있다. 안네가 살던 방에 들어서면 그녀가 좋아했던 그레타 가르보 같은 여배우와 공주 시절의 영국 여왕 사진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맨 꼭대기의 지붕 밑 방으로 올라가면 베스테르케르크 교회의 시계탑이 보인다. 안네는 일기장에 15분마다 시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꼭 친구 같다고 적었다.
 
베스테르케르크 교회의 시계탑인 베스테르토렌. 안네가 일기장에 쓴 글처럼 시계탑 종소리는 지금도 15분마다 울린다.
  1944년 8월 4일 독일 비밀경찰이 이 은신처를 급습(急襲)하며 안네 가족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끌려간다. 폴란드에 있는 이곳은 참혹했던 유대인 학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관광객들에게 개방되어 있는 아우슈비츠 전시관에는 가혹한 노동, 굶주림, 질병, 생체실험, 고문과 형벌 집행으로 죽어간 당시 수감자들의 처참함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암스테르담 프리젠 운하 옆에 있는 안네 프랑크의 집. 안네의 가족은 2년 넘게 이곳에 숨겨진 뒷집과 다락방에서 숨어 살았다. 집 뒤편에 베스테르케르크 교회가 보인다.
  안네는 전세가 불리해진 독일군의 퇴각 시, 다른 유대인들과 함께 독일의 베르겐벨젠 수용소로 이송됐으나 곧 굶주림과 추위 그리고 장티푸스로 1945년 3월 초 16세의 어린 나이에 병사(病死)한다. 소설가와 저널리스트가 꿈이었던 재능 있던 한 소녀가 짧은 생을 마감한 것이다.
 
  《안네의 일기》는 1947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아버지 오토 프랑크에 의해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출간됐다. 그 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어 2500만 부 이상 팔렸다.⊙
 
《안네의 일기》는 안네 프랑크가 생일 날 부모에게 일기장을 선물받으며 시작된다. 안네는 일기장을 ‘키티’라고 부르며 마치 친구에게 편지를 쓰듯 다정하게 글을 썼다.

미국과 영국의 비행기가 네덜란드를 폭격할 때 스파이들은 풍차의 날개 방향으로 나치 독일에 대한 정보를 연합군에 알렸다. 숨어 살던 안네의 가족도 가까이 다가오는 연합군의 진격을 알고 기뻐했었다.

안네 프랑크의 집앞에는 프리젠 운하가 흐른다.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에 있지만 전쟁 당시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지역이었다.

안네 프랑크의 집 내부로 들어서면 구석진 방 한쪽에 나무 책장이 있다. 이 책장을 옆으로 치우면 그 뒤로 좁은 문과 안네 가족이 살았던 뒷집이 나타난다.

죽은 유대인을 소각하던 화장터.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는 이런 시설이 여러 개 있었다.

1947년 처음 출간된 《안네의 일기》는 각국어로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2500만 부 이상 팔린 나치 독일의 잔혹함을 고발한 명작이다.

안네 프랑크의 집 부근에 있는 안네의 동상. 사람들은 지금도 16세의 어린 나이에 죽은 그녀를 위해 동상 밑에 꽃을 놓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