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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부활의 조건(1)

이강기 2015. 9. 15. 19:27

아시아 부활의 조건(1)

 

금융시스텀의 재생 시급

 

                죠셉 스티그리츠(1943년생. 미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등을
                거쳐 현제 세계은행 수석부총재겸 칩이코노미스트.)

 

<> 낙관적인 예측은 금물

동아시아 전역에 생활수준이 저하하고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다. 30년간의 고
도성장 후 아시아의 "기적"은 공전의 역풍에 휘말리고 있다.

1975년에 동 아시아인의 60%는 1일 1 달러 이하로 살아가고 있었다. 95년에는
그 비율이 20% 아래로 내려왔지만, 현재의 위기로 수천만명이 다시 궁핍한 생
활로 빠져들게 됐다. 기적의 성과가 경제위기로 상쇄되고 만 셈이 되었는데,
동아시아가 경제성장을 회복하는 길은 길고도 험할 것이다.

위기의 영향이 미치는 곳은 발전도상국에 한하지 않는다. 수출수요의 감퇴와
아시아제국에 융자하고 있는 은행들의 수익악화를 통해 일본의 불황도 증폭되
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제국은 지금까지 큰 경제위기는 경험하지 않았다. 65년 이후, 인도네
시아, 한국, 말레이시아에서 연간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마이너스에 빠진 적이
각각 1회씩 있었으며, 태국은 한 번도 없었다. 그 사이 미국과 영국이 각각 5
회씩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영 양국에서 최근 30년간 일
어난 금융위기는 심각한 경기후퇴를 불러왔다. 이것은 동아시아에게도 귀중한
교훈이 된다.

교훈의 하나는, 장래가 아주 불투명한 경우에는, 정책입안의 기초가 되는 경제
예측을 조심스럽고 소극적으로 견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때의 리스크
의 비대칭성, 특히 수요의 감퇴가 기업도산-금융시장의 마비-수요감퇴라고 하
는 내리막 소용돌이에 휘말려 심각한 경기후퇴를 초래할 위험을 염두에 둘 필
요가 있다.

동아시아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예측이 낙관적이었다.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에
서는 지난 해 12월의 시점에서조차 민간전망에서 98년의 GDP 성장률을 평균
6.1%로 보았다. 올 6월의 예측은 마이너스  13.4%의 성장이다. 지나치게 낙관
적인 예측을 했기 때문에 최악의 경기후퇴로 빠져든 것이 아닐까 한다.

거시경제 모델에서 이러한 경기후퇴를 상정했어야 했다. 위기가 도래하기까지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거시 경제적으로는  균형상태에 있었다. 예를 들
어 한국에서는 인플레 률은 5.5%에서 4%로 약간 저하하고 있었다. 위기와 그
후의 정책에 의해 총수요가 급감하고 경제활동도 축소됐다.

지난 해 가을에 우리들은, 주가하락이나 소득의 감소, 장래에 대한 불안증대
등으로 아시아의 소비가 감퇴할 것으로 에측했다. 소비감퇴는 자동차 등의 판
매통계에 이미 나타나고 있다. 또한 가장 흔들리기 쉬운 수요항목의 설비투자
가, 금리상승과 신용수축, 장래 불안등으로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
다. 정부지출도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보았다.

소비, 설비투자, 정부지출이 감소해도 순수출은 통화하락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우려한대로 일부 국가에서 미 달러 베이스로 수출신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전혀 신장 되지 않는 나라도 있다. 동아시아에서 역내 무역
비율이 약 50%에 달하고 있는데다 많은 수출기업들의 신용도가 떨어졌기 때
문이다. 더욱이 동아시아는 엔저나 예상이상의 일본경제의 부진, 엘니뇨현상으
로 인한 한발 등의 타격도 받고 있다.

<> 리스크 조정후의 수익률이 좌우

그러나 위기의 원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회복책을 강구하면서, 금융부문의
역할을 강조하는 현대 거시경제이론을 중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 위기
는 취약한 금융부문이 진원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래에 그 중요성을 열거해
보자.

(1) 80년대에 중남미제국을 강타한 공공채무위기와는 달리, 아시아위기는 민간
자본이동에서 발생했다. 자본의 흐름과 환률을 좌우하는  것은, 표면적인 이율
이 아닌 리스크조정필의 예상 리턴(수익)률이다. 기업도산을 조장하여 장래불
안을 고조시키는 듯한 정책은 각국의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자본도피를 불러온
다. 금리인상은 실제로는 리스크 조정필의 예상수익률을 끌어내린다. 그것이
또 통화하락을 부추겨 실물경제와 환률을 비정상적으로 떼어놓게 된다.

(2) 자본자유화를 서둘면 단기자본의 이동이 격화하게 되어 심각한 결과를 일
으키지 않을까하는 지적이 많았는데, 동아시아에서는 이 경고가 적중했다. 97
년 말까지의 수개월 동안에 이 지역에서  1천억 달러 이상이 유출됐다. 이 액
수는 각국 GDP의 약 10%에 상당한다. 일본에서만 50조엔이 유출됐다는 계산
이 나오고 있다. 이 정도의 큰 충격에 견딜 수 있는 나라는 아마도 없을 것이
다.

(3) 이상기후는 종식된 것 같지만, 일단 한발이 덮치면 농업에 대한 타격이 엄
청나다. 자금 차입 코스트가 큰데다가 신용수축의 영향도 있어, 농가에서는 익
년의 작물생산에 필요한 투자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4) 미래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면 경제에  심각한 디플레 효과를 미칠 수밖에
없다. 수출부진의 한 원인은, 동 아시아의 수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역내
에서 기업도산이 다발하여 수송.유통할 수 없는 케이스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
이다.

금융시스텀과 실물경제의 관계를 몇번이고 지적할 수 있다. 첫째로 확장적인
거시경제정책 스탠스에는 타당성이 있다. 과거 수개월간 실질금리는 내려오고
있으며, 긴축재정 완화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것은 경제에 대한 디플레 효과를
약화시킬 것이다. 둘째로 신용수축의 회피가 불량채권문제 처리에서 가장 우
선시돼야할 사항이다. 금융재편은 수출기업에 대한 신용공여를 계속하면서 은
행의 "정보자본"(가장 우수한 융자선 등에 관한 정보자원)을 보지하는  형태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 점, 금융당국은 감독을 강화하여 금융시스텀 강화를 위해 신속하고 적절하
게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용질서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
다. 자기자본비율규제의 달성시기등은 상황에 따라 조정이 필요하다.

<> 자산가격에도 유의 필요

셋째로, 개혁을 하면서도 자산가격에 유의해야 한다. 자산은 예상을 뛰어넘는
통화나 부동산가격의 하락으로 이미 크게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이 직접경제활동을 둔화시키고 있고, 금융기관에 의한 융자선의 선별에
박차를 가하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보아 훌륭한 개혁인데도 단기적으로는 혼란을 불러올 경
우가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후반의 미국에서도
일시적으로 농산물과  에너지의 가격조정을 실시하는 바람에 저축대부조합
(s&l)의 위기가 한층 심각하게 되었던 것과 다름 없다.

넷째로, 기업도산과 거액의 채무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불가피하게 한다.그러
나 구체제가 붕괴하는 과정에서의 기업도산은,  경영효율의 악화가 꼭 원인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구조조정에는 기교가 필요하다. 건전한 기업에서도 대폭
적인 통화하락이나 금리상승, 내수, 해외수요의 감퇴로 도산하는 경우도 있다.

확실히 경영내용이 나쁜 기업이 있으며, 정치가 정실로 투.융자를 결정한 예는
있다. 그러나 살아남은 기업들에게는 용기를 북돋아주고 그들의 자금수요에
응해줘야 할 것이다.

세계은행은 정책적인 조언이나 기술.금융지원을 통해 동아시아제국과 밀접하
게 협력하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금융.기업섹터의 구조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들은 그 때문에 약 160억 달러를  갹출했다. 예니때 같으면 전 세계에 사
용할 액수에 해당한다.

우리들의 목표는 동아시아의 절박한 사회적인 필요성에 응하는 일이다. 전체
적으로 강한경제가 최선의 사회적 세이프티 네트워크가 되는 것이다. 1년 전
에 우려했던 경제의 쇠약화가 현실이 되었기 때문에 세계은행은 각국의 지속
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에 대한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은 동아시아경제의 부활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일본경제가 강해지
면 일본 자신 뿐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이웃제국의 정세개선에도 도움이 된
다. 그들의 경제가 회복되면 일본경제와 금융시스텀으로서도 이익이 될 것이
다.(니혼게이자이, 98.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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