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부활의 조건(3)
국제적 채권시장 육성
- 早川 智夫(전 아시아금융투자회사사장. 33년생. 동경대졸. 구
동
경은행, 미주개발은행, ADB 근무)
1980년대의 라틴 아메리카의 붕괴와 재흥도 하나의 드라마였지만, "아시아의
기적"에서
"아시아 패닉"으로의 전락도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1994년의 중국의 위안화 대폭절하와, 95년 이후의 엔저.달러고의 협공의 영향
으로
아시아의 수출산업은 경쟁력과 시장을 잃었다. 그 후 통화폭락, 고금리,
단기자금의 역류, 주가하락, 경기후퇴, 기업의 매각, 파산등 최근
1년은 아시아
에 있어서 정말 참기 어려운 한 해였다. 사태가 이렇게 되기까지 국제기관 등
을 포함한 식자들 간에서도 예지도 경고도
없었다.
그 후 아시아에는 거액의 지원자금이 투입되었지만 아직도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올 해
들어와서도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우량기업들이 잇달아 수익악화
로 흔들리고 있으며 자금조달이 어려워 구제요청이 속출하고 있다. 현지
금융
기관들은 물론, 싱가폴, 홍콩 등의 금융기관들도 그 대응에 쩔쩔매고 있는 상
황이다.
아시아 기업들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자금조
달의 악화다.
아시아제국의 공업화의 역사는 30년 남짓이다.더구나 금융은 주
로 은행을 통해서(기업 자금조달에서 점하는 간접금융 비율은 80% 전후)
해
왔으며,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은 20%에 지나지 않
아 기업의 자금조달구조가 전반적으로
단순했다.
아시아 각국의 금융 시스텀이 아주 취약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
며, 금융센터
강화를 위해 아시아개발은행(ADB)도 매년 많은 액수의 자금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도 이번의 위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단기자금의 불안정성이나 자국통화의 하락, 비정상적인 달러고로 어려움을 겪
고 있기 때문에,
각국은 장기자금조달의 필요성이나 균형잡힌 복수통화를 바
스켓으로 한 외화조달의 필요성을 재인식하고 있다. 현재의 혼돈된 상태가
걷
히고 경제가 제자리를 찾는 것이 보이기 시작할려면, 장기자금수요가 확대돼
야 함은 물론, 그 조달환경을 신속하게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각국은 자국통화 표시로 로컬 채권시장의 육성에 노력해 왔지만, 국내의
자금축적이 적기
때문에 각국의 시장은 아직 미발달 상태이다. 국내 채권시장
의 육성과 함께 추진돼 온 싱가폴의 미 달러표시 채권시장도 70년도의
창설후
유통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70년대 후반에 침체됐다.
그 후, 85년 이후에는 엔고.달러저를 배경으로 아시아의 공업화가 크게 진전하
여 "부"가
축적되었고, 또한 구.미.일의 자금도 유입되어 "아시아 머니"가 형
성되었다. 아시아의 자금을 아시아에서 운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ADB가 91년
에 달러표시채(통칭 달러곤본드)를 발행한 것을 계기로, 아시아의 채권시장이
발전, 중국, 한국, 태국등 "아시아
상표"들을 위한 유력한 발행시장이 되었다.
그러나 지난 해 이래의 아시아 쇼크로 양상이 일변했다. "아시아 사자"가 "아
시아 팔자"로
급변하였으며, 투자가들이 아시아에서 흐트짐으로서 아시아의
국제금융 및 채권시장은 꽁꽁 얼어붙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투자가들을
다시
되돌아오게 하느냐가 큰 과제가 되고 있다.
현재 아시아 채권시장에서의 투자가들은 일본세(총 투자액에서 점하는 비율은
40-50%)가
최대이며, 유럽(25%), 미국(10%) 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지 아시
아세의 쉐어는 15% 전후로 미국세를 상회하고 있지만 크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아시아는 현지시장을 중시하는 투자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앙은행, 정부기관,
일부 기업가군등 아시아의 투자가들은 운용자산의 큰 부
분을 미 재무부증권등 역외시장으로 향하고 있으며 역내시장에 대한 재투자는
비교적
적다.
오히려 그들은 역내 상품중에서도 국제기관채, 국채, 정부보증채를 가장 선호
하고 있으며,
정밀한 분석과 심사가 필요한 민간기업의 사업채에는 전혀 관심
을 보이지 않고 투자능력도 저하되고 있다. 역내 회사채에 대한 관심을
우선
높이지 않으면, 경제재건도 그림 속의 떡이 되지 않을까 한다.
동시에 시장환경의 정비도 급선무인데, 특히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기업의
정
보개방(디스클로우즈) 촉진이 불가피하다. 정보개방이 불충분한데서 오는 폐해
는 크다. 투자가들 자신의 심사능력에 한계가 있으며,
원할한 정보전달수단의
고도화도 기해야 할 것이다.
신용등급의 문제도 빠뜨려서는 안된다. 구미 신용기관의 작업은 "국가"신용등
급을 매기는데 있어
경제.재무지표를 중시하고 있으며, 이른바 "아시아적 가
치"를 아예 고려에 넣지않고 있다.
투자가들을 시장으로 불러내는데는 별다른 기책(奇策)은 없다. 정치의 안정,
거시경제의 회복,
사회불안의 해소가 필요하며, 회계기준, 법규의 글로벌 스탠
더드화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현재 김대중대통령 지휘하에 금융기관,
재벌의
구조조정이 진행중에 있다. 올 4월에는 태국도 현안의 파산법을 제정했다.
반환후 1년이 지난 홍콩도 고투를 계속하고 있는데, 금융센터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홍콩달러의 가치를 유지하여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한편, 중국은 계속 위안화 절하를 부정하며, 통화위기의 재연을 방지하는 구세
주적 통화외교를
연출하고 있는데, 이번 위기의 원인(遠因)의 하나가 94년의
위안화 절하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단기적으로 다시 위안화를 절하할
입장은
아니다. 국유기업이나 금융기관의 개혁, 실업대책에 여념이 없으며, 수출의
GDP 비율이 낮은 것을 고려하면, 당장
위안화절하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
각된다.
"시장은 잊어버리기 쉽다."고 곧잘 말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장도 다소 조심
성이 많아지고
있다. 그것 만으로도, 채권시장 활성화에는 아직 실적이 적지
만, 국제적인 보증기관이나 기금이 채권의 채무보증을 행하는 일에는
유익하
다. ADB등 트리플 A의 최고등급을 갖고있는 기관들이 아시아시장에서 정기
적인 기채를 하는 것도 큰 효과를 거둘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아시아에
서 국제적인 채권시장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엔화의 국제화도 중요하다. 유로채시장과 같이 아시아채시장에서도 달러표시
채가 압도적이며 엔화
표시로된 채권의 지분이 적다. 93년 발행한 ADB의 엔
화채 이후 수건의 실적이 고작이며, 금액도 10% 정도이다.
아시아통화절하.달
러고에 의해 환차손을 입은 경험 때문에 아시아에서 채무의 엔화표시의 수요
는 증대할 것이다.
문제는 아시아에 "엔화"가 없다는데 있다. 아시아의 투자가들이 좋은 엔화자
산을 갖기 위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 그 때문에 일본은 무역결제, 자본거래,
투융자 등을 통해 아시아에서 엔자산의 형성.축적에 협력할 필요가 있으며,
또
한 리스크 회피(헷지)의 방책도 검토.제공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에서 국제금융시장이 싸늘하게 식고 있다. 아시아 금융시장을 이런 상
태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공적지원과 병행하여 풍부한 민간자금, 특히 일본의
투자가들이 구미투자에서 아시아시장에 컴백하는 것이 중용하다.
라틴 아메리카 제국을 위기적상황에서 구한 것은 미국의 민간자금이며, 또한
미국의 지헤였다.
지난 해 이후 구미투자가들의 활동은 신중해지고 있으나 개
별적으로 보면 모두 아시아에 대해 포지티브한 자세를 보이기시작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의 경기가 회복하여,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아시아경제를 구할 정도의 수
입대국이 되는 것은
시간을 요한다. 그 때문에도 우선은 시장을 통한 금융지
원이 불가피하다. 일본으로부터의 투융자의 재개가 계기가 되어 일본을 포함
한
아시아의 자금이 아시아에서 환류하기 시작하면, 그 테두리가 틀림없이 확
대돼 나갈 것이다.(니혼게이자이, 98.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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