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cline and Fall of the American Empire | |
낙화유수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분석이나 논평의 글은 딱딱하게 마련인데 역시 로만티스트(이런 호칭 양해하십시요)여서 그런지 님의 글은 부드럽고 아름답습니다. 님의 글을 읽으니까 문득 에드워드 기번의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라는 책이 생각나서 제목을 이렇게 붙여 보았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역사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가슴이 뜁니다. 역사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미국은 언제나 큰 명제입니다. 그리고 곧잘 로마제국과 비교를 합니다. 참, 로마얘기가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얼마 전 일본의 여류문필가가 쓴 "로마인 이야기"라는 책의 번역본이 100만 부를 돌파할 정도로 베스트 셀러가 된 것을 보면 역시 우리 나라 사람들은 "대국지향적"인가 봅니다. "세계 제일" 혹은 "세계의 중심"이라는 말을 좋아하고 곧잘 우리 역사상의 몇몇 나라들의 영토를 중국의 중원에까지 확장하곤 하는 것도, 마음은 대국적인데(아마 유목민족의 후예라서 그럴겁니다) 영토와 인구, 그리고 경제력 등 현실은 전혀 그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에 대한 심리적 반동이 아닌가 보입니다. 더욱이 묘하게도(스위스를 제외하곤 아마도 세계에서 유일할겁니다) 사방 대국들에 둘러싸여 역사적으로 그들로부터 갖은 핍박을 받았으니 그에 대한 심리적 반동이기도 할 것입니다. 대국들 틈바구니에 끼어 있으니 멀리 있는 대국들(예컨대 거문도사건의 영국, 그리고 지금의 미국)까지 첨예한 이해관계를 드러내고 있는 형편입니다. 얘기가 좀 빗나갔습니다만, 저는 간혹 미국이 쇠망하는 날엔 도대체 어떤 몰골일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80년대 한 때 미국이 일본의 "경제공략"에 눌렸을 때 "미국의 쇠락" 얘기가 나오다가 90년대 들어 정보기술산업으로 히트를 치자 그 얘기가 쑥 들어가 버렸는데, 언젠가는 또 이런 얘기가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망할 것입니다. 덩치와 위세가 컸던 만큼 망할 때의 그 파열음도 대단할 겁니다. 로마제국이 망한 후 왕년에 100만 이상을 자랑하던 로마시의 인구가 5만까지 줄어들었고, 그 웅장하던 로마광장도 폐허로 변했다고 합니다. 기독교인들은 콜로세움이나 바실리카의 돌을 빼다가 교회를 짓기도 하고 자기 집을 짓는데 사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미국이 망할 때 가장 큰 문제로 불거질 것은 인종간의 갈등이 아닐까 보입니다. 세계의 모든 인종들과 인재들을 다 끌어 모으고 있으니 낙화유수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180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단 쇠락의 길로 들어서면 지금까지의 긍정적 요소들이 모두 부정적인 요소로 변할 것입니다. 미국이란 나라가 발칸반도 이상으로 인종(민족)간의 갈등으로 사람살기 힘드는 곳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히스패닉계는 멕시코나 기타 라틴 아메리카 제국을 등에 엎고 켈리포니아나 텍사스를 중심으로 독립국을 세우려고 들지도 모르고 흑인들은 흑인들대로 군데군데 자치국을 세우려 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또 그 때쯤 세계 최강국이 되어있는 중국은 현지의 중국인이나 아시아인들을 후원하며 또 어떤 세력확장을 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창 이민 붐이 일어나던 70년대에 친구들과 이런 얘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습니다. 즉 후대의 자손들을 생각해서 어느 나라로 이민을 가는 것이 가장 좋을까 하는 얘기였는데, 대다수가 호주를 꼽았습니다. 지정학적으로 호주가 가장 위험도가 적다는 것이었습니다. 캐나다도 좋긴 하지만 옆에 미국이란 강대국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망하는 날 캐나다도 온전치 못할 거라는 얘기였습니다. 단일민족 내지 머조리티가 지배하는 국가들은 쇠락을 해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줍니다만, 미국 같은 이민국가들은 전혀 사정이 다르리라 봅니다. 로마도 결국 이민국가가 되면서 기울어져 갔고 최후가 비참했습니다. 그래도 로마는 천년 이상을 버텼습니다. 우리 사극을 보면 신하들이 "천세!"하며 손을 번쩍 들어 올리던데(황제국이 아니었으니 만세는 못 부르고)), 실제로 역사상 천세를 누린 국가들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신라가 그 중 하나에 들어간다는 게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나폴레온도 로마제국 같은 천년왕국을 꿈꿨고(자기 아들을 로마의 왕자라고 호칭까지 하면서), 히틀러도 천년제국을 지향했습니다만 고작 수십 년도 버티지 못했습니다. 흔히 인생을 초로(草露)와 같다고 합니다만, 한 국가의 영화도 긴 역사에 비추어보면 초로와 같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강기 드림 (200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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