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 전대통령
감옥보낸 사연, 중앙청 허문사연, 이인모 북송사연
200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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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ㆍ노태우 건은 기본적으로는 역사의 판단에 맡기려고 했는데, 설마 몇
천억의 돈을 가지고 있을 줄을 몰랐어요. 그런 것은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뉴라이트재단(이사장 안병직)과
헤럴드미디어(대표이사 홍정욱)가 공동 발행하는 계간잡지 '시대정신' 2007 겨울호(통권 37호)와 가진 대담에서 털어놓은 일화 중 하나다.
시대정신에 따르면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가 10월5일과 11일, 그리고 25일 3회에 걸쳐 하루 3시간씩 총 9시간 동안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은 "솔직히 전두환, 노태우를 그렇게까지 감옥에 보내려고 할 생각은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이런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박계동 의원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폭로로 촉발된 상황 변화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노태우 비자금
조사내용을 보고 받으니 기가 차는 겁니다. 내가 판단하기를 이 천문학적인 돈을 도둑질해서 갖고 있는 사람을, 또 광주에서 민간인을 죽인 사람을
용서해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빨리 잡아들이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은 경남 합천에 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잡아들일 때 "하루 종일 (방송이) 생중계를 하고 난리가 나지 않았습니까?"라고 반문하면서 "그 때 내 생각은 영원히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대법원 판결까지 받게 한 뒤 1년 동안 감옥에 보내놓고 내가 퇴임하기 전에 풀어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년 뒤 석방했다"고
덧붙였다.
이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은 3당이 합당한 노태우 대통령 시절, 전두환 대통령 처리 문제를 둘러싼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을 백담사로 보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강조하면서 "노태우가 끝내 반대하고 대통령
그만두겠다고 나올 줄 알았다. 그 정도 배짱은 가지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결국 전두환을 백담사로 보냈다"면서 그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을 끝까지 보호하지 못한 노 전 대통령을 "참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나아가 김 전 대통령은 그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던 경복궁 안 조선총독부 건물을 폭파하게 된 사연도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제가 젊었을 때 일본
규슈 가고시마에 한 일본 정치인이 나를 초대했습니다. 그 사람 집에 가니까 조선총독부 사진이 버젓이 걸려있는 거예요. 참 모욕적으로
느껴지더군요. 그 때 그 정치인집에 간 것을 속으로 크게 후회했습니다. 야당 총재 시절에도 한번 중앙청 앞에 가보니 일본 수학여행 학생들이 잔뜩
왔는데 조선총독부 건물인 중앙청을 배경으로 자랑스레 사진을 찍는 것 아닙니까? 분해서 죽겠더라구요."
하지만 이런 방침은 거센
반대를 유발했다.
그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중앙청을 뜯어버린다고 하니, 벌떼같이 반대를 하는 거예요. 조선일보가 계속 반대
사설을 싣고 여러 가지 이유를 많이 댔습니다. 목사, 시인, 변호사들이 중앙 일간지 1면에 광고를 내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컷 떠들어라, 내가
뜯는다. 나같이 용기 있는 사람 아니면 못 뜯는다. 이런 심정으로 중앙청을 뜯었습니다"고 말했다.
대통령 재임 기간에 있었던
미전향 장기수 이인모씨를 북한에 보내게 된 사연도 소개했다.
"내가 취임해서 김일성이 북한에서 연설하는 것을 비디오로 보게
되었습니다. 김일성이 10만 군중을 모아놓고 이인모 영웅을 석방하자고 매일같이 연설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보고 김일성이 이인모를 이렇게
중요시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법무장관을 불렀습니다. 이인모의 건강상태가 어떤가? 하고 물었지요.…그래 보고를 받으니 죽기 직전이라는
거예요. 그 때 생각으로 여기서 잘못해서 이인모가 죽으면 남북관계가 영영 나빠지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깨끗하게
양복을 해 입히고 내의도 갈아입혀서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사람을 들 것으로 북으로 넘겨주었더니 며칠 후 평양에서 김일성과 이인모가 단상에
올라가서 군중대회에 나왔다"고 회고했다.
외환위기 사태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물론 종국적으로는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면서도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경제부총리, 그리고 김대중 당시 민주당 총재를 거론하면서 이들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등이 전혀 위기를 느끼지 못했다"고 하면서 위기사태를 당시 국회의원으로 있던 재무장관 출신 홍재형 씨를 통해 보고
받았으며, 직접적으로는 경제수석 모르게 윤진식 경제비서관을 직접 불러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 내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독설을 퍼부은 김 전 대통령은 "경제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노동법을 개정"하려고 "날치기를 통해서라도 통과시켰지만, DJ가 기어이 반대해서 결국
내가 노동법을 무효로 돌렸다"고 하는가 하면, 한국은행법과 기아 사태와 같은 "한국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살리려는 모든 노력을 DJ가 앞장서서
반대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