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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지가 본 동아시아 경제위기(5)

이강기 2015. 9. 15. 21:36

이코노미스트지가 본 동아시아 경제위기(5)

 

동아시아를 위기로 몰아간 6가지 죄목

 

 - 대만이 한국보다 금융위기에 덜 영향을 받은 것은, 대만이 과거에 될
   성싶지 않은 기업들을 파산하도록 내버려 두고 중소기업들의 설립을
   더 쉽게 해줬기 때문이다. -

동아시아는 오래동안 경제학자들의 지적인 싸움터가 되어왔다. 시장자유론자들
은 동아시아의 급속한 성장을 시장친화정책과 자유무역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
으로 보았다. 그들은 그 이유로 동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지향성과 낮은 세금 및
정부의 신중한 지출등을 들었다. 정부간섭주의자들은 한국의 산업정책을 예로
들며 선택적인 정부개입과 보호주의는 좋은 일이었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지역을 그들의 바람직한 이론에 꿰 맞출려는 열성에서
양쪽 모두 동아시아의 결점을 두루뭉실 얼버무리며 타이거 경제에 대한 일련의
범상한 신화를 즐겨 받아들였다.

<> 높은 투자의 미덕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96년도 투자액이, 미국이나 라틴 아메리카 수준의
거의 2배인, GDP의 35% 이상이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높은 저축과 투자는
강력한 성장을 보장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돈을 잘 활용했을 때만 적용
되는 말이다. 동아시아의 자본지출은 90년대 들어 확실히 급격한 상승세를 보
이고 있지만, 그러나 이것은 강세가 아니라 약세의 한 신호였다. 투자한 돈의
많은 부분이 낭비되었던 것이다.

최근 수년간 동아시아 기업들은 다음 3가지 이유 때문에 부자연스럽게 낮은
자본비용을 즐겼다. 즉 "정부의 구제금융", "외국은행들이 너도 나도 돈을 빌려
주겠다고 나선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리된 환률 덕택으로 싸진 달러빚"이
바로 그것들이다.

더욱이 그 돈은 "좋은 커넥션"에 지나치게 많은 무게를 싣는 정부나 은행에 의
해서 비 효율적으로 배분됐다. 그 결과 부동산과 회수가 부적절한 산업프로젝
트, 이른바 승용차, 철강, 화학 및 컴퓨터 칩 같은 곳에 과잉투자됐다.

<> 작은 정부

만약 동아시아 타이거들이 때때로 자유시장정책의 전형으로 비쳐졌다면, 그것
은 부분적으로 과세와 정부지출이 GDP의 단지 작은 부분, 대체로 20% 미만 밖
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가 뒷자석에 가만히 앉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30년간 이들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바람에 그
들의 경제를 경직과 왜곡투성이로 만들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가장 고압
적인 정부를 가졌었고, 홍콩을 제외한 모든 다른 동아시아 정부들은 직접 경
제를 구체적으로 다루며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산업정책을 이 방법 저 방법
으로 주물렀다.

홍콩을 제외한 이 지역 모든 정부들은 또한 국영은행을 통하든지 아니면 민간
은행에 지시하는 방법으로 금융시스텀에 간섭하여 바람직한 기업들에게 싼 이
자의 융자를 해주도록 종용했다. 자유 무역은 실제로 홍콩과 싱가폴에 한해서
만 실시되었고, 모든 다른 나라, 특히 한국과 대만은 적어도 초기엔 수입장벽
을 이용했다. 비록 최근 들어와 이러한장벽이 낮아지긴 했지만.

이 지역 통털어 일부 선택된 산업과 정부독점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세제
혜택은 공공연한 것이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선 대부분의 식료품가
격은 정부가 컨트롤하고 있다. 국내시장에 대한 지나친 억제의 한 표시로 암
거래시장이 번창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크레딧 리요네즈은행의 아시아 담당 책임 이코노미스트인 짐 워크씨는, 인도
네시아, 필리핀 및 태국의 지하경제규모는 GDP의 30-50%이며, 한국, 말레이
시아, 대만은 20-30%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하경제가 번창하는 근본
동기는, 선진국에선 세금을 피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러한 나라들에선 관청
의 간섭을 피하기 위한 것과 불가피한 뇌물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러한 정부의 간섭이 타이거 경제의 급속한 성장에 기여
했는지 여부를 두고 논쟁하기를 좋아한다. 93년에 발행된 월드뱅크 보고서인
"동아시아 기적"은, 융자알선과 수출보조금과 같은 방법들이 때때로 도움이
돼왔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그러나 특별한 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한 산업정책
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정부가 간섭한 부분의 생산성 성장이 그렇지 않은 부문보다 높지 않으며, 산
업정책이 전체적으로 성장률에 별로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암시하고있
는 것이다. 수입장벽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실 동아시아 정부
들은 수출 - 타이거 경제의 메인 엔진 역할을 한 - 이 공정한 개방 경제속에
서 이루어지도록 보증을 해 주고, 자본재에 대한 수입장벽은 기업들이 외국
기술을 더 쉽게 수입할 수 있도록 낮춰줬어야 했던 것이다.

<> 유연성

모든 동아시아 타이거들의 경제가 높은 유연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노동
자와 기업들이 수요와 공급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널
리 퍼져있는 과거의 신화이다. 현실적으로 이들중 일부국가들은 그들의 노동시
장과 자본시장의 심각한 경직성으로 인해 경제가 기우뚱하자 큰 피해를 입었다.

예를 들어 한국은 강력한 노동조합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들이 노동자들
의 해고를 금지하는 법률도 갖고 있었다.(새 정부가 들어서 이 법을 개혁했
다.). 많은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자본의 유동성 또한 정부가 기업들의 파산을
막기위해, 그리고 비효율적인 파산법에 의해 방해받아왔다.

과거에 한국정부는 문제가 되고있는 재벌들에게 자동적으로 구제금융을 베풀었
으며, 말레이시아정부는 아직도 대기업들이 파산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고 있
다. 그러나 "창조적 파괴"는 고기능 경제의 본질적 요소이며 그래야만 자원이
더 생산적인 사용처로 이동된다.

대만이 한국보다 금융위기에 덜 영향을 받은 것은, 대만이 과거에 될성싶지 않
은 기업들은 파산하도록 내버려 두고 중소기업들의 설립을 더 쉽게 해줬기 때
문이다.

한국과 비교하여, 태국의 노동시장은 그 자체 유연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
본의 유동성은 비 효율적인 담보물 예치과정에 의해 방해를 받아왔다.(이 규정
은 곧 개정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부채 청산을
하도록 하는 강제성이 거의 없어, 구조조정이 더뎌지고 있다.

구조적 경직성은 개발의 초기 단계에선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특히 타이
거들이 다른 개발지역보다 시장친화력이 더 강한 한 그러했다. 그러나 타이거
경제가 성숙기에 들어서고 외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경직성이 큰 문제로 대
두되고, 각 부문에 유연성이 요구됐다.

<> 훌륭한 관리

경제가 부움을 이룰땐 정부가 훌륭해 뵈기는 쉬운 일이었지만, 그러나 현재 그
들의 경제관리가 모두 좋은 평판을 듣고 있음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이 지역
많은 나라들이 바람직스럽지 못한 법률 구조, 부적절한 은행규정 및 감독, 기
업의 투명성결여, 공공연한 부패로 찌들려 있다. 간단히 말해 법률, 관례, 제
도등이 경제성장의 속도를 못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투명성 결여를 예로 들어보자. 시장경제가 제대로 움직여지기 위해선 믿을 만
한 정보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시아의 은행들과 기업들이 발행하는
대차대조표는 미스테리에 쌓여있다. 투명한 어카운팅의 실행이 오래 전에 은
행과 채무자와 기업내의 국수가락처럽 얽혀있는 주주구조 사이에서 왜곡되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선 재벌의 자회사들이 부채를 상호 지급보증
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 그러나 재벌은 결합재무재표를 만들지 않기 때
문에 그들의 채무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투명성과 재무재표의 정확성의 결여는 또한 부패를 조장한다. 베를린에 소재
한 Transparency International에 의한 비지네스맨 서베이에 따르면, 인도네
시아는 세계에서 부패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참고로 Transparency Inter-
national이 만든 중요국가 부패순위를 보면, 나이지리아-인도네시아.러시아-
아르헨티나-중국-필리핀-태국-브라질-한국-말레이시아-대만-칠레-일본-홍콩
-미국-싱가폴 순이다.).

수하르토대통령의 가족들이 발전소, 항공, 건설, 전화, 고속도로 톨게이트,
신문, 부동산 및 승용차 산업에 이르기까지 이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가족의 일원과 그들의 인척, 친구들은 정부 발주계약이나 허가의 일
순위이며, 회사 레터헤드에도 그들의 이름자 하나가 들어가면 사업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지경이다.

대통령의 가족들이나 정부 관료들에게 은밀히 지불하기 위해 거래 금액의 30%
를 첨가하는 것이 보통이다. 외국인들은 인도네시아가 부패에 찌들어 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으나 그것이 경제의 효율성에는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고 잘 못 알고 있다. 부패가 효율적이어서 일종의 세금형태를 취하고 있
다.

Dani Rodrik이 펴낸 한 최근 연구서("Controversies, Institutions and Eco-
nomic Performances in East Asia". NBER Working Paper No. 5914)는, 어떤
경제지역의 법, 관례, 제도등(institutions)의 질이 성장의 방향을 바꾼다
고 확인하고 있다. 비지네스맨들이 파악한 인스티튜셔널 퀄리티(즉 법률시
스텀의 효율성, 관료들의 질, 부패의 정도 등)의 인덱스와 개인별 소득및
교육수준의 차이를 이용하여 그는, 동아시아 전 지역의 경제성장의 차이점
을 대부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 "장기적인 관계"의 미덕

앵글로 색슨 세계의 정치가들은 오래동안 자기들의 금융시스텀이 지나치게 단
기적인 결과를 노리고 있다고 우려해 왔다. 참을성이 없는 주식시장 투자자
들은 오늘의 이익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내일의 성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
다고 그들은 불평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기업과 은행, 정부가 가깝게 연결돼 있는 아시아 모델은
변덕스러운 주식시장으로부터 기업들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기업들을
긴 안목으로 바라보게 한다.

기업과 정부사이의 끈끈한 관계는 오늘날에 와서는 타이거 경제의 문제점들
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기업들이 시장의 힘을 받지 않도록
보호되었으며 수익확보보다는 자산의 규모를 늘리고 시장 쉐어의 확대에 최
대 역점을 두게 했다. 정부, 은행, 기업의 장기적인 관계는 편들기와 부패를
조장시켰다.

주식시장의 최대 덕목은 개인적인 감정이나 뇌물에 의해서 왜곡되지 않는 점
에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주주들의 권한과 힘을 강화하여 그들이 회사를
감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고 그래서 회사들이 더 나은 회사관리
를 위한 인센티브를 창조케 할 필요가 있다.

말레이시아 재벌인 Renong은 아시아의 비지네스 방법에 무엇이 잘못돼 있느
냐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된다. Renong은 건설, 통신 및 은행을 포함하여
산하에 1천개 이상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주식지분이 거미줄처럼 서로
얽히고 설켜있다.

한 때 마하티르 총리가 소속돼 있는 정당의 재정담당 오른 팔 역할을 했으
며 그의 가까운 인척에 의해 경영되고 있는 Renong은 도로, 다리, 철도등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는 거의 독점적으로 따내고 있다. 이 회사는 자회사들
의 주식을 저당잡히고 상호 지급보증하는 방법으로 부채를 마구 끌어다 썼
다. 그러나 주식가격이 곤두박질을 치자 은행들은 다른 계열사들의 지급보증
을 요구했고, 그것도 한도가 넘치자 마침내 회사는 자금 부족에 직면하게 되
었다. 지난 해 11월 Renong의 한 자회사인 UEM은 모기업의 지분 32.6%를 사
들였다. 이것은, 정부가 주식시장 룰 적용을 포기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
다.

<> 교육

아시안 타이거들은 잘 교육되고 기량이 우수한 노동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흔
히들 말하고 있다. 홍콩, 싱가폴, 한국 및 대만의 경우엔 이 말이 맞지만 그
외 지역에선 틀린 말이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및 태국은 최근 몇년동안
기능공 부족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것이 생산성 보다 더 빠르게 임금
을 올려 국제 경쟁력을 손상시켰다. 장기적으로 기술 부족은 이 나라들로 하
여금 좀더 기술이 가미된 제품을 만드는 기술적인 상승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문제는 태국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태국 노동자들의 평균 교육수
준은 단지 초등학교 4, 5학년 수준이다. 94년에 태국의 12-16세 어린이의 39%
만이 학교에 갔는데(비록 이 수치는 현재 거의 절반 이상으로 오르고 있긴 하
지만), 인도네시아의 44%, 말레이시아의 56%에 비기면 크게 낮은 수치다.

이들 3개국 모두 교육수준이 1975년의 대만 수준 보다도 크게 낮은데, 대만의
75년도 소득수준이 현재의 태국 수준과 비슷했다. 이들 세 나라들의 GDP의 교
육투자비율은 소득수준에서 비슷한 시기의 한국이나 대만보다 낮으며, 교육비
로 배정된 예산마져 적절하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태국에서 정부
가 아직 전기도 들어오지 않은 농촌지역에 컴퓨터를 사서 보낸다는 유명한 이
야기도 있다.

아시아 성공의 비밀에 관한 이러한 6가지 신화는 이제 버릴 때가 됐다. 그들
각각은, 타이거들의 일부 혹은 전부가 현재 채택할 필요가 있는 구조적 개혁
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경제 전체에 대한 비난은 지나친
것일 수 있다. 모든 신화가운데서도 가장 큰 신화는 "아시아적 모델"이라는
개념일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