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싶은 詩 모음

더러는, 물 젖어

이강기 2018. 11. 17. 09:41

더러는, 물 젖어


                    - 조희길

그저 매일이 똑같으면 사는 재미가 있나 
슬쩍 호미걸이라도 거는 척해줘야지
걸리는 척이라도 해줘야지 

밋밋하게 매일이 흘러가면 사는 재미가 있나 
짜글짜글 냄비라도 끓어야지

홀로 들판에 서서 겨울바람 이겨 내는 잡목만도 
못한 인간들
무어 그리 불만 많고 말들이 많은가 
한발만 빠져 잠시만 생각해봐도 나도 당신도
흠 많은 인생인걸 

그저 나날이 조용하면 무슨재미로 사나 
더러는 깨지고, 더러는 부서지고, 더러는 물 젖어
충혈된 눈으로 떠오르는 햇살을 응시하기도 해야지 

가끔은 분노도 키우고, 욕망에 충실하기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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