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友 朴元煥 遺稿詩

가보지 못한 마을

이강기 2015. 9. 2. 08:41

가보지 못한 마을

 

      - 박원환

 

지금 나는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마을로 간다.
산과 나무들이 비를 맞고 서 있는 들판을 지나
새 한 마리 울지 않는 황야를 건너
한번도 본 적 없는 마을로 간다.

계절이 무성한 숲 속
언제나 서러운 마음을 씻고
노래부르는 강이 흐를 지 모른다.

지금 나는 밤을 새워 허무의 광야를 걸어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마을로 간다.

햇빛이 사는 마을
청동색 바다 출렁이고
푸덕이는 기쁨이 닻을 내리는
당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마을로
지금 나는 간다.

그 곳은 꿈으로 바다를 메운 충만의 땅.
사랑을 농사짓는 사람들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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