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가는대로

정명훈을 좋아하는 이유

이강기 2015. 9. 9. 10:38

정명훈을 좋아하는 이유


(2006년 4월)

나는 음악을 잘 모른다. 교향곡 몇 개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걸 들으려 연주회 같은 델 찾아다녀 본 적은 없고 간혹 TV에서 무슨 오케스트라의 연주회 실황을 중계할 때도 그걸 느긋하게 듣질 못하고 다른 채널로 돌려버린다. 그러니 내가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정명훈을 좋아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언젠가 DJ가 손수 만든 국민의 당이란 것을 스스로 깨고 다시 평화민주당이란 것을 만들 때다. 새 당을 만들 때 약방 감초처럼 들어가는 사회저명인사 입당예상자(곧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후보추천을 미끼로) 명단이 발표 되었다. 대학총장도 있고, 교수도 있고 유명 기업체 사장도 있고, 그 외에도 내노라 하는 인사들이 줄줄이 들어가 있었다. 당시 DJ가 최고 권력자였으니 그 명단에 든 사람들 가운데는 감지덕지 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 간혹 마지못해 응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거기에 정명훈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과연 정명훈이 오케이 한 것일까? 귀추가 주목되었다. 

 


그리고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그 후 한참만에 최종 발표한 입당자 명단에 그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이런 일엔 항상  뒷이야기가 있기 마련인데 과문천식 탓이었는지는 몰라도 그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 그러나 들어나 마나였다. 자초지종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사정을 하고 누가 단호히 거절했는지가 뻔했기 때문이다. 그 때 감지덕지하며 들어간 사람들 가운데는 그 후 신세 버린 사람들 많았다. 그들은 1회용 이쑤시개나 종이컵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부터 나는 정명훈을 몹시 좋아한다. 비록 음악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