飜譯글

統獨 5년후 파이넌설 타임스가 본 구 동독지역

이강기 2015. 9. 15. 21:44
統獨 5년후 파이넌설 타임스가 본 구 동독지역    
 
 

독일의 애물단지 동독지역, 그러나 희망은 있다

 

(Financial Times, 1996. 8. 1)

 

구 공산 동독지역을 "꽃피고 새우는 번영의 땅"으로 만들겠다던 당초의 꿈이 5
년만에 악몽으로 변하여, 이 "신천지"가 이젠 유럽의 차기 mezzogiorno(이태리/
스페인 남부, 폴투칼, 그리스등과 같이 EU국가들 가운데서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
역 - 편집자)로 낙인 찍힐 지도 모르게 됐다.

 

1991년 통독직후 헬무트 콜 독일총리는 여러 서독 기업인들에게 은밀히 화려한
청사진들을 펼쳐 보였고, 기업인들, 그 중에서도 주로 건설업자들이 이에 솔깃하
여 엘도라도의 꿈에 젖어 너도 나도 돈꾸러미를 꿰 차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내달
았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동부독일의 Sachsen-Anhalt 주정부 총리인 Reinhard
Hoeppner 같은 이는, 독일이 잘사는 서부와 못사는 동부로 영원이 분단되어 "이
태리적인 상황"(공업지역인 북부 이태리와 농업지역인 남부 이태리의 경제적인
격차를 빗댄 말 - 편집자)이 돼 간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동부독일경제의 생산능력이 보잘 것 없다는 점이다. 이 지역 총
생산액이 소비액의 약 3분의 2에 불과하며, 95년도에 그 갭이 약 2천 2백억 마르
크에 이르렀다."고 여당인 기민당 동독출신 의원그룹 대변인인 Paul Krugman 의
원은 주장하고 있다.

동서독 두 경제가 합친 이래 거의 7천억 마르크(약 4,670억 달러)의 돈을 쏟아부
었는데도 불구하고 동독의 산업기반은 나머지지역에 비해 극히 취약하다. 최근
동독의 Saxony 주 정부는 자기 주의 부족한 산업기반을 늘리기 위해 유럽 위원회
(EC)의 규정을 무시하고 폭스바겐 자동차 공장을 끌어 들이느라 2억 4천 1백만 마
르크의 불법지원을 하기도 했다.

동독의 공식적인 실업률은 15%로 독일 평균보다 절반이 더 높다.  많은 사람들
- 아마 노동인구의 7-8% - 가 정부의 고용창출계획서에 등록함으로서 실업자군에
서 제외돼 있는데 본 정부는 이들을 금세기 말까지 취업시킬 계획이다.

올해(96) 1/4분기 독일 전체의 GDP가 0.5% 떨어진데 반해 동독의 그것은 2.5%
떨어졌다. 베르린 소재의 독일경제연구소(DIW)는 내년도(97) 독일 전체의 경제성
장률이 1 - 1.5%인데 비해 동독은 그 보다 낮은 1% 선으로 예측하고 있다.

Halle에 있는 Institution for Economic Research(IWH)의 Mr. Udo Ludwig 같은이
는 동부독일 경제의 문제를 지나치게 건설에 의존한 데서 찾고 있다. 제조업이 독
일전체 평균에 비해서 허약한 것은, 독일 전체의 제조업과 에너지 생산량은 GDP
의 거의 30%에 육박하는데 비해 동부독일의 경우는 건설이 GDP의 약 17.5%나 차지
하고 일반 산업의 GDP 비율은 18%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경제라면 건설
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라며, 바로 이러한 불균형이 동부독일 경제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불균형은 전통적으로 동부독일의 산업지역인 베르린 남부와 남서부 지역을
여행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현대식 중소공장들이 자동차도로를 따라서 끝도 없
이 이어져 있는 서부독일과는 달리 이곳에선 그러한 광경을 보기가 힘들다. 그 대
신 과거 공산정부가 전시물로 세운 덩치만 크고 효용성은 없는 공장들이 띄엄 띄
엄 을씨년스럽게 서 있고, 간혹 새로 세운 발전소와 BASF사가 세운 화학공장들이
보일 정도다.

특별 세금면제에 용기를 얻은 투자자들이 현대식 아파트와 대형 쇼핑센터 같은데
엄청난 투자를 한 흔적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투자액
삭감과 올 연말로 예정된 주택사업에 대한 세금혜택 축소및 지난해 겨울의 이상한
파등의 영향으로 동부독일의 건축산업역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그 바람에 이곳에
건설붐을 일으켰던 수많은 중소건설업체들이 파산 도미노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95) Saxony 주에서만 부도율이 46%나 높아졌으며, 이웃 Brandenburg에선
올 1월에서 5월까지의 파산율이 지난해 동기보다 3분의 1이 늘어났다. 통일후 세
워진 회사들의 약 90%가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신천지"의 그림에 모조리 검정칠을 해 버릴 일은 아니다. 동독인들과
그들의 지도자들 가운데는 동독재건이라는 확고한 신념에 충실한 사람들도 많고
이들에 의해서 분위기가 서서히 개선되고 있기도 하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다. 동독재건이라는 목표지점의 절반쯤 왔다고 한
다면 앞으로 남은 절반은 더 멀고 험한 길이 될 것이다. 우리는 참아내야 한
다." Sachsen-Ahhalt주의 사회민주당소속 경제장관인 Mr. Klaus Schucht의 말이
다.

3개의 유명한 경제연구소들이 본 정부에 제출한 최근 보고서는, 동독산업이 아직
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가장 뚜렷한 징후로 빈약한 생
산성, 상품판매의 어려움, 재정적인 문제점등이 지적되었다. 평균하여 단위 노동
코스트는 서독보다 3분의 1이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실제로 가정에서
받는 봉급액수는 서독보다 아주 낮은대도 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이런 계산이 나오
는 것이다.

동독소재 회사들의 광범위한 구조개편과 현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수익개선에는 실패하고 있다. 투자는 아직도 서독보다 뒤쳐지고 있는데, 이 지역
회사들의 7천 500억 마르크라는 총 주식 자본금도 인구비례로 나눠보면 서독의 절
반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동독의 생산회사들은 동독시장을 벗어난 타시장에서의
제품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기 경제 연구소들이 지적하듯이 많은 동독제품
들이 현대적 감각의 결여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Mr. Schucht는 Sachsen-Anhalt주의 화학산업에 미국의 투자를 끌어오느라고 갖은
노력을 다 했는데, 그는 이 브라운색갈의 석탄지역에  현대적인 성공기업들을 끌
어들여 이 기업들에 납품하게 될 현지 중소기업들에게 자극을 주자는 것이 주 목
적이었다. "생산성이 높은 회사들이 들어 오면 비록 고용인원이 적다 하더래도 큰
문제가 안된다. 그들은 높은 생산성 때문에 이익을 남길 것이고 한편 우리 고장
의 중소 기업인들은 그들의 경영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니까."

Sachsen-Anhalt주 정부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연립정부면서 구 공산당인 PDS
당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Mr. Schucht는 이데올로기 같은 것은 싹 무시하고 있다.

"동독과 서독의 임금이 꼭 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건 말이 안되
는 얘기다. 우리들은 이곳에 들어온 미국회사들에게 이곳 사람들이 요구하는대
로 임금을 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임금은 적게 주더래도 당신들이 가지고있
는 기업문화를 그들에게 나눠주라고 말했다." Mr. Schucht는 이런 사람이다.

서독보다 낮은 임금, 서독보다 낮은 임금외비용(사회보장세 등), 그리고 서독보다
더 높은 노동 유연성이 동독의 재건전쟁에 없어서는 안될 본질적인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동독회사들이 사주연맹을 탈퇴했는데, 이는 독일노동조합에서
사주연맹과 협상하여 정하는, 무리하게 높은 임금지불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Brandenburg주의 Schwarzheide에 소재하고 있는 BASF사 자회사는 중앙집중화 된
임금 협상 시스템에 대항하고 있다. 이곳 화학 산업계는 독일 노동조합 가운데서
도 가장 온건한 편에 속하는 I.G. Chemie와 협상을 하여 현행 기본임금 수준이 서
독의 75% 선이나 전체적으로 서독임금의 65%선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Michael
Becker, BASF 자회사사장은, 스페인과 특히 영국과 비교하여 동독의 임금은 비 현
실적이라며 서독과의 더 큰 임금격차를 요구하고 있다.

Mr. Becker는 동독이 통독후에 지나치게 부풀었던 희망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동독재건의 아이디어가 너무 성급하게 수립돼, 댓가를 지
불하지 않고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게 됐다. 이것부터 빨리 고쳐야 한다."

Mr. Schucht도 빨리 서둘러서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뜻에 동의하고 있다. "우
리들은 좀더 여유를 가지고 판단하지 않으면 안된다. 5년동안에 우리들이 발견한
서방과의 불균형을 제거하는데 30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동독
경제에 있어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8%에서 25%로 높아져 가고 있다는 사실
이다. 우리들은 여기에 희망을 걸고 어려움을 참아가며 열심히 일해야 한다."
동독에는 분명 희망이 있다.