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 韓.日 關係

"코로나 배타주의… 간토 조선인 학살 연상시켜"

이강기 2020. 7. 14. 08:35

"코로나 배타주의… 간토 조선인 학살 연상시켜"

조선일보

 

 

입력 2020.07.14 03:00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 사회 번지는 배타주의 우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71)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번지는 일본 사회의 배타주의에 대해 우려하며 간토(關東) 대지진 이후에 벌어진 조선인 학살 사건을 언급했다.

무라카미는 12일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런 위기 상황에선, 간토 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처럼 사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런 움직임을 진정하는 것이 미디어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나는 성명(聲明) 같은 것은 별로 신용하지 않는다"면서 "음악은 논리를 넘은 것이며 공감하게 만드는 능력이 크다. 소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연합뉴스

 

1923년 최대 규모 7.9로 도쿄를 비롯해 혼슈 동부 지방을 강타한 간토 대지진 이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대량 학살이 자행됐다. 일본인 자경단과 경찰, 군인이 수천명에 달하는 재일 조선인을 살해했지만 제대로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

무라카미는 "나는 1960~1970년대 강한 말이 거칠게 활보하는 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강한 말이 혼자 걸어가는 상황이 싫고 무섭다"며 거칠고 감정적인 언어에 대한 불편함을 내비쳤다. 그는 "시대가 지나면 그런 말들은 전부 사라지고 만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런 것을 봤기 때문에 그런 말들에 대해 경고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고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말하듯, 제한된 문자로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소셜미디어가 발신의 중심이 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무라카미는 이전부터 일본이 과거의 역사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지난해 도쿄신문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역사를 배경으로 살고 있고, 역사는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반드시 밖으로 나온다"며 "역사는 자신들이 짊어져야 하는 집합적인 기억"이라고 했다. 그의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에는 난징대학살 당시 일본의 만행을 인정하는 내용을 넣었다. 발끈한 일본 우익들이 하루키를 공격했지만, 그는 "자기 나라에 좋은 역사만을 젊은 세대에게 전하려는 세력에 맞서야 한다"고 꿋꿋이 맞섰다.

같은 해에 자신의 아버지가 제국주의 시절 징병된 일본군이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월간지 문예춘추 기고문에서 아버지가 1938년 중일전쟁 당시 징병돼 중국에 배치됐다고 털어놨다.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자신이 소속된 부대가 중국군 포로를 처형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도 적었다. 무라카미는 당시를 회상하며 "사람의 목이 잘려나가는 잔인한 광경은 말할 것도 없이 어린 나의 마음에 강렬하게 낙인찍혔다"고 했다. "아무리 불쾌하고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것이 있더라도 이를 자신 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그러지 않으면 역사라는 것의 의미가 어디 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수년째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일본의 대표 작가다. '노르웨이의 숲' 등 초기작이 영미권과 유럽에 번역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 등이 번역되면서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14/20200714000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