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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미국 전문가들이 보는 DJ 햇볕정책 - 기본 방향은 OK, 전술적 오류가 문제

이강기 2015. 10. 23. 10:44

[정밀분석] 미국 전문가들이 보는 DJ 햇볕정책

 

기본 방향은 OK, 전술적 오류가 문제

 

 

"나는 햇볕정책의 성과를 과대 선전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특히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거래는 민간 기업이 북한에서 할 만한 사업이 아니다. 민간 거래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어야 하고, 북한에 금전적 보조금을 지불하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 현대그룹의 거래는 이중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송문홍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신동아 1999년 8월호

 

 


 

    저, 백일몽 같은 시나리오 한 가지.“… 서기 2000년 초여름 화창한 어느 날. 세계의 권부(權府) 백악관 앞 잔디밭.

 

수많은 기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클린턴 미 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 위원장이 걸어나온다. 연단에 선 클린턴 대통령, 좌우에 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군중에게 소개하고 말문을 연다.

 

‘오늘은 중동과 함께 세계의 양대 화약고였던 한반도에 항구적인 안정과 평화가 시작된 역사적인 날입니다. 남북한의 두 정상이 한국전쟁 이래 처음으로 마주 앉아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합의하고 협정안에 서명했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 노력을 영구히 포기하기로 하고, 미합중국은 경제제재 해제와 각종 지원, 그리고 양국간 수교를 맺기로 했습니다…’

 

 

 


 

 

한반도판 ‘캠프 데이비드 협상’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이른바 ‘한반도판(版) 캠프 데이비드 협상’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이로써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 경제를 회복시킨 대통령’이라는 수사 외에 ‘세계 평화에 기여한 대통령’이라는 또 하나의 명예를 얻게 됐다. 북한은 정권의 생존을 확실하게 보장받았다. 그러면 한국의 성과는 무엇일까? 이 또한 햇볕정책의 성과로 기록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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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재하에 남북 정상이 만나 한반도문제를 타결짓는다는 이른바 ‘한반도판(版) 캠프 데이비드협상’은 지금으로선 하나의 거친 가설(假說)일 뿐이다. 그러나 얼핏 보면 요원하기만 한 이런 일이 반드시 불가능하기만 한 것일까? 어떻게 보면 남북 정상회담보다도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닐까?

 

‘뜬금없이’ 이런 시나리오를 내놓은 것은, 그것이 복잡하기 그지없는 현 시점의 한반도 주변 정세를 읽어내는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북한문제 향방의 핵심 키를 오래 전부터 미국이 쥐고 있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 됐다. 1999년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시험 여부도 결국 미·북 협상으로 결말이 날 공산이 크다.

 

(미사일 문제와 관련, 국내의 한 정보전문가는 ‘미사일 문제만을 논의하기 위한 미·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것이 기존 미·북 미사일협상과 다른 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 포기에 대한 대가로서 미국이 구체적인 보상책을 제시한다는 점. 그는 미국이 제시할 수 있는 보상으로 ‘미국내 북한 자산동결 해제’를 들었다.

 

다시 말해서 바터 개념이 구체화된다는 것인데, 얼핏 보면 미사일과 동결자산 해제는 북한 입장에서 손해보는 거래로 비칠 수 있다. 이에 대해 앞의 전문가는 “미국 입장에선 이를 통해 보다 본격적인 대북 진출이 가능해지고, 북한 입장에선 미사일을 카드로 미국과 대등한 카운터파트가 된다는 것 외에도 미국의 대적성국교역금지법(Enemy Act) 무력화를 통해서 향후 더 큰 ‘거래’를 위한 명분을 조성한다는 이득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은 지난 8월 초 제네바에서 열린 4자회담 제6차 본회담 전에 열린 미·북 양자회담에서 희미하게나마 ‘조짐’을 보였다.)

 

아무튼, 집권 이래 줄기차게 북한의 문을 두드려온 DJ 정부의 햇볕정책 이후에도 미국의 중심 역할은 요지부동인 게 현실이다. 그러면 미국은 북한의 전략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이 지난 1년 반 동안 펼쳐보인 햇볕정책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기사는 미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 3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토대로 작성됐다. 설문조사는 7월 초부터 8월 초 사이에 전자메일을 통해서 이뤄졌으며, 설문을 발송한 30여명 중 3분의 1 정도가 답변을 보내왔다. 기명(記名)을 전제로 한 설문이므로 상당수 답변은 ‘공식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응답자의 정치적 스펙트럼에 따라서 답변의 진폭도 매우 넓지만, 이들이 미국의 대한반도정책의 ‘브레인 풀’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급적 가감없이 이들의 답변을 직역했음을 밝혀둔다.)

 

 

1.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귀하의 전반적인 평가를 말씀해주십시오. 북한을 다루는 햇볕정책의 기본 철학과 전략에 대해서 귀하는 동의하십니까?

 

이 항목은 객관식으로 주어졌는데,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대체로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한 사람도 없었고, “부분적으로 동의, 부분적으로 변경이 필요하다”고 답변한 사람은 미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시(Larry Niksch) 박사였다.

 

미 의회 내 공화계 쪽의 브레인으로 통하는 닉시 박사는 ‘독특한’ 시각으로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다. 예컨대 1994년 10월의 제네바 합의에 대해서 닉시 박사는 한 논문에서 “당시 미국은 북한이 곧 망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북한에 경수로 2기 건설이라는 비교적 큰 선물을 줬다. 즉 경수로가 완공되기 전에 북한이 붕괴됨으로써 미국과 우방국들은 경수로 건설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제네바 합의에 서명했다”는 주장을 편 적도 있다. 닉시 박사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는 김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기본적으로 옳고, 북한과 새롭고 더 건설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최선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도널드 그레그·코리아 소사이어티 이사장)

 

“나는 ‘햇볕정책’이란 용어 대신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란 용어를 더 좋아한다. 아무튼 나는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 중인 포용정책의 철학과 전략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다.(스티븐 린튼·유진벨 재단 이사장)

 

“김대중 정부의 정책은 대체로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햇볕정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과도하게 선전한 감이 없지 않다. 물론 정책 시행에 있어서 가끔씩 실수도 있었지만,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과 비교해보면 크게 개선됐다고 본다.(스콧 스나이더·미 평화연구소(USIP) 연구원)

 

 

2.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에 대응한 북한의 전략에 대해서 귀하의 평가를 말씀해주십시오.

 

이 항목 역시 ① 부분적으로 호응을 보였다 ② 부분적으로 호응을 보였으나 대체적으로는 과거의 강경자세를 견지했다 ③ 대체적으로 남한의 정책을 이용하려는 태도를 보였다의 세 가지 답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주어졌다. 답변은 ① 빅터 차(미 조지타운대 교수) ② 마커스 놀란드(국제경제연구원(IIE) 선임 연구원), 도널드 그레그, 스티븐 뇌퍼(미 태평양사령부 산하 아태연구센터 교수), 스콧 스나이더 ③ 래리 닉시 등으로 엇갈렸다.

 

“항상 그랬듯이 북한은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다. 북한은 자신의 체제를 외부 세계에 개방하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한 개방은 김일성의 통치 시기를 포함해서 과거 리더십의 비극적인 실패를 어쩔 수 없이 노출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여전히 군사력, 혹은 군사력에 기반한 위협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북한은 아직도 윌리엄 페리가 제시한 ‘패키지 플랜(package plan)’에 공식적으로 응답하지 않고 있는데, 그 때까지 한반도 상황은 위험스럽게 유동적인 상태가 계속될 것이다.(도널드 그레그)

 

“이 질문에서 ‘responsive(호응을 보인다)’란 게 무슨 뜻인가? 북한은 남한의 모든 정책에 대응해왔지만, 그것이 반드시 남한에 만족스웠거나 남한 정부의 목표에 부응하는 방식은 아니었을 뿐이다.” (스콧 스나이더)

 

“내가 보기엔 위의 세 가지 답변 항목 중 어느 것도 옳은 대답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북한은 일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획일적인 사회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북한이 어떤 변화에 반응을 보이기까지는 오랜 시간(때로는 몇 년)이 걸린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그들이 종국적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 북한에선 모든 일이 서서히 진행되며, 어떤 일을 결정하기 전까지는 예전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다.”(스티븐 린튼)

 

 

3. 만약 햇볕정책에 (부분적인) 변경이 필요하다면, 햇볕정책의 어떤 부분이 변경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공식적으로’ 미국은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 즉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이 점은 양국 정상회담에서, 장관급 회담에서 누차 천명된 부분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보는 시각은 약간 다르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 이래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적극적인 대북 포용정책을 통해서 ‘한반도 문제의 재(再) 한반도화’를 도모했고, 이 과정에 미국의 이해와 미묘하게 엇갈리는 대목이 점차 두드러졌다는 것. 1998년 6월 김대통령의 첫 번째 미국 국빈방문 때 나온 대북 경제제재 해제 제안, 주한미군 지위변경 문제, 올 초에 나온 김대통령의 ‘냉전체제 해체’ 발언 등이 미국의 신경을 건드린 대목들이다. 이 질문은 이런 배경에서 미국측 전문가들의 시각을 알아보기 위해 제시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보좌진은 햇볕정책에 대해서 ‘북한이 햇볕을 느끼게 되면 통제경제의 외투를 벗고 체제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해왔는데, 이는 심각한 전술적 오류라고 생각한다. 이런 설명은 남한 국민과 외국에는 유용할지 몰라도 북한의 반발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햇볕정책을 자신의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이해한다. 나는 김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남북한의 서로 다른 정치·경제체제가 평화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때에만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셀리그 해리슨· 미 세기재단(Century Foundation) 연구원)

 

“햇볕정책에서 가장 칭찬할 만한 부분은 북한의 비타협적인 태도와 국내에서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관성을 유지해왔다는 점이다. 그러나 ‘레드 라인(red line)’, 즉 북한이 끝내 미국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에 대한 대응책은 만들어놓아야 한다. 이런 것을 공개적으로 언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미국과 일본에 분명하게 밝혀두어야 할 것이다.”(빅터 차)

 

“나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3원칙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사건에 대해서 김대통령이 강력하게 대응한 최근 사례는 햇볕정책에 미소 뿐만 아니라 이빨도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나는 윌리엄 페리의 ‘패키지 플랜’에서 북한이 제안받은 것이 어떤 내용인지 그 구체적인 내용을 이제 공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공개되면 북한의 행동을 판단하기가 훨씬 용이해질 것이며, 따라서 거기에 대해서 훨씬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도널드 그레그)

 

“햇볕정책이라는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 또한, 본질적으로 남북한간의 문제에 속하는 사안을 놓고 다른 나라들과 공개적으로 협의하는 것은 별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의 대북정책은 (최소한 가시적으로나마) 더 쌍무적(bilateral)이어야 한다.”(스티븐 린튼)

 

“김대중 대통령은 최근 한국의 대북정책에서 적절한 조정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는데, 그것은 북한의 도발에 강력 대응하는 것을 포함해 취임사에서 밝혔던 3대 원칙을 충분히, 그리고 강력하게 견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스콧 스나이더)

 

“북한의 경제개혁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고 현대그룹의 금강산 거래 같은 ‘지원(subsidy)’은 중단해야 한다.”(래리 닉시)

 

 

4. 귀하는 김대중정부의 대북정책과 김영삼정부의 대북정책 사이에 어떤 유사성과 상이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김대중정부는 김정일정권의 붕괴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포용정책을 갖고 있다. 반면에 김영삼정부의 대북정책은 김정일정권이 김일성 사후 붕괴할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었던 듯 보인다.”(마커스 놀란드)

 

“김영삼 대통령은 대북정책에서 일관적이지 못했고 강경론과 온건론 사이를 우왕좌왕했다. 이런 점은 워싱턴과 평양 모두를 혼란스럽게 했다. 반면에 김대중 대통령은 일관성을 유지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도널드 그레그)

 

“김대중정부의 접근법은 포용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임 정부는 포용정책과 봉쇄정책을 오락가락했다.”(스티븐 뇌퍼)

 

“김영삼 대통령은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곤 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에 대해서 궁극적으로 북한의 개혁을 유도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함으로 써 북한의 의심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평양당국은 남한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는 데에는 열심이면서도, 남한에 경제적으로 예속되는 결과를 피하려고 거래 때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셀리그 해리슨)

 

“한국정부는 북한의 향후 태도에 대해서 종종 낙관적인 입장을 표명해왔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고 북한의 실상에 대해서 보다 정확한 평가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스콧 스나이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김영삼 전대통령의 정책에는 햇볕정책에서 볼 수 있는 일관성이 결여돼 있었다. YS 대북정책의 아이러니는, 우리 모두가 지금 그것을 최악이었다고 비판하지고 있지만, 만약에 김영삼-김일성 정상회담이 열렸더라면 오늘날의 평가는 매우 달랐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나는 햇볕정책의 근간이 YS 정부 한승주 외무장관 시절에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당시에는 한 장관과 외교안보팀 다른 몇몇 멤버들 간의 갈등 때문에 DJ 시절에서처럼 실현되지 못했던 것이다.”(빅터 차)

 

“김대중정부의 대북정책은 김영삼정부 때보다 한결 일관성이 있지만, 북한의 도발을 간과하고 있다는 느낌이다.”(래리 닉시)

 

 

5. 햇볕정책의 장래에 대한 귀하의 견해를 말씀해주십시오. 햇볕정책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 귀하는 김대중정부의 대북정책의 강점과 약점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본과 미국에서는 햇볕정책의 정치적 기반이 약하다. 나는 한국 국내정치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햇볕 정책은 아마도 한국에서 더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북한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지 않는 한 한국 내에서의 지지 기반도 종국에는 약화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김정 일정권을 지탱해줄 유일한 외부세력은 중국밖에 남지 않게 될 것이다.”(마커스 놀란드)

 

“나는 햇볕정책이 유지될 수 있고, 또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만약 또 한 차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이는 햇볕정책의 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최대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도 햇볕정책은 견지돼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북한은 실패한 국가이며, 그들의 군사력은 계속 약화되고 있다. 미사일을 한번 더 쏘았다고 해서 실패한 국가가 단숨에 군사적 초강대국으로 올라서지는 않는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김대통령과 그 보좌진은 일본과 미 의회의 일부 의원들, 그리고 한국 내 정치적 반대세력 등의 과민반응에 대응할 방안을 준비해놓고 있어야 할 것이다. 김대통령은 자국민들과 일본 국민들, 그리고 미 의회에 대해서 “북한의 도발에 직면해서도 햇볕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입증해보여야 할 것이다.

 

김대통령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사일 발사는 그들 자신을 해칠 뿐이라는 점을 인식시킴으로써 이런 도전을 극복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북한이 또 다시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해서는 안되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서 벌칙을 받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또 한 차례 미사일 발사로 북한이 얻게 될 벌칙은 햇볕정책의 ‘이빨’을 보여주고, 그 유효성을 입증해줄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도널드 그레그)

 

“한국의 포용정책은 한국정부와 한국민들의 인내심에 따라 그 장래가 결정될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매우 걱정스럽다. 한국인들은 다른 점은 다 좋은데 인내심이 약한 것 같기 때문이다. 북한을 겨냥한 모든 정책은 10개월짜리가 아니라 10년 앞을 내다보는 정책이어야 한다.”(스티븐 린튼)

“여타 대안들은 위험스러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이 최선이다. 문제는 그것이 서울과 워싱턴에서 얼마나 호응을 받느냐는 것인데, 이는 북한의 계속적인 긴장고조 술책, 한국의 정치상황, 미 의회의 강한 불신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스티븐 뇌퍼)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정책이 성공하려면 먼저 미국과 일본의 대북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김대통령이 작년 6월 미국에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요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다. 김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대체로 긴장완화에 큰 성과를 거뒀지만, 크게 보면 북한의 상황과 미·일의 불분명한 대북 입장 등 외부 요인에 좌우될 것이다.”(셀리그 해리슨)

 

“햇볕정책은 계속 견지돼야 하겠지만, 한국 내의 여론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북한의 반응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물론 북한은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의 정책을 거부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 외에 대안은 별로 없다고 본다.”(스콧 스나이더)

 

“2000년 봄 총선이 다가오면서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분명 높아질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모든 사람이 경제문제에 관심이 쏠려 있었기 때문에 보수파가 김대중 대통령의 포용정책을 비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상당 부분 바뀔 것이다.”(빅터 차)

 

“햇볕정책은 부분적으로 지속될 수 있겠지만 한국정부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이에 미국이 대응할 경우에 어떻게 할지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래리 닉시)

 

 

6. 1998년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귀하의 전반적인 평가를 말씀해주십시오. 귀하는 미국의 기본 철학과 전략에 동의하십니까?

 

이 항목 역시 ① 대체로 동의한다 ② 부분적으로 동의, 부분적으로 변경이 필요하다 ③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의 세 가지 답변 중 선택하는 것이었다. ①에는 도널드 그레그, 빅터 차 ②에는 마커스 놀란드, 스티븐 뇌퍼, 스콧 스나이더 ③에는 래리 닉시, 셀리그 해리슨 등이 답변했다.

 

“1년 전 이맘때를 돌아보면, 미국의 대북한 정책은 당시 심각한 혼란상태에 빠져 있었다. 특히 미 의회는 햇볕정책을 비웃고 있었고, 국무부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대해 적대적이었다. 나도 참가했던 미 외교협회(CFR)의 보고서는 미국의 대북한 정책을 전반적으로 조율하는 임무를 수행할 존경받는 원로급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그 결과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대북정책 조정관에 임명됐고, 그는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페리 조정관은 햇볕정책이 선택 가능한 최선의 정책이라는 사실을 의회에 설득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백악관의 강력한 지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도널드 그레그)

 

“이 질문은 미국의 정책이 현재 전면적인 재검토 과정에 있고, 따라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변화될 수 있기 때문에 답변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튼 1998년 이래 미국의 접근방식은 부분적인 성공과 부분적인 실패가 뒤섞여 있다고 본다.”(스콧 스나이더)

 

“미국의 대북한 정책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가? 인도적 사안에서는 동정적인 입장을 취하고(이건 좋은 측면이다), 경제제재 해제와 같은 근본적인 변화는 거부하는(이건 이행돼야 할 측면이다) 것 이외에, 나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도대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다.”(스티븐 린튼)

 

“미국은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 관계정상화 단계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1994년 10월21일 체결된 북미 기본합의를 준수하지 않았다. 이는 일차적으로 미국의 정치적 이유 때문이었다. 문제는 미국만이 국내 정치적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평양의 온건파와 강경파 간의 갈등을 증폭시켰고, 결과적으로 미사일·핵 개발 재개를 주장하는 강경파의 입지를 도와주고 있다.” (셀리그 해리슨)

 

 

7. 6번 설문과 관련, 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 군사적 측면 ② 식량지원, 비정부기구(NGO) 활동 등 인도주의적 지원의 두 가지 측면에서 귀하는 미국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미국은 현재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 김정일 정권은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통해서 미국의 세계적 이해관계에 위협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3만7000명 주한미군의 직접적인 위협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 쪽에서 최선의 해결책은 김정일 정권의 소멸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중국은 지리적 요인과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북한정권을 붕괴시키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정치적으로 북한과 협상을 벌여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미국의 대북한 정책이 그동안 너무 유화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식량지원 문제에 관해서 협상하는 데에 소극적이다. 북한은 미사일, 핵, 4자회담 등 여러 협상에 미국을 끌어들였고, 그 때마다 돈과 식량을 요구했으며, 미국은 그 요구를 수용해 왔다. 이제 북한은 미국이 제공하는 해외 원조 부문에서 아시아 최대의 수혜국이 됐다. 그렇지만 현안에서 북한의 행태는 거의 바뀌지 않고 있다.”(마커스 놀란드)

 

“찰스 카트만 대사는 ‘경제제재 해제를 포함해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한다면 북한은 미사일·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북한에 분명하게 주지시켰다. 이 선은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

 

다른 한편, 미국이 북한에 제공하는 인도적 지원과 북한의 국제적 행태(특히 미사일과 핵개발 분야)도 분명하게 연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배고픈 상대에게는 그들의 정부가 어떤 행태를 보이건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미국의 전통이었다. 북한은 이제까지 미국의 이런 전통을 이용해왔고, 따라서 몇몇 경우에 햇볕정책과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은 ‘나쁜 행동에 대해서도 보상해주는’ 식의 정책으로 비치게 됐다. 이런 점은 앞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도널드 그레그)

 

“신뢰구축 조치와 평화협정에 건설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군사적 사안에서는 북한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의 폐지, 재래식 전력의 감축, 병력 감축 등을 목표로 해야 하고, 이렇게 함으로써 통일비용을 줄여나갈 수 있다. 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스티븐 뇌퍼)

 

“지금까지 미국의 정책은 북한의 고삐 풀린 핵개발 프로그램 팽창을 효과적으로 막아왔다고 보지만, 미사일 확산문제에 있어서 협상의 토대를 마련하는 일에는 실패해왔다. 미국의 식량지원 정책은 우왕좌왕 집행돼왔는데, 그 이유는 ▲ 식량지원을 정치 협상에 연계시키는 문제 ▲ 북한에서 가장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식량이 효과적으로 분배될 수 있는 조건을 결정하는 데에서 실패한 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나 광범위한 국제적 연합조직을 제외하고 그 외의 비정부기구 (NGO) 지원 활동은 미국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스콧 스나이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미국은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이 지역에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은 북한이 작은 조치를 취한 데 대한 보상차원의 정책으로 퇴화돼버렸다.”(래리 닉시)

 

 

8. 1998년 이후 미국의 대북한 정책에 대응한 북한의 전략에 대해 귀하의 평가를 말씀해주십시오.

 

이 설문에 대한 답변 역시 ① 부분적으로 호응을 보였다 ② 부분적으로 호응을 보였으나, 아직도 대체로 과거의 강경 자세를 견지했다 ③ 대체로 미국의 정책을 이용하려는 태도를 보였다의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①에는 마커스 놀란드, 스콧 스나이더 ②에는 스티븐 뇌퍼 ③에는 래리 닉시 등이 응답했다.

 

“북한은 현재로서는 미국이 제시하는 어떤 제안이나 이슈도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은 당분간 북한의 무기개발 프로그램에 대해서 관망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런 문제들은 남북한간 문제를 풀어가는 것과 함께 해결될 수 있으며, 그 전에는 어려울 것이다. 종국적으로는 남북한의 관계개선을 통해서 이 문제의 해결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해 한국인들은 자신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 한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좀 더 현실적이 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무기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이 더 이상 위협받는다고 느끼지 않게 되고 다른 방법으로 경화를 벌 수 있게 되면 더 이상의 무기 개발이나 해외 판매는 포기할 것이다.”(스티븐 린튼)

 

 

9. 8번 설문과 관련해서 장기적인 북한의 대미 전략에 대한 귀하의 전망을 말씀해주십시오.

 

“북한은 미국과 정상적인 정치·경제적 관계를 맺기를 원하고 있으며, 자신의 행태를 바꾸지 않은 채 한·미 동맹을 이간시키려고 하고 있다.”(마커스 놀란드)

 

“북한은 두 가지, 즉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와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며, 따라서 미국은 이 점을 북한측에 반드시 납득시켜야 한다.

 

북한이 외부 세계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이런 편집증적인 경향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 한·미 양국이 직면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다. 북한의 향후 또 다른 도발에 대비해서 한·미 양국은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7월2일 워싱턴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이런 점에서 매우 유익한 것이었다.”(도널드 그레그)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스티븐 뇌퍼)

“내가 보기에, 평양은 경제제재 해제라는 만족스러운 선물을 받을 경우 ‘비공식적으로’ 미사일 시험 발사 동결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1993∼98년에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기대하면서 비공식적으로 핵개발을 동결해왔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미사일 개발과 실전 배치에 관한 한 북한은 주한미군의 지위변경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는 한 꿈쩍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셀리그 해리슨)

 

“북한은 한국의 희생을 딛고 미국의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미국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지 방법을 모르고 있으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강조하는 미국의 이데올로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스콧 스나이더)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면서 주한미군 문제를 더욱 압박해올 것이다.” (래리 닉시)

 

 

10. 만약 미국의 대북한 정책에 (부분적으로) 변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정책의 어떤 부분이 변경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빨리 해제해야 한다. 북한은 자신의 참담한 경제적 실패에 대한 변명으로 경제제재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후 미국이 북한과 외교협상을 통해서 돈과 식량을 지원할 때 지금까지보다 훨씬 강경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마커스 놀란드)

 

“대북 제재는 해제돼야 한다. 이를 통해 관계 개선으로 통하는 길을 닦을 수 있고, 북한은 경제발전에 시동을 걸 수가 있다.”(스티븐 린튼)

 

“미국의 정책은 한국측의 의사를 반영해야 하며, 한결 확실하게 일관성을 견지해야 한다. 외부 세력은 북한의 위협을 과장해서는 안되며, 인내심있고 조율된 반응을 보이는 한국의 정책기조에 따라야 한다.” (스티븐 뇌퍼)

 

“일방적인 경제제재 해제와 식량지원 중단, 그리고 북한이 국제시장에서 직접 식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런 것들이 현재 미국의 대북 접근방식에서 가장 잘못돼 있는 부분들인데, 이렇게 함으로써 북한은 자신이 처한 정치·경제적 실패의 진면목을 분명하게 직시하게 될 것이다. 이런 조치들을 취하지 않는 한 미국은 개혁을 피하려고만 하는 북한의 여력을 계속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스콧 스나이더)

 

“6번 설문에서 답변했듯이 나는 1994년 이래 미국의 대북한 정책이 잘못됐다고 본다. 식량지원 문제만 해도 북한이 경제 개혁을 시작하는 것과 보조를 맞춰 시행돼야 한다.”(래리 닉시)

 

 

11.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북한에 대해 다소간 상이한 인식을 갖고 있고, 따라서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해서도 다른 접근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양자간의 입장 차이에 대한 귀하의 견해를 말씀해주십시오. 만약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다면, 미국의 대북한 정책에 변경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미 의회가 행정부를 비판하기는 쉬운 일이다. 왜냐하면 ① 행정부의 정책이란 항상 완벽한 것이 아니고 ② 의회가 반드시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즉 의회는 비판만 할 뿐이라는 것이다. ③ 의회는 또 정책의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질 필요도 없다.

 

공화당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미국의 대북한 정책은 부분적으로 강경해질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을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한국, 일본, 중국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마커스 놀란드)

 

“미 의회는 현재 당파성이 위험한 수위까지 올라 있으며, 이는 나라를 위해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런 분위기가 2000년 11월 차기 대통령 선거 전까지 바뀔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지금부터 2000년 11월까지 북한이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가 (공화당이 당선되건 민주당이 당선되건) 차기 대통령과 보좌진의 대북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리라고 본다.”(도널드 그레그)

 

“당파에 상관없이 미 의회 내에는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옹호자가 거의 없다. 금창리 의혹과 대포동 발사는 진보적 성향의 포용정책 옹호론자들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보수파의 입지를 강화시켰다. 북한위협감축법은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의 향후 어려움을 예고해주고 있다.

만약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다면 훨씬 강경해진 대북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북한에 기회의 창문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스티븐 뇌퍼)

 

“현재의 방정식에서 정치적 변수를 빼고 본다면, 북한을 포용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 방안이 있을 수 없고, 믿을 만한 정책 대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중대한 변화를 꾀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남는다. 달리 표현하면, 기본적으로 페리 보고서는 1998년 말까지 현 클린턴 행정부가 펼쳤던 대북 정책의 실패를 바로잡을 필요성을 느낀 공화당측이 발의한 아이디어였다.”(스콧 스나이더)

 

“지금 공화당과 민주당의 북한에 대한 시각이 매우 다른 것처럼 비치고 있지만, 만약 16개월 뒤 공화당이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정책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내 짐작이다. 워싱턴에서 북한에 대한 정책문제는 매우 정치화된 사안이기 때문에 실체보다는 말만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클린턴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인 공화당 정부 시절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했었다.

마찬가지로 지금 공화당도 전반적인 정책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등 많은 주장을 하겠지만, 일단 집권하고나면 입장을 누그러뜨릴 것이다. 이는 대중정책 부문에서 클린턴이 집권 전후에 보였던 것과 똑같은 행태다. (빅터 차)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북 인식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적 처방에서는 그 차이가 모호하다. 따라서 공화당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 승리한다고 해서 정책이 얼마나 바뀔지에 대해서는 미리 예단하기 어렵다.”(래리 닉시)

 

 

12.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귀하의 견해를 말씀해주십시오. 북한문제와 관련해서 앞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갈등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6월 초에 있었던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 위원장의 방중 이후 북·중관계에 대한 귀하의 전망을 말씀해주십시오.

 

“내 인상으로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양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본다면, 중국은 통일된 한국보다는 사회주의 형제국가와 국경을 접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따라서 북 한체제를 유지시키기 위해서 북한에 지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은 일본으로 하여금 위성경계시스템,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 등을 개발하도록 자극하고, 한·일 군사협력을 강화시킴으로써 중국의 이해관계에 배치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즉 98년 8월31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중국의 국익에 타격을 주었던 것이다.

 

젊은 중국인 중에는 북한의 개인숭배에 심한 반발심을 가진 이들이 많고, 중국은 한국과 관계를 증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따라서 한국 주도 하에 통일된 한반도는 중국의 이해관계에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견해는 현재로선 중국에서 소수 의견이다.” (마커스 놀란드)

 

“1992년 중국이 남한과 국교수립을 한 이래 그랬던 것처럼, 중국인들은 북한 문제에서 앞으로도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베이징 당국과 관계개선을 희망하고 있지만, 베이징은 남북간에 적대감을 부추길 수 있는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은 베이징 당국과 확고한 관계를 형성했으며, 북한이 외부 세계를 다루는 데 있어서 중국이 견제 역할을 하도록 상황을 조성해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베이징과 워싱턴 사이에 갈등 국면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도널드 그레그)

 

“중국은 한반도와 관련해서 자신의 독자적인 정책을 갖고 있으며, 그 내용은 미국이나 한국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리라고 본다.”(스티븐 린튼)

 

“한반도 상황의 평화적 전환을 위한 협조가 별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볼 때 미·중관계는 특히 걱정스럽다. 1998년 미 태평양사령부 아태안보연구센터와 미 평화연구소로 구성된 ‘북한문제에 관한 미·중 워킹 그룹’의 연구에 의하면, “미·중이 좋은 관계를 유지할 때 한반도 상황이 가장 적절하게 풀릴 수 있다”는 합의를 도출했었다.

 

그러나 나는 미·중의 대북정책이 전반적으로 갈등관계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난 5월의 리루 이환(李瑞環) 중국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의 방한, 6월의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중 등은 중국이 남북한과 관계강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한국은 햇볕정책을 꾸준히 추진함으로써 북한을 국제사회에 끌어내는 데에 중국이 도움을 주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스티븐 뇌퍼)

 

“미국과 중국은 접근방식은 서로 다를지언정 북한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같은 우려감을 공유하고 있다. 한반도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경쟁을 벌인다는 가정은 한반도가 통일될 때 가장 강력하게 대두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같은 상황에 중국에는 본질적으로 미국의 이해에 부합되는 단기적인 대북정책을 쓰는 것 외에 대안은 없다고 본다. 나는 베이징측이 북한과 효과적으로 관계를 개선해나가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중국이 이미 경험했던 변화에 북한이 노출되는 것 역시 미국의 이해에 부합되는 일이기 때문이다.”(스콧 스나이더)

 

“미·중관계가 악화되면 중국은 북한을 카드로 활용하려고 들 수도 있다. 그러난 중국은 ‘양다리 걸치기’ 작전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본다.”(래리 닉시)

 

 

13.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 김대중 정부에 하실 말씀이 있다면?

 

“나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북한과 한국내 반대세력에 대해서 인내심을 갖고, 강력한 정책을 견지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김대통령은 역대 한국 대통령 중에서 일본, 중국, 러시아와 강력한 관계를 수립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이런 점에서 김대통령은 확신을 갖고 자신의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으며, 주변국들이 자신의 햇볕정책을 이해하고 지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도널드 그레그)

 

“내가 김대통령에게 조언을 할 위치는 아니지만, 우리가 진전을 볼 수 있는 분야에서 먼저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무역이나 인도적 지원 같은 것이 그런 분야가 될 수 있다. 너무나 많은 사례에서 그랬듯이 남북한 관계는 마치 켰다 껐다 하는 스위치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모든 사안을 연계시키는 것보다는 협력이 가능한 분야에서 우리의 약속을 제시하고, 인내심을 갖고 그것이 진전되기를 기다려야 한다.”(스티븐 린튼)

 

“햇볕정책의 성과를 과대 선전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특히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거래는 민간 기업이 북한에서 할 만한 사업이 아니다. 민간 거래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어야 하고, 북한에 금전적 보조금을 지불하는 형태가 돼서는 안된다. 현대그룹의 거래는 이중 어느 것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래리 닉시)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서 최대의 도전은, 경쟁이 매우 치열한 한국의 국내정치적 환경에서 자신의 대북정책을 지지해줄 정치적 연합세력을 유지하는 일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장기적으로 한국의 정치문화를 개선시킬(어느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방향으로) ‘개혁’은 매우 가치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개혁을 위해서는 집권당과 야당 사이에 일정한 수준의 비전 공유와 협력이 필요한데, 이는 현재 한국의 직업적 정치 엘리트들의 능력을 한참 넘어서는 일이다. 예컨대 학자들로 위원회를 구성해서 5∼10년 뒤에 시행될 개혁안을 제출하도록 위촉하는 게 적절한 방법일 수도 있다고 본다. 이렇게 하면 위원회가 제출할 개혁안에 대해서 어떤 특정 정당도 단기적·전술적 차원에서 활용하려고 들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스콧 스나이더)

 

(신동아 1999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