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출처 : '중국의 마르케스'라는 별명… 영화 '붉은 수수밭' 원작 소설이 그의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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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0.12 03:06 | 수정 : 2012.10.12 03:40
극과 극 치닫는 중국 현대사,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려내
中 현대사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를 통찰하는 계기 낳아
모옌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붉은 수수밭’(1988). 여배우 공리의 데뷔작이다. 중국 근현대사는 제국과 식민, 혁명과 시장이라는 20세기 인류사의 축소판이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에서 극단과 극단을 오간 역사이기도 하다. 모옌은 그런 20세기 중국의 민간 세계의 초상과 인간 군상을 기발한 상상력과 형식, 빼어난 입담으로 묘사하는 작가다.
◇일본과 공산당이 망친 '민중의 삶'에 천착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 소설인 '훙가오량 가족'은 모옌 소설의 기점이자 원형이다. 잡종 인간 시대를 사는 손자가 순종(純種) 인간 시대를 살았던 할아버지의 삶을 추억하는 형식인 이 소설은 붉은 수수밭 세계의 소실에 관한 이야기다. 원시적 생명력으로 충만했던 붉은 수수밭 세계가 사라진 것은 일제와 인민공화국의 역사 탓이기도 하고, 봉건 전통과 현대 물질문명 때문이기도 하다. 소설에서 민족과 국가는 독립을 이루고 현대화하고 진보하지만, 붉은 수수밭으로 상징되는 중국 민중의 세계는 순수함과 생명력을 잃는다. 하나의 종(種)으로서 인간은 오히려 퇴보한 것이다.
◇기형적 인간 군상을 묘사
모옌은 중국 민중, 특히 그의 고향 체험을 바탕으로 한 농민의 민간 세계를 주로 다룬다. 소설에서 중국 민간 세계는 '인생은 고달파'에서처럼 땅의 논리, 생명의 논리를 고수하면서 국가권력에 저항하는 농민 영웅도 있지만, 계급투쟁의 시대와 개방 이후 돈의 시대를 거치면서 스스로 타락한 변태적이고 기형적인 인간 군상도 수두룩하다.
모옌의 소설에서 마오쩌둥 시대 중국이 이념과 투쟁의 카니발 시대였다면 덩샤오핑이 문을 연 지금 중국은 돈과 욕망의 카니발 시대이고, 그런 극단의 두 시대를 거치면서 붉은 수수밭의 순종 인간들은 형편없이 타락한 것이다.
◇빠르게 많이 쓰는 천생 이야기꾼
모옌은 특유의 입심에서 나오는 다작(多作)으로 유명하다. 그는 빨리, 많이 쓸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장편을 발표할 때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고 새로운 서사 실험을 선보인다. 모옌은 글을 짓는 소설가라기보다는 온갖 엽기적이고, 기이하고, 황당한 인물들 이야기와 사건을 끝없이 말하는 이야기꾼이다. 그래서 그는 "나에게 역사 같은 것은 없다. 오직 기이한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고 말한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고 이야기의 주체가 끊임없이 바뀌는가 하면, 연극 형식과 신문 기사 형식이 등장하는 등 그의 소설에서는 온갖 양식과 문체, 서로 다른 어투와 관점이 뒤섞여 카니발을 이룬다. 그가 "나는 가장 낡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뿐인데, 평론가들은 새로운 창조라고 말한다"고 하듯이, 그는 중국 전통 소설 서사를 발굴하여 현대 소설 서사를 혁신하였다.
◇서양이 열광하는 이유
세계인들은 모옌 소설에서 식민과 제국의 시대만이 아니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체험하고 있는 중국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모옌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에 전시된 중국의 경험을 통해 근대 세계를 비판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통찰력을 얻게 되고, 그가 시도하는 새로운 서사를 통해 근대 소설 문법을 다시 성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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