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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학력 - 2006-08-24 일요신문

이강기 2015. 9. 8. 17:12
대통령의 학력

대통령은 학력순이 아니다!

 

일요신문

 

2006-08-24, 10:10  
한국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 그곳에선 대한민국호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결정들이 이루어지는 역사의 현장이다. 그 청와대에서 벌어지는 극히 일부만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질 뿐이다. 과연 청와대, 그 이면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청와대 25시'는 그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7월7일 언론사 보도·편집국장들을 청와대로 초청,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참석자들과 본관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공식간담회에서의 딱딱한 질문·답변과 달리 오찬 자리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그런데 대통령과 참석자들 사이에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던 도중 갑자기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드는 ‘돌출 질문’이 나왔다. 한 인터넷 매체의 여성 편집국장이 “대통령께서 서울대 문제에 대해 7월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굉장히 격렬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운을 뗀 뒤 “서울대(입시안)에 대한 강력한 대처가 대통령의 학력 콤플렉스 때문이란 시각도 있는데 맞느냐”고 물은 것이다.

그러자 사회를 보던 조기숙 홍보수석이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며 황급히 말하고 노 대통령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별 표정 변화없이 이 질문에 답변을 했다. “콤플렉스, 저 없습니다. 대통령까지 됐는데요 뭘….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기회의 접근성입니다. 우리 사회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열려 있어야 다들 열심히 살고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 때는 일부 언론과 야당에선 청와대가 논술 확대를 골자로 하는 서울대의 2008년도 입시 기본안에 대해 맹공을 가하는 이유를 분석하면서 은근히 고졸 대통령의 ‘학력 콤플렉스’를 거론하던 시점이었다.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대학을 다니지 않은 노 대통령이 학력 콤플렉스 때문에 전국의 인재들을 끌어들이려는 서울대의 입시정책을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극히 감정적인 분석이었다.

노 대통령의 학력과 관련한 시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만 하더라도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한 라디오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음번 대통령은 대학을 다닌 경험이 있는 분이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는 등 고졸 대통령 비하 발언을 하는 바람에 파문이 일었다.

또 지난 2004년 봄에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한강에 투신자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상황은 다르지만 그 때도 발화점은 ‘학력’이었다. 당시 남 전 사장은 노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에게 자신의 연임을 청탁하며 3천만원을 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3월 11일 노 대통령이 전국에 생중계된 기자회견 도중 이 문제를 거론했다.

남 전 사장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노건평씨는 아무런 힘이 없다. 대통령에게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가만 좀 내버려두시면 좋겠다”며 “대우건설의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볼 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주고 그런 일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다.


노 대통령 학력비하 구설수

이 기자회견 직후 남 전 사장은 한강에 뛰어내렸다. 그리고 지난 5월20일 남 전 사장의 미망인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노 대통령 때문에 남편이 자살하게 됐다”며 “회사 업무에 수반되는 비자금 조성 문제로 수사를 받다 자살한 만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좋은 학교 나오신 분이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등의 표현이 남 전 사장의 자존심을 크게 건드려 자살에 이르게 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2002년 봄 민주당 대통령후보 국민경선에서 ‘노풍’이 몰아치자 서울대 동창회보에 ‘상고 출신(노무현) 대 서울대 출신(이회창)’을 주제로 한 만평이 실려 구설수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경선 상대인 김근태 후보가 명문 경기고 출신임을 들어 ‘상고 출신 대 경기고 출신’의 대결을 빗댄 만평이 중앙일간지에 등장하기도 했다. 경기고 출신이 상고 출신에 패하는 바람에 창피해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본선(대통령선거)에서도 알게 모르게 노무현 후보의 학력을 비하하는 상대편의 전술이 구사됐다.

잘 알려진대로 노 대통령은 우리 헌정사의 역대 대통령 9명 가운데 전임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상고졸업’으로 가장 학력이 낮다. 특히 DJ의 경우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가려 고졸 학력이 거의 부각되지 않은 반면, 노 대통령의 고졸 학력은 긍정적인 의미든 부정적인 의미든 수시로 화두가 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경남 김해 진영의 대창초등학교와 진영중학교, 부산상고를 졸업했다. 1998년에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을 수료하고, 1999년 고려대 정책대학원 최고위과정도 수료했지만 이는 학력이라기 보다는 경력에 속한다. 그렇지만 고대에선 노 대통령을 ‘동문’으로 인정하기는 한다.


DJ, 상고출신 명예박사 5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목포상고 졸업이 마지막 정규 학력이다. 그렇지만 DJ는 학구파 답게 고려대 경영대학원 수학(1964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수료(1967년), 경희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과정 수료(1970) 등의 이력을 남겼다. 명예박사 학위는 모두 5개를 받았는데, 1983년 미국 에모리대학교 명예법학박사, 1992년 러시아 모스크바대학교 외교대학원 정치학박사, 1992년 미국 가톨릭대학교 명예법학박사, 1994년 원광대학교 명예정치학 박사, 1995년 미국 포트랜드 주립대학교 명예인문학 박사 등이다.

9명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명예박사 학위 받기를 가장 즐겨한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경남 거제의 장목초등학교와 명문으로 꼽히는 경남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학교 문리대 철학과를 졸업, 첫 ‘서울대 출신 대통령’이 됐지만 학위 욕심은 끝이 없었던 모양이다. 해외 4개국에서 모두 9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특히 대통령 재임 중이던 1993년부터 1996년까지 4년 사이에 무려 7개를 몰아받았다.

야당 정치인 시절인 1974년 미국 타우슨주립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처음 받았고, 약 20년의 세월을 지나 1993년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명예 국제정치학박사, 1994년 일본 와세다대학교 명예 법학박사, 1994년 러시아 모스크바대학교 명예 정치학박사, 1995년 프랑스 소르본대학교 명예 철학박사, 1995년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명예 인문학박사, 1995년 미국 뉴욕대학교 명예 법학박사, 1996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명예 법학박사, 2001년 일본 와세다대 명예 정치학박사를 줄줄이 받았다.


전두환·노태우 일반 학위 없어

육군사관학교 11기 동기인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일반 대학에서 공부한 기록이 없다. 육사 출신 가운데 서울대 등에서 위탁교육을 받거나 석·박사 학위를 따는 장교들이 상당수 있는 것과 비교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구공고를 졸업했다. 육사를 졸업한 뒤 청년장교 시절인 1959년에 육군고급부관학교를 거쳤고, 이듬해에는 미국육군보병학교에 ‘유학’을 다녀왔다. 육군대학교는 1965년에 다녔다. 명예박사 학위는 재임 시절인 1984년 미국 페퍼딘대학교에서 명예 정치학박사를 받은 것이 유일하다.

대구의 명문 경북고를 나온 노태우 전 대통령은 동기생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국내에서 육군고급부관학교를 다니는 사이 일찌감치 태평양을 건너가 미국 특수전학교에서 심리전 과정을 밟았다. 육군대학교는 1968년에 마쳤다. 그 역시 대통령 재임 시절에 두 개의 명예박사 학위(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법학, 러시아 모스크바대학교·정치철학)를 받았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군 출신치고는 비교적 대중연설 솜씨가 뛰어난 것은 미국의 군사학교에서 ‘스피치 기법’을 제대로 배운 덕택이라고 한다.외무관료 출신인 최규하 전 대통령은 일제시대에 경기고를 나와 일본 도쿄고등사범학교(영어영문학)와 중국 만주의 국립대동학원(정치행정학)에서 수학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1970년)를, 고향(원주)인 강원대학교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1985년)를 각각 수여받았다.

일본군 장교 경력이 시비거리가 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37년 국립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3년간 교사생활을 하다가 중국 만주의 신경(현 장춘)군관학교에 들어가 1942년에 2년과정을 수료했다. 해방되기 전 해인 1944년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일본군 장교(중위까지) 생활을 했으며, 해방과 함께 설립된 우리나라 육사를 졸업(당시 조선경비사관학교·2기)하고 한국군 장교(대위)로 변신했다. 육군대학교는 1957년에 거쳤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당시로는 매우 드물었던 영국 유학파다. 스코틀랜트의 수도 에든버러에 있는 에든버러대학교를 1930년에 졸업했다. 1985년에 경희대학교와 미국의 US인터내셔널대학교에서 각각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학벌이 좋은 사람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다. 그는 지금도 ‘이승만 박사’로 호칭되곤 하는데 이때의 박사는 명예박사가 아니라 진짜 실력으로 딴 박사다. 그것도 미국 최고의 명문 가운데 하나인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해 받았다. 1908년 박사 학위를 따기 1년 전에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또 그때부터 2년 전에는 워싱턴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에는 한문공부를 하고 배재학당을 다녔다.

역대 대통령 부인들의 학력도 세인들의 관심사가 되곤 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의 경우 2004년 3월에 학력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한 집회에서 방송인 출신 사회자 송만기씨가 “고등학교도 안 나온 여자가 국모 자격이 있느냐”는 등의 자극적인 발언을 했고, 이를 MBC-TV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 전파에 실은 것이다.


대통령 부인 학력도 관심사

그렇다면 다음 대통령을 노리는 예비주자들의 학력은 어떨까.가장 독특한 학력을 가진 인물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다. 그는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는데, 그 때문인지 지나칠 정도로 매사에 신중해 ‘엔지니어 타입’이란 평을 받는다. 박 대표의 최측근인 전여옥 대변인조차 “굉장히 고지식하고 ‘1+1=2’가 돼야하는 공학도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약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나라당의 또다른 예비주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은 포항의 동지상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 시장은 간혹 사석에서 명문고등학교를 나오지 못해 받는 ‘불이익’을 토로하곤 한다. 현대에 있을 때도 그렇고 정치를 하는데 있어서도 고교인맥이 상당히 중요한데 동지상고 출신들이 사회 각계에 포진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장은 고려대 동창회에 적극 참석하고 동문들을 챙긴다. 소문난 구두쇠인 그가 얼마전 고려대에 발전기금으로 거액을 쾌척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청계천 비리’로 구속기소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출신 김일주 전 한나라당위원장이 이 시장에게 접근한 것도 고려대 동문이란 끈을 이용했다고 한다.

<유제성 언론인>

입력 : 2006-08-24, 10:10  
출처 : 일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