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부활의 조건(2)
미시경제 중시로 경쟁력 강화해야
- 末廣 昭 (동경대 교수. 51년생. 동경대대학원수료. 전공은
아
시아경제론)
<> "뒤떨어진 관행"에 메스를
태국에서 통화위기가 발생한지도 어언 1년이 지났다. 태국 통화위기는 그 후
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 "전염병"처럼 확대됐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사회
폭동과 수하르토 대통령 퇴진으로 이어진 사실 또한 기억에
새롭다.
한편 태국 국내에서는 대폭적인 통화 절하후, 기대된 수출의 급증은 찾아볼 수
없고 심각한
국내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다행이 IMF와의 긴밀한 협력 하에서
경상수지가 호전되고 불량채권처리나 금융기관의 재편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반면에 20%에 이르는 재정지출의 삭감, 20%를 초과하는 고금리정책등
은 국내소비를
극단적으로 떨어뜨려 투자감퇴, 실업자급증을 불러왔다. 스파챠
이 경제담당 부총리는 "올 4/4분기가 경기의 바닥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
력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이번의 아시아 통화.경제위기는 왜 일어났을까? 종래의 이론을 정리하
면, 1) 국제
단기자금과 헷지펀드 원인설, 2) 펀드멘털즈(경제의 기초적 조건)
과대평가설, 3) 구조조정 지연 = 제도요인설이 지적되고
있다.
아시아제국은, 저축률이나 물가상승률은 결고 나쁜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외
환과 금융자율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직접투자가 아닌 발걸음이 빠른 단기성
민간자금이 대량으로 국내에 유입되어 과잉유동성과 불안정성을 가져왔다. 그
리고
금융.통화불안이 발생하거나 투기성이 짙은 대규모적인 헷지펀드의 공격
을 받아 통화위기에 빠졌다는 것이 제 1의 설이다.
제 2의 펀드멘털즈 과대평가설은, 세계은행의 "동아시아기적"이 아시아지역의
경제 퍼포먼스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에 성장 패턴의 한계를 지표에 충분히 반
영하지 못했다고 하는 반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물가상승률은
4-5%의 저 수준으로 안정되고 있었지만, 자산 인플레, 이른바 버블 경제를 나
타내는 지표가 없었으며, 주요 수출산업
현장에서 노동생산성의 변화를 정확하
게 표시하는 지표도 없었다.
교육의 알맹이나 관료기구의 효율성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경제의 버블성
이 은폐되어, 경쟁력
저하와 노동생산성의 정체가 기업이나 정부의 관심 밖으
로 밀려나, 수출정체, 경상수지 악화를 통해 처음으로 성장의 한계가 노정됐다
고
하는 것이 제 2의 설이다.
제 3의 설은, 최근 IMF가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써, 아시아 제국의 "구조조정"
의 지연,
제도개혁의 지연에 원인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정치제도(수하
르토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체제), 기업의 경영체질(한국의 재벌이나
불투명한
금융기관의 경영방식), 미발달된 노동시장등이 그러한 것이다.
이러한 "아시아적"제도와 조직상의 개혁 지연을 배후에 깔고 있으면서 오히려
거시경제 안정화
정책을 태만히 했기 때문에 각국경제가 버블화하여 위기에
빠졌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한 인식이 선 이상, IMF의 정책도 종래와 같은 환률안정, 긴축재정, 금융
긴축을
기둥으로 하는 단기간의 경제안정화정책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금융기관의 재편, 재정.금융제도의 발본적인 개혁, 글로벌 스탠더드에 바탕을
둔 기업법이나
회계감사기준 도입, 국영기업의 민영화등, 보다 구체적이고 장
기적인 방침이 돼야 할 것이다. "뒤떨어진" 아시아적 관행에 대신하여
앵글로
색슨적인 제도의 도입, 현명한 주주와 건전한 금융기관이 떠받쳐주는 시장 메
카니즘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 IMF식 개혁만으로는 불충분
규제완화와 자유화의 압력은, 정치적인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나 민주화 움직
임과 유사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아시아제국의 학생이나 시민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표현, 집회, 결사의 자유 확보와 제도적 민주주의의 구축을
요구했다.
민주화의 움직임은 "정치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목표로 할 때에는 보조를
맞추어 큰 에너지를 발휘한다. 인도네시아의
현상이 바로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러저럭 제도적 민주주의가 확보되면, 이제는 어떠한 민주체제를 실현
하는 가에 의견이
엇갈리게 된다.
한국이나 태국에서의 "시민사회론"은, 바람직스런 민주주의를 둘러싸고 논쟁을
계속하고 있는
것인데, 논의는 정당정치의 발전이나 소수자의 권리보호라고 하
는 구미형 이념의 수렴에만 있지 않다. 예를 들면 태국에서는 불교적인
공정
(탄마=일본에서 말하는 달마)의 실현 자체가 민주주의라고 하는 독자적인 사
상도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규제경제(개발체제)를 정부와 기업의 유착, 소득분배의 불
평등의 원인으로
보는 경우에는, 규제완화에 보조를 맞추기가 쉽다. 그러나 규
제완화에 이어 제도개혁과 앞으로의 경제시스텀에 관해서는, 역시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장 메카니즘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사회적 공정을 실현
한다고는 태국인들은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남을 배려하여 대립회피
를 중시하는 태국사회에서는, 우승열패를 명확하게 하는 경제원칙은 친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현재의 아시아 제국이 위기 후 경제재건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가에
있을 것이다.
종래의 캐치업형 공업화를 유지하여, 외국기술의 신속한 도입과
학습능력이 높은 노동자의 육성으로 수출과 그간 뒤떨어진 성장을
회복하는
것이 대 전제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이럴 경우, "경쟁력 향상" 그 자체가 키워드가 된다. 그것을 위해서는, IMF가
주장하는
재정.금융제도의 개혁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여기에 병행하여 산업정
책의 도입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50년대에 일본이 추진한 산업합리화정책이나 중소기업근대화 정책, 이른바 특
정산업을 지정하여
기업진단을 행하고 설비근대화나 경제능력 개선을 위해 정
책금융을 투입하는 것도 중요해 진다. 거시경제 레벌에서의 경제안정화와 그
에
의한 국외 투자가들의 신뢰회복이 아닌, 미시경제 레벌에서의 기업의 부단
한 개선노력과 그에 따른 수출경쟁력 회복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 민간주도로 정책 지원도
극단적인 자금부족 상황에서 IMF등이 요구하는 규제완화와 변동환률제 채택
이 건전한 기업을
살려낸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무엇인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예컨대, 올 해 1월부터 태국은 산업구조개선게획에 나서 산업별로 "샤타
반"
(개발연구소)이라고 불리는 민관협동기관을 설치했다. 이 샤타 반이 산업별 마
스터 플랜을 만들고 정책금융의 가교역이 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이 효력을 거두기 위해선 업계단체의 조직화, 민관간의 긴밀
한 정보교환,
정부금융기관의 공정한 심사능력과 감시체제가 불가피하다.
또한 정부의 일방적인 지도로서는 안되고 민간의 이니시에이티브가 중요하다
고 하는 것은,
일본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또한 기업레벌의 정보공개가, 정
확한 정책판단과 부정방지를 위해서 우선 추진돼야 할
것이다.
단지 문제는 그러한 "캐치업형 공업화"의 노선이 과잉경쟁에 의해 아무래도
막다른 골목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에는, 사회적공정의
실현이라고 하는 목표실현을 위해 새로운 사회경제시스텀을 모색한다고
하는
별도의 길이 요구된다. 고령자나 사회적 약자를 구하기 위해 공업화의 템포를
늦추고 인종간의 대립을 완화하여 안정적인 고용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으로서 이 길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글로벌화와 자유화가 공정을 희생해
야만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는 이상 모색해 볼 가치는 있다.
성장의 회복을 목표로 할 때, 아시아제국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제도.조직의
정비에 매진해 온
일본의 경험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을 것이며, 일본도 그러
한 경험을 문제점도 포함해 전달해줘야 할 것이다.
한편, 성장노선의 전환까지도 시야에 넣게 되면, 일본은 아시아제국과 협력하
여 앞으로의
경제사회 시스텀을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제국이
갖고 있는 문제는, 실은 현대의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같은 것이기
때
문이다.(니혼게이자이, 98.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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