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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지가 본 동아시아 경제위기(6)

이강기 2015. 9. 15. 21:34

이코노미스트지가 본 동아시아 경제위기(6)

 

 

 

동아시아를 구할 수 있는 길

 

 

 

아시아 경제모델의 죽음에 대한 최근의 논란을 들어보면, 마치 모든 타이거국
들이 꼭 같은 정책을 펴고 꼭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들 사이에 큰 차이점이 있다. 정부의 역할을 예로 들어보면,
홍콩의 경우엔 아예 개입을 피하고 있고, 한국,인도네시아 및 말레이시아에선
강력하게 간섭하고 있다. 정부의 질을 살펴보면 인도네시아는 부패해 있고, 싱
가폴은 굉장히 깨끗하며, 그 외 나라는 나름대로 여러 계층으로 나눌 수 있다.

 

은행감독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선 불확실하고 홍콩과 싱가폴에선 철저하다. 한
국과 대만은 국제 자본의 흐름에 엄격하며, 다른 나라들, 특히 태국은 문을 열어
놓은채 팽개쳐두고 있다.

 

이러한 차이점 덕분에 일부 동아시아 나라들은 앞으로 수년간 동일지역의 다른
나라들보다 더 좋은 운명을 맞을 것이다. 홍콩, 싱가폴및 대만은 다른 동아시아
나라들보다 훨씬 건강해 보인다. 홍콩 달러의 고정환률제도는 아직 튼튼하며,
싱가폴과 대만의 통화는 달러에 대해 약 15% 밖에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나라들은 가장 훌륭한 경제적기초(펀드멘털즈)와
가장 유연한 시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다른 타이거들과 달리 홍콩은 모든 국내 통화를 미국 달러에 의해 뒷받침 하는
커런시 보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만약 홍콩 달러가 공격을 받고 외환
이 홍콩을 빠져나가는 사태를 맞게 되면 통화기반이 자동적으로 움추려들어 통
화가 다시 매력을 찾을 때까지 금리가 치솟게 된다.

 

사실 950억 달러 이상이나 되는 홍콩의 외환 보유고는 어지간한 충격에도 견
딜 수 있는 훌륭한 쿠션역할을 하기 때문에 투기자들이 홍콩의 고정환률을 공
격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잇다. 세계에서도 아마 가장 개방되고 자유
시장 경제체제를 갖고 있는 홍콩은 또한 가격과 임금에서도 높은 유연성을 가지
고 있어 경쟁력을 얻기위해 평가절하를 하는 따위의 필요성은 없다.

 

홍콩의 다른 강점은 건실한 금융 시스텀이다. 각 은행들은 15-20%의 자본적정
률(capital-adequacy ratio)를 갖고 있어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의 경우보다
거의 배로 높다. 이러한 모든 이유 때문에 동아시아 지역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 홍콩의 환률은 안정을 지키고 있다. 다만 높은 이자율과 성장의 급
격한 하강은 어쩔 수가 없다.

 

싱가폴 또한 아시아의 일등 국가로 남아있다. 엄청난 국제수지 흑자(97년엔
GDP의 15%)와 강력하게 잘 운영되고 있는 금융부문, 그리고 깨끗한 정부에 신
뢰성이 있는 법적 시스텀을 갖고 있다. 사실 싱가폴에선 국영부문 사업규모도
큰 편인데 잘 운영되고 있고 적어도 이익을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분
명한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개방돼 있다. 싱
가폴의 약점은 그들의 작은 국내시장인데, 이웃 다른 나라들의 경기가 침체되
면 성장이 꺾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있는 점이다.

 

아직도 힘이 넘쳐 펄펄 뛰고 있는 타이거처럼 보이는 세번째의 나라는 대만이
다. 이 나라는 아마도 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경제기초(펀드멘털즈)를 가지
고 있는 나라일 것이다. 다량의 외화준비고, 국제수지 흑자, 적은 외채 및 건
강한 금융부문이 그러하다. 한국처럼 대만정부는 경제에 크게 간섭하고 있지
만 그러나 대만의 산업정책은 더 유연성이 있으며 변화하는 비지네스 상황에
더 잘 대처해 왔다.

 

한국과는 달리 대만은 항상 금리가 시장기능에 의해서 조절되도록 내버려 뒀
다. 이것이 자본집약이 덜되고 적은 자산을 가진 소기업들에게 용기를 줬다.
대만은 또한 한국보다 경제의 규제완화에 더 진보적이었다.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규제를 많이하는, 왜곡되고, 비대한 재벌들에 의해
장악된 경제체제를 가진 나라다. 그것이 변화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할수 없게
만들어 한국경제는 앞으로 수년동안 고통스런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태국은 매우 유연성있는 경제체제를 가지고 있어 그것이 구조조정을 앞
당기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태국의 물가와 임금은 한국보다 융통성이 있으며
노동시장도 더 유연하다. 방콕의 신문들은, 전에 야심적인 주식 거래자들이
그들의 모바일 폰을 스폰지와 바꾸어 승용차 닦는 사람으로 변신한 이야기들
을 가득히 보도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때때로 너무 많이가 아니라 너무 적게
간섭해서 문제가 되곤 했다. 예를 들어 적절한 은행 감독, 효율적인 파산법,
좋은 교육환경 및 현대적인 사회간접자본시설등에 소홀히 했던 것이다. 사람
들은 1980년 군부 쿠테타가 방콕의 트래픽 잼으로 탱크를 이동할 수 없어 실
패했다는 이야기를 농담으로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 역시 어떤 면에선 한국보다 더 유연성을 가지고 있으나, 독점
과 수입제한 및 부패로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 정실주의가 하도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 근원적인 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한 세대가 걸릴지도 모른다. 인도
네시아는 또한 아마 이 지역에서 가장 느슨한 은행 감독체제를 가지고 있는 나
라다. 그러나 이 나라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싼 무진장한 노동력, 2억
명의 거대한 국내시장이 그것이다.

 

말레이시아 또한 과도한 정부간섭과 정치와 비지네스와의 어두운 연결고리 때
문에 타격을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인 페트로나스
타워와 새 수도 건설계획(현재 보류중)등 오히려 거대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
다. 그러한 메가 프로젝트들은 또한 거대한 정치헌금을 포함할 때가 많다. 말
레이시아의 외채문제는 태국보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그러나 자원의 낭비면으
로 따지면 오히려 더 심각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IMF나 외국 채권자들로부터
개혁에 대한 심각한 압력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지연이라는 고통
을 수반하는 구조개혁에 적극적으로 매달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필리핀은, 향후 수년간 다른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서도 가장 좋은 경제운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꼭 태국과 인도네시아처럼 필리핀은 단기외채 규모
가 커 보였다. 그러나 뒤늦은 출발자로서 필리핀은 그러한 나라들 만큼 크게
지나치게 펄칠만 한 기회가 없었다. 이 나라의 금융부문 또한 엄격한 규정과
어카운팅 스탠더드로 좋은 면모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규제완화와 민영화,
외국 직접투자의 자유화등 지난 10년간의 구조적인 개혁이 이 나라의 장기성
장전망을 크게 개선시켰다. 그래서 필리핀의 이번 위기로 인한 타격은 다른
동남아국가들의 그것보다 훨씬 가볍다.

 

이상과 같은 이코노믹 비유티 컨테스트가 보여주고 있듯이, 이른바 한국, 태
국, 대만의 정책적 차이점은 브라질과 이태리, 아일랜드 만큼이나 크다. 그
래서 앞으로 이들 국가간의 경제적인 이행 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문제점을 많이 가진 나라들(인도네시아,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가운
서 태국이 자체의 경제 유연성 덕분에, 만약 - 정말 만약에 - 태국정부가 약
속한 개혁에 매진하기만 한다면 전환점을 가장 먼저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2년간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차이점이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그러
나 더 긴 안목에서 보면 어떨까? 이들 나라의 대부분은 다시 동아시아의 기
적을 이루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경제를 부흥시킬 것인가? 아니
면 그러한 아이디어가 논박을 받고 말 것인가?(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