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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아시아의 기적은 끝났는가?

이강기 2015. 9. 15. 19:30

동 아시아의 기적은 끝났는가?

 

   - 동 아시아(동남아 포함, 이하 같음) 기적에 기적적인 요소는 전혀 없다.
     바로 그러한 점이 이번 금융혼란에도 불구하고 동 아시아가 계속 고도성
    장을 할 수 있다는 확실한 이유가 될 것이다 -

 

(Financial Times, 97. 9. 2)
아시아의 "기적"은 끝난 것인가?  최근 이 지역의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지만,
대답은 단호하게 "No"다. 이러한 대답은, 아시아의 경쟁력을 두려워하고, 아시아
의 "경제적인 위치"가 높아지는 것을 싫어하는 유럽과 북미의 많은 사람들을 실망
시킬 것이다.

지난 수십년동안 동 아시아에서 일어났던 일(경제성장)은 전혀 기적이 아니었고,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그것이 하룻밤 새에 사라지든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최근의 금융혼란은, 모하마드 마하티르 같은 자존심 강한 동 아시아 지도자들에겐
적지 않은 고통을 주겠지만, 그러나 곧 극복될 것이다.

동 아시아의 성공을 어떤 식으로든 이해하는 출발점은, 아시아 호랑이 국가들의 1
인당 생산량과 세계 선진 제국들의 그것 사이의 차이를 비교하는 일일 것이다.
1970년에서 1995년 사이에 한국의 1인당 GNP는 11배, 홍콩은 4배, 태국은 3.5배
늘었다.

70년도 한국의 개인당 소득은 (구매력으로 평가하여) 현재의 약 15% 수준이었다.
1995년까지 그것은 미국 개인당 소득의 40%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에 태국의 개인
당 소득은 미국 개인소득의 11%에서 28% 선으로 늘어났다. 일종의 선진국 근사현
상이다. 일본은 물론 홍콩과 싱가폴도 진작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거두고 있는 성공이 결코 기적이 아니며 동 아시아 만이 거둘
수 있는 독특한 과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칠레가 최근 거두고 있는 성공을 봐서도
알 수 있다. 칠레는 분명 동 아시아로부터 배운 것 같다.

동 아시아의 성공에 정부의 정책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동 아시아에서 성공한
나라들은 한결같이 경제성장을 최 우선정책으로 삼았다. 그들은 조심성있게 거시
경제정책을 추구했으며, 유별나게 높은 저축률을 장려했으며, 특히 수출에 장애가
되는 모든 요소들을 제거하려고 애를 썼다. 그들은 적절한 환률정책을 써서 경쟁
력을 높였으며, 대중교육정책으로 모든 국민들의 교육열을 높였다.

현재 불거져 나오고 있는 동 아시아 경제의 문제점들 때문에, 그들의 고도성장 여
력이 이제 다 한 것이냐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그것들을 간추리면 대략 아래
3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다.

- 선진국들을 따라 잡을 기회가 급격히 감소되고 있다.

- 설사 급속한 감소가 아니라 하드래도 동 아시아 제국들은 옛날과 같은 성장 잠
  재력을 잃었다.

- 마치 1930년대에 있었던 것과 같은 적대적인 세계경제환경이 동 아시아의 잠재
  력을 고갈시킬 것이다.

이러한 3가지 주장에 대한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그 대종을 들어보면, 첫째, 금
융시장 혼란으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
시아 같은 나라들은 아직도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아마도 90년대 초
와 같은 초고속 성장은 재현되지 않을 지 모른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고성장에서
의 급속한 둔화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주가가 크게 내리지 않은 싱가폴이나 홍콩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혹은 태국보다 더 현저해 질 것 같다.

둘째로, 동 아시아의 고도성장력 상실을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은, 말레이시아 마
하티르 총리의 자기과시,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대통령의 장기집권과 부패, 혹은
태국에서의 기술관료집단의 권위추락등을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생각컨대 태국
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과거의 성공이 그러한 점들에 연관돼 있었다는 증거는
큰 신빙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결국 동 아시아의 고도성장이 이젠 더 이상 계속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할 만한 글
로벌 환경이 조성됐다는 아무런 조짐도 없다는 말이 되겠다. 사실 동 아시아 국가
들은 중국의 경쟁력 상승으로 그들 자신의 수출 경쟁력을 다시 제고해야 할 처지
에 있지만, 그러나 중국의 성장은 그들 이웃 나라들에게 많은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것은 마치 미국의 성장이 캐나다에 많은 기회를 제공한 경우와 같다. 모
든 점을 고려해 보건대 현재의 세계시장 환경은 20세기 초기 이후 어느때 보다 자
유스러우며 60년대 이후 보다 훨씬 안정돼 있다.

만약 동 아시아의 고도성장세가 이미 끝나고 있다고 단정할 만한 이유가 없다면,
현재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혼란을 그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 해답의
일부분은, 시장경제란 절대로 일직선으로 나아가지 않고 기복이 심하다는 점일 것
이다. 1차대전 이전의 미국경제는 폭발적인 성장을 했지만 매우 불안정했었다. 마
구 쏟아져 나오는 생산에 수요가 미쳐 따라가지 못해 생산과잉상태가 될 소지가
얼마든지 있었고, 자금도 빌려 줄 사람보다 쓸 사람이 많아서 혼란이 일어날 소지
가 컸다. 말하자면 역동성은 있었으나 덜 익은 경제였다.

다행히 동 아시아의 경우는, 현재의 혼란에 대해 단기, 중기적으로 완벽하게 설명
할 수 있는 이유들이 있다. 특히 일본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강세 선회는, 환률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아직 덜 여물고 비 효율적인 금융시스텀을 갖고 있는 동 아시
아에 큰 쇼크를 주었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가 된 태국의 경우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95년 봄까지의
달러화 약세기간 동안 달러화에 연동돼 있는 동 아시아 국가들의 상품은 일본제
보다 훨씬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이것이 호랑이 국가들의 고도성장을 가져
오게 한 것이며, 태국은 90년에서 95년까지 연 8%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이러한 고도성장은 일종의 성장 도취감을 불러 일으켜 엄청난 양의 외자를 끌어들
이는 단초가 되었다. 태국은 90년에서 95년 사이 평균 GDP의 7%에 가까운 경상계
정적자운영을 할 수 있었다. 만약 변동환률제였다면, 그러한 외자유입은 국내통화
를 크게 늘렸을 것이다. 태국의 고정환률제 아래에서 이러한 외자는 인플레이션성
이 있는 초과수요를 계속 만들어 나갔다. 낮은 이자률 때문에 태국의 많은 기업들
은 외자를 덤뿍 덤뿍 끌어 들여 부동산 투자를 해댔다. 고정환률제 때문에 태국정
부의 금융정책이 끼어들 소지도 별로 없었다.

이런 식의 호황이 오래 갈 리가 없음은 당연하다. 달러화의 강세가 일을 망친 것
이다. 더욱이 세계적인 전자제품시장의 침체가 태국의 수출산업을 강타했다. 경기
가 하강하자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고, 부동산을 담보로 엄청난 대출을 해 준 금융
기관들이 망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거역할 수 없는 시장환경에 따라 약세로 돌아 선 자국통화의 가치를 억지
로 끌어 올리려는 어리석은 정책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된 점이다. 지금 현재 까
지도 대 달러화에 대한 동 아시아 통화의 내림세는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아 그렇
게 특별한 내림세가 아니다. 지난 12개월 동안 독일 마르크화의 대 달러 가치는,
말레이시아 달러의 대 달러화 가치보다 더 떨어졌으며, 태국 바트화의 폭락보다
그렇게 적은 폭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바트화를 변동환률제로 고쳐 시장상황에 맡겨두는 것이 훨씬 나았다는
말이 될까? 그렇다. 적어도 국내경제에 미치는 외화유출의 압력을 훨씬 부드럽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변동환률제만 되었다면 이번과 같은 혼란이 일어
나지 않았을 거란 말은 아니다. 태국 정부당국자들의 정책실수가 자국은 물론 이
웃 나라들에게도 상처를 입혔다. 그들은 태국의 경쟁력에 대해 진작부터 관심을
가졌어야 했으며, 그 감염성이 크다는 것도 인식했어야 했다.

태국의 상처는 깊다. 환률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보유불 가운데 230억 달
러 이상을 방출했으며, 치솟는 외자 이자률과 바트화 절하 때문에 외자를 빌려 쓴
국내기업들의 부담을 크게 늘려 놓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민간부문의 단기 외채
가 약 500억 달러나 된다는 점이다. 잘 못하면 민간 부문이 외채에 눌려 나가자빠
질 염려도 있다.

올 해 태국의 경제성장률은 2% 이내이며 98년에도 그 이상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
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참 견디기 힘든 일이지만, 그러나 수년간 연 8%의 성장을
이룩해 온 태국으로선 큰 재앙은 아니다.

동 아시아 전체로 보아 통화약세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들은 자기 나라의 재정상태를 개선할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이 지역의 성장이
기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여기엔 정부의 경
제정책이 유효적절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라틴 아메리카가 반복적으로 보여
주었듯이 기회가 내동댕이 쳐 질 수도 있는 것이다.

동 아시아의 경제성장 모델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태국의 경우처럼 고정환률
이 왜곡돼 있는 금융시스텀과 컴비네이션을 이루게 되면 안정된 성장을 저해할 지
도 모른다. 이것이 이번 동아시아 금융혼란에서 배울 수 있는 진정한 교훈일 것이
다.(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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