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가는대로

호들갑도 정도껏 떨어라

이강기 2015. 9. 9. 10:40

호들갑도 정도껏 떨어라

 

 

 

(2004년 5월2일)

"용천한다!"
남도의 욕쟁이 할머니들이 곧잘 내뱉는 말이다. 누가 짖고 까불거나 호들갑을 떨 때 타박하는 말이다. "용천"이란 문X병 지X병 따위의 몹쓸 병을 일컫는 말인데, "용천한다!"는 말은 이른바 "지X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다. 내용은 좀 끔찍하지만 그러나 크게 악의를 가지고 내뱉는 말은 아니다. "그렇게 호들갑 떨지 말고 좀 진중해라." 정도로 하는 말이다. 내뱉는 사람이 본래 입이 좀 거칠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고 선의로 받아들인다. 오히려 순간이나마 품위를 잃고 호들갑을 떤 자신을 탓하며 자세를 고친다.

북한의 용천이 진짜 "용천을 해버렸다." 기막히는 일이다. 그런데 또한 기막히는 일은 막상 그 쪽 위정자란 자들은 그런 엄청난 일에 분명 "용천"할만도 한데 진중하다 못해 여유 만만해 보이기까지 하고, 오히려 남쪽은 연일 야단법석에 갖은 호들갑을 다 떨고 있다. 김정일이 되려 남쪽보고 "용천하고 있네!"라며 중얼거리기라도 했을 것 같다.    

물론 "채비 사흘에 용천관(龍川關) 다 지나가겠다"는 속담처럼 화급을 다투는 일에 지나치게 여유작작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러나 원조를 해도 좀 진중하고 품위 있게 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