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友 朴元煥 遺稿詩

한 그루의 허무

이강기 2015. 9. 2. 08:49

한 그루의 허무

 

         - 박원환

 

한 그루 장미를 길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세월의 먼 길에도
예물처럼 안고 온 금향빛 장미나무.

웬일인가
한 잎, 한 잎 찬미의 잎 떨어지고
진실의 수액은 말라
생의 등걸만 외로운 내 정원.

눈물 글썽이며 부르는 내 목 쉰 소리에
잠시 주검의 귀퉁이를 열고
반딧불같이 눈 뜬 생명,
- 불타는 노래를 불러라
남국의 춤을 추어라-

기도는 거짓되어
어둠의 강 건너간 너
예지의 가시도 차디찬 잊혀짐일 뿐

한 그루 장미를 길렀다.
한 그루 하루를 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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