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友 朴元煥 遺稿詩

어느 날 아침 문득

이강기 2015. 9. 2. 08:51

어느 날 아침 문득

 

         - 박원환

 

지금 창밖은 비가 내리고 있을지 모른다.

언제나
어둡고 습기찬 그물에 걸려
시린 추위 마디마디 깁는
불면을 밀어젖히고

저 새벽
공사장 쇠망치는
또 하루를 못질하고
생명을 못질하여

한 겹 한 겹
내 가슴 바닥 파내니
참고 견딤에 시커멓게 그슬린
벌거벗은 나의 저 건너편
오욕이 이끼 끼어
한없이 목쉬어 흐르는 바다

허물벗고 달아난 어제 위에
웬일인가
나는 작은 벌레가 되어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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