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友 朴元煥 遺稿詩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이강기 2015. 9. 2. 08:46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 박원환

   1

주여
갑자기 내 일상 한 복판으로 바람이 불어옵니다.
붉은 감 가지 꺾어든 가을 천천히 걸어가고
마주 웃으며 손잡은 연인들 지나는 거리에
울음 참고 선 저녁 쓸쓸하여
지난여름 영광과 충만함
벌써 기억할 수 없습니다.

   2

주여
당신은 보여주었습니다.
차디찬 허무 바닥에 누운
검은 관같은 삶의 얼굴
애정과 미움 흔적 없는 텅 빈 육신이
꺼져 가는 등불 들고
당신 발자국 소리만 귀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주여 눈같은 당신 흰 옷자락으로
그가 살 동안 눈물과 슬픔 위로하여 주소서
그가 지금까지 얼마나 아름다운 비단을 짜며
얼마나 눈물 젖은 빵을 씹어왔듯
주여 저도 살고 있습니다.
아침 식탁마다 한 송이 분홍 장미 꽂으며
내 끈끈한 혈육
일상 구석구석만 쓸고 닦으며 살아왔습니다.

   3

지금껏 내 생을
깊은 밤 강물처럼 출렁이던
절망과 욕망이
나를 얼마나 슬프게 하고
이웃을 얼마나 아프게 하여왔는지
주여 저는 몰랐습니다.
내 목 쉰 기도마다 응답하여 주신 주여
이제 무릎꿇어
당신 오실 이 험한 길목에
기름 준비한 등불 밝히고
당신 주신만큼의 시간을
내 영혼 등피 닦고 닦으며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지금껏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조금씩 조금씩 보이지 않는 손수건 흔들며
참회와 감사로 식탁 차려
그들을 대접하고
기도와 믿음 씨뿌리고 가꾸어
거칠어진 내 손을
자랑스럽게 살아가게 하소서.

             - 아멘 -


'故友 朴元煥 遺稿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 뭄  (0) 2015.09.02
무서운 숲  (0) 2015.09.02
죠수아에게  (0) 2015.09.02
내 캄캄한 골방  (0) 2015.09.02
가보지 못한 마을  (0) 201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