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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지가 본 동아시아 경제위기(3)

이강기 2015. 9. 15. 21:38

이코노미스트지가 본 동아시아 경제위기(3)

 

벼랑끝에서 벗어나기 - 멕시코 위기와의 차이점

 

1년 전 투자자들은 처음, "태국이 멕시코 재판이 되는게 아닐까?" 하는 우려
를 하면서, 제발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오히려 멕
시코 정도만 됐으면 무슨 걱정이랴 할 상황이 돼가고 있다.

95년 초의 금융위기로 멕시코는 오직 1년만 불황을 겪었을 뿐 다시 강력한 성
장세로 되돌아섰다. 현재 고통을 겪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그러한 운도 따
르지 않은 것 같다.

동아시아와 멕시코 양쪽 모두 엄청난 국제수지 적자와 단기 달러 외채의 차환의
어려움등이 계기가 돼 위기를 맞게 됐지만, 근원적인 원인은 서로 다르다. 멕시
코에선 차입된 자본이 주로 흥청거리는 소비에 탕진했지만, 동 아시아에선 과잉
투자, 특히 부동산에 대한 과잉투자에 썼다. 멕시코는 부동산 버블이 없어, 외채
문제가 현재 동아시아가 직면하고 있는 자산가치의 디플레이션으로 악화되진 않
았다.

두번째 차이점은, 동아시아경제는 멕시코보다 국내부채를 더 많이 지고 있어,
금융부문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HSBC James Capel의 자네트 헨리가
만든 보고서에 따르면, 94년 멕시코에선 금융부문에서 빌려준 총 융자액이 총
GDP의 절반도 되지 않았는데 비해 지난 해 태국의 경우 140%가 넘었다.

멕시코에선 은행의 회수 불능 융자액이 최고로 전체의 약 30%, 또는 GDP의 15%
였던데 비해 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태국에선 GDP의 45%에 이르렀다.

세번째, 멕시코는 때마침 95년에 세계무역이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타이밍상
운이 좋았고, 새로 설립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회원국이기 때문에 거대한
미국시장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다.

통화평가절하후 멕시코의 수출은 95년에 달러표시로 40%나 치솟았고, 증가분의
90% 이상이 미국시장에서 소화되었다. 이에 비해 동 아시아 국가들은 그들을
도와줄 원기왕성한 빅 브라더가 없다. 그들의 수출의 3분의 2는 서로 다른 아
시아 국들(쇠약해가는 일본을 포함해)에게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멕시코의 경
우와 같은 수출활황은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수출 못지 않게 부분품의 수입
을 크게 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있어서 통화절하는 양날의 칼이다.

마지막 네번째로,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한데, 멕시코 경제는 정부가
미국재무부의 압력하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자국의 금융 시스텀을 과감한 방
법으로 뜯어고친 바람에 빠른 시간 안에 회복할 수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동아시아정부들은 망서리는 바람에 고통을 더 연장시키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일부 타이거 국가들이, 자신의 금융위기를 끝까지 인정하려들지
않고 있는 일본의 선례를 따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병을 앓고 있는 일
본 금융시스텀은 병이 시작된지 8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치유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경제는 저성장의 악순환 속에서 침체가 계속되고 있으며, 악성
융자금이 누적돼 은행의 융자업무를 움추려들게 하고 있다.

이미 일부 동아시아 국가들에선 은행융자부족으로 원자재 수입을 할 수 없어
통화절하에서 오는 수출 어드번티지를 활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
다.

동아시아 일부 정부들의 위기에 대한 대책에 깊은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
다. 인도네시아가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다. 처음 정부는, 경제규제를 풀고
일부 재생불능 은행들을 폐쇄하라는 IMF의 요구에 응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16개 은행이 폐쇄됐는데 그 가운데는 수하르토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밤방 트
리하트모드죠가 경영하는 은행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몇주가 지나자 밤방은 다른 이름으로 다시 은행을 개설했다. 수하르토
대통령 역시 처음엔 정부의 몇몇 프로젝트를 연기하는데 동의했지만, IMF의
구제금융 결정이 내려지자 그 가운데 15개는 조용하게 다시 추진하기 시작했
으며, 그의 장녀가 추진하고 있다는 발전소 공사도 그 가운데 포함돼 있었다.

올 1월 IMF와 2번째 합의를 하면서 수하르토 대통령은 이들 프로젝트를 중단
하고, 금융 시스텀을 뜯어고치며, (그의 막내가 운영하고 있는 국영 자동차
프로그램 경와 같은) 세금감면과 저리융자등을 금지하고, 그의 가족들이 누리
는 독점과 정실을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과연 개혁이 제대로 이루
어질 지 의구심이 커져가고 있으며, 그의 가족들의 독점행각은 계속되고 있다.

2월에 수하르토 대통령은 달러화에 대해 루피아화를 고정시키는 커런시 보드
(currency board)제도를 시행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커런시 보드는 홍콩에서
잘 운용되고 있는데, 그러나 금융시스텀이 취약하고 충분한 외화준비고가 없
는 인도네시아에선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

그것은 국내통화를 달러화로 뒷받침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내는 발행권과 금리를 정하는 권한을 잃게 된다. 수하르토의 의도
는 환률을 가공적으로라도 낮춰서 외채 반제와 원자자 구입비용을 줄이려는
것인데, 그 부작용이 너무 커 얻는 것 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관측자
들의 주장이다.

IMF가 430억 달러의 구제금융 지불을 취소할 움직임을 보이자 수하르토 대
통령은 현재 이 제도의 시행을 보류할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방법으로 IMF의 기를 꺾어놓기 위해, 그는 자기를 보좌할 부통령으로 현 과학
기술처장관인 부카루딘 주수프 하비비씨를 임명했다. 하비비씨는 시장개방과
규제해제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정부투자를 늘릴 것을 주장해 온 사람이다.

32년의 장기집권을 계속하고 있는 수하르토 대통령은 더 이상 나라를 제대도
다스려 갈 것 같지도 않지만 그러나 아직도 뚜렷한 후계자가 없다. 교묘하게
선출된 의회의원들이 하는 대통령 "선거"에서 수하르토는 또 다른 7년 임기
의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위기에 대해 가장 오만한 대응을 한 사람은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
다. 그는 이번 위기가 한 서방 음모단이 아시아의 경제성장을 홰방놓기 위해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로 말레이시아 경제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그것보다 활황인 것 같
다. 국제수지 적자의 큰 부분은 외국의 직접투자에 의해 이루어 진 것이어서
외국은행의 부채는 다른 국가들 보다 훨씬 가볍다. 그래서 말레이시아 통화
와 주식시장이 거의 태국만큼 출렁거리고 있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할 수도 있
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경제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꼭 그런 것 만은 아니다. 말레
이시아는 수년간 무서운 성장정책을 추구하는 바람에 국내은행의 대출금이 이
지역에선 가장 높은, GDP의 170%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 돈의 대부분은 잘 못
된 투자로 탕진되어 많은 기업들이 부실에 빠져 있다.

하지만 마하티르 총리는 IMF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고 필사적이다. 그는, IMF
의 간섭을 일단 받게 되면, 우선 기업들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중단케하려 들
것이고,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말라야 족을 우대하는 경제정책인
"New Economic Policy"가 만들어내는 왜곡성을 철폐케 하려들 것임을 알고있
다.

링기트화가 맨 처음 목락했을 때 마하티르 박사는, 공휴일 수를 줄이고 국민
들이 차를 마실 때 담뿍 담뿍 두 스푼씩 넣던 설탕을 줄이도록 하는 외의 조
치는 거의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들을 상대로 한 치료법이 통화
폭락을 막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되자, 부총리인 안와르 이브라힘은 12월(97년)
들어 정부의 지출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아직 금리를 억제하고 부실은행과 기업들을 살
리기 위해 돈을 마구찍어 내고 있다. 말레이사아는 올 해 불황을 피할 수 있
을지는 모르지만 부실기업과 은행들을 정리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앞으로 더
큰 문제점들이 불거질 것이다.

한국의 김대중 새 대통령은, 그가 대통령선거기간 동안에 약속한 공약보다는
(위기대처에 대한) 출발이 더 좋았다. 한국의 금융위기는 IMF 구제금융을 신
속하게 받아내는 바람에 완화될 수 있었고, 지난 1월 말 한국의 은행들은 그
들의 외국 채권은행들과 단기외채의 기간연장에 합의를 도출해 냈다.

김 대통령은,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종업원들을 해고하고, 재벌들의 투명성
을 더 높이는 법을 만드는데 성공했으나, 여기에 대한 저항 또한 만만치 않
다. 기업들이 해고를 시작하게되면 노동계의 불안이 높아질 염려가 있고,
재벌들은 큰 대자로 볼품없이 뻗어있는 그들의 비제네스제국을 합리화 하라는
압력에 저항하고 있다. 한국의 은행들은 높은 이자를 받으며 대형 회사들에
대한 융자를 계속함으로써 문제점이 많은 회사들을 그냥 버텨나가게 하고 있
어 신속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있다.

태국문제가 터졌을 때 처음엔 단호한 대응을 하지 못했지만 추앙 릭파이의 새
정부는 11월 다른 나라들 보다는 더 빨리 메스를 대 수술을 하기 시작했다.
새 정부는 국내 총 91개의 금융회사중 56개를 폐쇄했고, 한 독립된 금융구조
조정기관이 구성되어 지금 폐쇄금융회사들의 자산을 처분하고 있다.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새 정부는, 은행법 개정과 기업
들의 투명성 제고와 같은, IMF가 요구한 방법들을 단호하게 추진하려는 태도
를 보이고 있다.

한편 말레이사아와 인도네시아의 정치 지도자들은 아직도 정부와 기업간의 유
착관계를 단호하게 끊어야 하는 충분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과 기업들이 파산할 수도있는 시장주의 경제로의 전환을 망서리고 있다.

IMF는 IMF대로, 인도네시아, 한국및 태국에 구제금융제공 조건으로 내세운 예
산및 통화긴축 정책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널리 비난을 받아왔다. IMF의 투약
표준이 동아시아 경제에는 적당한 것이 아니어서, 불황을 더 깊게 만들고 외채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과거 라틴 아메리카의 위기와는 달리 국민들의 방탕이나 초
고인플레이션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정부예산은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었고 물가도 낮았다.

하지만 IMF는 통화의 신뢰성을 복원하기 위해 적어도 잠정적으로 고금리가 필
요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 이자율을 내리면 통화가치가 더
욱 떨어지게 될 것이다.

IMF가 제시한 예산지출억제는 지나친 처사였는지는 모르지만, 그러나 그외 다
른 방법으로 어프로치하면, 아시아 정부들은 세금을 깎고 경기를 진작시키는
자금을 풀어 민간부문을 활성화시키려 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개혁은 물건너
가게 된다. 동아시아국가들이 엄청난 국제수지적자에 빠지게 된 것은 그들이
분수를 지키지 않고 자금을 많이 탕진했기 때문이다. 지금 국내소비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실제로 IMF의 처방방법은 현재 비판자들이 지적하는 것보다 더 독창적이다.
예산과 금융정책에 집중하는 전통적인 IMF 구제방법과는 달리 인도네시아와
한국 및 태국에 적용한 프로그램은 금융부문 구조조정(불실은행을 폐쇄하든
가 합병하고 은행 룰을 강화시키는 것)과 구조적인 개혁(기업의 부채비율을
낮추고 정부의 구제자금을 없애며 외국의 직접투자를 유도하는 것)을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은행과 기업들의 외국인 인수를 허용하는 것은 시급히 필요한 외국자금을 끌
어들일 방편이 될 수 있고 더 전문적인 경영기법을 배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들어 IMF의 압력 덕분에 외국인들이 태국 금융기관들의 지배주식
을 취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외국인의 상장회사 주식 취득 한도를 55%까지 높이고 올 해 말까지는
한도 자체를 폐지할 방침이다. 이것은 오래동안 외국인 투자에 거부감을 가
져 온 한국으로서는 엄청나게 큰 변화가 아질 수 없다. 이렇게 하면 재벌들
이 그들의 부채를 갚기 위해 골치를 썩이는 자회사들을 더 쉽게 처분할 수
있게 된다.

통화가치가 아직도 바닥을 기고 있는 동안에는 외국인들은 회사인수를 머뭇
거릴 것이다.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가격이 싸지기 때문에 좋긴 하지만, 내일
쯤 더 내릴 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우려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입이 줄어들고 수출이 늘어나는 덕분에 동아시아국가들의 국제수
지는 크게 개선돼 가고 있다. 예를 들어 태국은 6개월 연속 출초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달러 요구가 줄어듦으로써 통화를 안정시키고 외국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될 것이지만, 아직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
다.

정말 소름끼치는 최초의 기간을 넘긴 후 아시아 정부들은 지금 그들의 문
제점들을 깨끗이 인정하고 개혁에 매진하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에 약간 소
생하기 시작한 금융시장의 회생을 그들의 개혁속력을 줄이는데 이용하지 않
는 것이 필수적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더 잘되기 위해서, 동아시아는 지
금 성장기 동안에 감춰졌던 구조적인 문제를 차제에 철저히 개혁해야 할 것
이다. 만약 이번 위기를 통해 필요한 어떤 것을 얻는다면, 그것은 동아시아
가 지금까지 많은 신화들을 이룩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경제는 많은
외국인들이 믿고싶어 한 만큼 퍼팩트한 것은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