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는 과연 어떤 세기였던가?(1)
[主義] 개념 종언의 세기
- 우자와 히로후미(宇澤弘文)
-
(1928년생, 일본 중앙대교수, 동경대
명예교수,
일본학사원회원, 일본을 대표하는
이론경제학
자의 1인)
<> 시대상징하는 2개의 回勅
20세기는 전쟁과 혁명의 세기, 또한 도시화와 공업화의 세기라고도 말할 수 있
지만, 경제학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세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고 하는 2개의 체제개념 사이에 형성된 긴장, 대립관계에
의해서 20세기를
장식한 가지가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그리고 군사적
사건들이 전개돼 왔으며, 20세기의 종언과 함께 이 2개의 체제개념은 그
역사적
역할을 끝마치고 본질적인 변질과정 내지 붕괴과정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시점에서 20세기의 역사적 의미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2개의 문서가
있다.
1891년에 나왔던 [레에룸 노부아룸]과 그로부터 정확히 100년 후에 나왔던
새로운 [레에룸 노부아룸]이라는 2개의 回勅이 바로
그것이다.
제 1의 [레에룸 노부아룸]은, 1891년 5월 15일, 당시의 로마교황 레오 13세가
반
포한 回勅이다. 回勅이라는 것은 로마교황이 중요한 사안에 관해 로마교회가 정식
으로 생각하고 있는 바를 전 세계 사교들에게
통달하는 문서를 가르킨다. 1891년
에 나온 회칙의 타이틀인 [레에룸 노부아룸]은 라틴어로 [새로운 것]이라는 의미
로 그
당시로서는 [혁명]으로 번역되었다.
레오 13세는 [레에룸 노부아룸] 속에서, 19세기도 이제 마지막 10년에 들어 간 지
금,
세계 선진공업제국들이 이미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를 안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20세기를 향해 보다 인간적이고 협조적인
세계를 만들기
위한 각오를 가지도록 촉구한 것이다.
이 제 1의 [레에룸 노부아룸]의 기본적인 생각은, 그것의 부제로 쓰인 [자본주의
의 폐해와
사회주의의 환상]이라고 하는 말에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레오 13세는 [레에룸 노부아룸] 속에서, 유럽을 위시하여 세계 곳곳마다
이른바
선진공업제국들이 모름지기 자본주의라고 하는 제도하에서, 극히 소수의 자본가
계급들이 부의 대부분을 사유하여, [지칠줄 모르는
탐욕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기]
때문에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일반대중들은 철저하게 착취당하여 빈곤에 허덕이
고 있으며,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개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레에룸 노부아룸]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은 사회주의 사회가 됨으로
써 빈곤과
사회적 불공정 문제가 해결되어 보다 인간적이고 조화를 이루는 사회가
실현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단순한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강하게 경고
하고 있다. 사회주의 아래서는 사람들의 자유가 상실됨으로써 인간적 존엄성이 훼
손돼 시민의 기본적 권리가 무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리고 인간적 존엄성이 지켜지고,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가 최대한으로 확보될 수
있는 사회는,
사람들의 협동적, 협조적인 성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경제, 사
회체제 아래에서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반복하여
강조했다.
<> 사회주의의 페해, 자본주의의 환상
[레에룸 노부아룸]이, 구미를 위시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 큰 영향을 주게되고, 협
동정신을
제창하게 하였으며, 카톨릭계의 새로운 노동운동도 시작되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 그대로다.
제 1의 [레에룸 노부아룸]이 나온지 꼭 100년 후인 1991년 5월 15일, 새로운
[레
에룸 노부아룸]이 요하네 바울 2세에 의해 나왔다. 새로운 [레에룸 노부아룸]의
주제는 [사회주의의 폐해와 자본주의의
환상]이라는 것이었다.
1917년, 레닌 지도아래 러시아혁명이 일어나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인 소비에
트연방이
성립됐다. 소련은 15개의 공화국으로 구성돼 있고 세계 육지면적의 6분
의 1을 점하고 있으며 인구 3억이라고 하는 거대국가였다. 소련은
1991년에 8월에
붕괴됐지만, 그 때까지 70년간에 걸쳐 세계 사회주의 국가들 위에 군림해 왔다.
러시아에서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가 성립됐을 때, 세계 많은 사람들이 오랫만에
사회주의의 꿈이
실현됐다고 기뻐했고, 새로운 인간적인 사회를 향한 인류의 발걸
음이 시작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련 사회주의 70년의 역사는, 이러한
기대가
한낱 환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사회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무
참히 짓밟고 말았다. 레오 13세가 [레에룸
노부아룸]으로 경고한 것을 그대로 시
현하고 만 것이다.
소련 사회주의 하에서는, 노동자계급의 입장을 대표하는 공산당이 모든 국가권력
을 장악하고
사람들의 생활을 완전히 관리해 왔다. 공산당의 지도로 국가 전체의
경제계획이 수립되고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모든 인민들이 봉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민의 기본권리는 무시되고 개인의 자유는 완전히 박탈돼 인
간적 존엄성은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특히 광기에 빠진 독재자 스탈
린의 지배 아래에서 소련 전토가 거대한 수용소로 변해 수백만명의 무고한
사람들
이 처형되었다.
<> 리버럴리즘을 사회의 기초로
새로운 [레에룸 노부아룸]은, 20세기의 세기말을 맞아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
제를
[사회주의의 폐해와 자본주의의 환상]으로 파악하고, 이 2가지 경제체제의
틀을 초월하여 리버럴리즘의 사상에 기초한 새로운 세기에 대한
전망을 보여준다
는 의미에서 감동적인 回勅이다.
리버럴리즘사상은 한마디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시민의 자유를 수호함을 기
본으로 생각하여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코 정치적권력이나 경제적인 부, 종
교적 권위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적 존엄성을
상실하지
않고 각자가 갖고 있는 선천적 후천적 자질을 충분히 발휘하여 꿈과 희망이 실현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하는 것이
리버럴리즘의 입장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고 하는 20세기를 지배해 온 2개의 사상을 초월하여 리버
럴리즘의 입장을
관철하는 것이 [제도주의]의 길이다. 제도주의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나라가 세우는데 있어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자연적인 제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여 모든 국민들이 인간적 존엄성을 갖고 시민적 자유를 지킬 수 있는 제도
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제도주의의 경제제도는, 사회적 공통자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 그
리고 가지각색의
사회적 공통자본이 어떠한 형태로 관리, 유지되는가에 따라 특징
지워진다. 현대사회에 있어서의 경제활동은, 여러가지 사회의 기본적인 조건을
규
정하는 사회적 공통자본의 본연의 모습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사회적 공통자본은, 하나의 국가 또는 특정지역이 풍부한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우
수한 문화를
전개하며 인간적으로 매력있는 사회를 지속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가능케하는 사회적 장치를 의미한다. 사회적 공통자본은 원칙적으로 사유
혹
은 사적관리가 인정되지 않는 희소자원으로 구성된, 사회전체의 공통자산으로서
사회적인 기준에 따라
관리.운영된다.
사회적 공통자본의 구체적인 구성은 선험적 또는 논리적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 것
은 아니고, 그
때 그 때의 자연적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 제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사회적 공통자본은 결국 분권적 시장경제제도가 원할하게
기능하
고 실질적 소득분배가 안정적으로 제도적 제 조건을 정비하는 것으로, 소이스틴
붸브렌이 제창한 제도주의 사상을 구현하는
것이다.
교육, 의료를 위시하여 중요한 사회적 공통자본이 안정적으로 유지, 관리되어, 그
러한 서비스가
사회정의에 입각한 형태로 국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공급되는 제도
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 경제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과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니혼게이자이, '97.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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