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달
- 박원환
낮 달이 따라온다.
그가 따라 온다.
나의 밤으로 들어와
새벽을 헤치고
아침을 열어 놓고
나의 온 나절 생살을
도끼질하더니
납빛 황야에 서서
밤 까마귀 되어 운다.
낮 달은 따라온다.
죽음처럼 따라온다.
내 살아 온 세월을 도적질하려는
겨울 중천에 뜬 낮 달.
까맣게 잊은 채 살다
문득
쳐다보니 아직도 시퍼렇게 쫓아오는 낮 달
그가 따라온다.
낮 달이 따라온다.
'故友 朴元煥 遺稿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 대 (0) | 2015.09.02 |
---|---|
어느 날 아침 문득 (0) | 2015.09.02 |
한 그루의 허무 (0) | 2015.09.02 |
가 뭄 (0) | 2015.09.02 |
무서운 숲 (0) | 2015.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